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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비밀무기, 디즈니 로켓 폭탄 벙커버스터 폭탄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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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로켓 폭탄 ⒸPublic Domain

 

원래 벙커는 포격이나 폭격으로 부수기 힘든 목표물에 속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런 공격에 대비해 매우 튼튼하게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국은 적의 벙커를 부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현해 왔는데, 이번에 소개할 영국의 일명 '디즈니 로켓 폭탄(또는 디즈니 스위시)'도 그런 시도의 와중에 나온 물건이다.

만화에서 나올 법한 '디즈니 로켓 폭탄'

'디즈니'라는 별칭은 공군의 활약을 다룬 디즈니 사의 전시 선전 애니메이션을 접한 개발진이 붙여주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폭탄의 정식 명칭은 '4500파운드 급 콘크리트 관통 로켓 보조 폭탄'이다. 그 정식 명칭만 봐도 이 폭탄의 개념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즉, 이 폭탄은 일종의 철갑탄이다. 단단한 탄두 경도와 로켓 추진으로 인한 높은 속도에서 오는 운동 에너지로 콘크리트 벙커의 상면을 관통한 후, 벙커 내부에서 폭발해 벙커 내부의 인원과 장비를 파괴한다는 개념이다. 이 폭탄이 폭탄 치고는 매우 길이가 길고, 높은 세장비(細長比)를 지닌 그야말로 디즈니 만화영화 속에서나 있을 것 같은 외형을 한 것도 바로 이러한 기본 개념 때문이다. 그런 외형을 해야 높은 속도와 운동에너지, 그로 인한 높은 관통력을 내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폭탄을 개발한 곳은 영국 해군으로, 그 목적은 적 독일 해군의 잠수함 및 고속정 방공호를 파괴하기 위함이었다.

폭탄의 구조와 제원, 성능은 다음과 같다. 길이는 5.03m. 직경은 중앙부가 28cm, 후방부가 43cm였다. 크게 전방부, 중앙부, 후방부 3개 부위로 나누어진다. 전방부는 탄두부로, 강철제 외피 내에 500파운드의 폭약이 내장되어 있다. 탄두가 표적을 관통 후 이 폭약이 폭발하는 것으로, 폭약의 격발은 No.58 MK I 테일 피스톨 신관으로 제어한다.

중앙부에는 무려 19개의 로켓 엔진이 들어간다. 투하 시 이 로켓 엔진을 작동, 폭탄을 가속시킨다. 후방부에는 로켓 엔진 점화용 전기 회로가 든 테일콘이 탑재된다. 전기 회로 작동에 필요한 전력은 풍력 발전기로 얻으며, 점화에는 시간 지연 스위치 또는 기압 스위치가 사용되었다. 또한 자세 안정용 핀 6개가 설치되어 있다. 탑재 시 항공기와 폭탄 사이에는 3개의 안전장치 해제용 와이어가 연결되며, 투하 시 이 와이어들이 잡아 당겨지면서 각각 탄두 신관, 로켓 점화 회로, 풍력 발전기의 안전 장치가 해제, 작동 상태가 된다.

충분한 정확성과 위치 에너지를 얻기 위해 투하는 통상 20,000피트(약 6,000m) 이상에서 실시된다. 일단 투하하면 고도 5,000피트(1,500m)까지는 자유낙하하다가 로켓 엔진이 점화되고 후방부가 분리된다. 로켓 엔진의 작동 시간은 3초다. 로켓 엔진의 작동으로 인해 폭탄의 최종 충돌 속도는 초속 440m(시속 1,590km)까지 높아진다. 전후의 실험에 따르면 디즈니는 4.47m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디즈니'의 만화 같은 시사회와 실전 데뷔

다소 어이없게도 이 폭탄을 개발한 영국 해군에는 이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폭격기가 없었다. 때문에 사격 실험 및 실전 운용은 미 육군 항공군의 손을 빌리게 되었다. 그들이 보유한 B-17 폭격기라면 디즈니를 기체당 2발씩 탑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디즈니가 너무 커서 B-17의 폭탄창에도 들어가지 않았으므로 날개 아래에 탑재했다. 그렇게 탑재된 모습은 더더욱 만화의 한 장면 같았다.

1945년 초, 연합군이 점령한 독일의 바텐 벙커를 상대로 디즈니의 사격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 실험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디즈니는 이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총 4회의 공습에서 158발이 사용, 비교적 양호한 폭격 결과를 이끌어냈다.

유럽 전쟁이 종전된 이후에도 영국과 미국은 남아 있던 독일의 벙커를 상대로 디즈니의 실험을 계속했다. 헬골란트의 실험장에 76발, 발렌티의 실험장에 34발이 투하되었으며, 여기서 디즈니는 로켓 엔진의 신뢰성과 탑재 폭약량 면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그러나 디즈니의 기술적 영향은 오늘날의 벙커 버스터 폭탄에도 남아 있다. 미군의 벙커 버스터 폭탄 외피는 대구경 곡사포의 포신을 개조해 만들었다. 곡사포의 포신은 포에서 가장 큰 응력을, 그것도 여러 차례에 걸쳐 버틸 수 있는 부품이고, 따라서 벙커 버스터 폭탄의 외피로 사용될 시 충분한 강도와 관통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저작권자 2020-09-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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