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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은서 객원기자
2020-10-23

곤충을 먹고, 바르고, 연료로 쓴다? 독일 CIP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 곤충 활용 제품 상용화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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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 교육 연구부(BMBF)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총 3년 동안 총 56만 유로(한화 약 7억 9000만 원)을 지원한 ‘경쟁력 있는 곤충 제품(Competitive Insect Products, CIP Project)’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곧 상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력 있는 곤충 원료 생산을 위해 과학자들은 아메리카동애등에(Hermetia illucens)를 사용했다. 이는 집파리와 달리 별도의 음식이 필요하지 않고, 닭의 배설물, 맥주 찌꺼기 등의 물질을 먹이로 삼는다. 또한 배설물과 음식을 오가지 않기 때문에 질병 전염의 위험이 없고, 생애 동안 번식을 주요한 활동으로 삼기 때문에 많은 애벌레를 얻을 수 있는 등 이점이 많다.

CIP 프로젝트에서는 애벌레 최적의 성장 조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료 공급원의 구매, 보관, 운송비용에 관한 설루션도 찾아냈다. 또한 공정을 최적화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애벌레 번식을 바이오가스 발전소의 잔열로 가속화 시키는 방안도 찾고 있다.

이제 장기 테스트만을 앞두고 있는 CIP 프로젝트는 소비자가 향후 지속 가능한 곤충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기반을 다져놓은 상태이다.

식량위기의 대안으로 급부상 중인 곤충

유엔 식량 농업기구(FAO)는 2050년까지 90억 명의 식량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밀생산량이 60%까지 증가해야 한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사람만이 곡물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독일 동물 사료 협회 (DVT, Deutscher Verband für Tiernahrung)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동물 및 가축사료에 곡물을 사용하기 위해 매년 200억 유로 이상을 소비하고, 연간 약 8000만 톤을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식량뿐만 아니라 동물의 먹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신박한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CIP 프로젝트는 곤충의 가루, 지방, 단백질 등의 추출물에서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곤충은 미래 먹거리로 각광을 받아 왔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거부감이라는 큰 장벽 때문에 여전히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곤충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미래 동물 사료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귀중한 단백질과 지방이 있는 아메리카동애등에© Adobe Stock / amsom1988

곤충은 단백질과 지방의 공급원으로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보통 동물 사료로 쓰이는 콩이나 생선 추출물보다 환경적으로 훨씬 이점이 많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좋은 재료이다. 콩은 주로 개간된 열대 우림 지역에서 재배되고, 생선은 주로 대규모 어업을 통한 무분별한 남획의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곤충은 번식 속도가 빠르고, 보통의 생물이 먹지 않는 것을 먹기 때문에 사육할 때 식재료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또한 곤충을 기르는 데에는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석유 대체재, 친환경 화장품으로도 각광

CIP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독일의 생명공학자 하랄트 베트비취카(Harald Wedwitschka) 박사는 곤충으로 "만들어진 사료를 기존 동물 사료와 비교해 봤을 때 품질은 거의 같고, 지속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곤충으로 만든 제품이 아직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서는 산업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인’ 곤충 사료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다. CIP 프로젝트는 독일 라이프치히의 바이오매스 연구소(Deutsches Biomasseforschungszentrum gemeinnützige GmbH)가 독일 연방 교육연구부의 지원을 받아 파리배양 전문기업인 헤르메티아 바루스(Hermetia Baruth GmbH)와 함께 진행하고, 곤충에 다른 생물들이 먹지 않는 잉여 물질을 공급한 후, 애벌레에서 곤충 고단백과 지방을 추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곤충 추출물이기 때문에 친환경 성분으로 화장품, 생분해성 세제뿐만 아니라 기존에 석유 기반 제품을 대체할 바이오 제품으로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탄소(C) 간 이중 결합 구조를 띠고 있는 화합물인 올레핀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유가 필요한데, 곤충 재료에 기초한 바이오 올레핀도 생산할 수 있다. 이에 CIP 프로젝트에서는 바이오 올레핀으로 만든 고품질 윤활유 생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석유 기반 오일에 비해 생산에서 사용까지 전 과정이 친환경적으로 바뀔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이다.

이은서 객원기자
timeyesspace@gmail.com
저작권자 2020-10-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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