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어떻게 생성. 소멸. 진화하는가. 그 속에 어떠한 힘이 있어 별이나 위성이 없어지거나 흡수 통합되고, 또 다시 생성되기도 하는가. 우주는 어떤 법칙에 따라 생성소멸을 반복하는가.
우주의 에너지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암흑물질(dark matter)이라는 것이 있다. 과학자들이 아직 파악하지 못해 암흑에 싸여 있는 것과 같은 물질이다.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90% 이상이 암흑물질이라는 것이 물리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암흑물질이 우주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알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물리학자들은 이후 암흑물질의 성분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확실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답이 없었다. 다만 암흑물질은 한가지 성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산실인 고등과학원(KIAS, 원장 김만원)에서는 지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아태이론물리센터와 서울대 암흑물질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우주의 암흑물질 워크샵”이 열렸다.
이 워크샵에는 총 28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강연했다. 한국측에서는 우주론의 권위자인 고등과학원의 김정욱 명예교수가 ‘암흑에너지 개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 2004년 7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80일 만에 우주진화과정 규명에 성공한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박창범 교수도 참가했다.
올리브 케이스(Olive Keith) 박사는 미네소타 주립대학(University of Minnesota)의 이론물리학연구소(Theoretical Physics Institute) 소장이며 이 대학의 물리학 교수다. 입자물리와 우주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올리브 박사는 강연에서 “중력을 전달하는 중력자의 초대칭 짝인 그래비티노가 암흑물질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우주론의 입장에서 설명했다.
물론 암흑물질이 그래비티노라는 것만은 아니다. 암흑물질을 이루는 성분들 가운데 그가 집중 연구한 그래비티노에 대해서 강의한 것이다. 아인슈타인 박사를 제일 존경하고 그래서 물리학에 입문했다는 케이스 박사를 만나 암흑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전공분야는 무엇인지
이론물리학에 입문한 것은 1978년도다. 지난 25년 동안 내가 매달려 온 분야는 이론물리학 가운데서 입자물리학이다. 입자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적으로 우주론을 공부하게 됐다.
우주론을 연구하면서 우주에너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우주론적인 차원에서 입자물리학을 에너지연구로 응용하는 일이 전공하고 있는 핵심분야다. 한국에 영광스럽게 초청을 받아 훌륭한 한국학자들을 만나고 암흑물질에 대해 강연을 하게 된 것이다.
▲ 암흑물질에 관해 설명해 달라
암흑물질의 성질이나 성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암흑물질이 우주에 존재해 있다는 것은 1970년대부터 학자들 사이에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우주론을 공부하거나 입자물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암흑물질이 우주를 구성하는 중요한 물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베일에 가려져 있던 것은 더 이상의 연구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빛을 발산하지 않기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하다. 우주를 연구하는데는 관측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처음에는 양성자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니었다.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는 파이에(Pierre Fayet) 교수가 기여한 초중력이론을 기초로 자연스럽게 암흑물질이 초립자라는 가능성을 알게 됐다. 암흑물질은 요즘 이론물리학계에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현안 문제로 각광을 받고 있다.
▲ 그래비티노(gravitino)가 암흑물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초대칭이론(SUSY: Super Symmetry)은 입자물리학에서 중요한 이론이며 최근 각광받는 이론이다. 그리고 이 이론은 암흑물질을 규명하기 위한 실험에서도 대단히 필요한 이론이다. 원래 개념은 수학이론에서 발전했지만 지금은 물리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론으로 발전했다.
초대칭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을 합치면 초중력이론이 된다. 이 이론에서는 중력을 전달하는 중력자의 초대칭짝으로 일종의 초중력자인 ‘그래비티노’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그래비티노는 약하게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그래비티노를 암흑물질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입자가속기나 지하실험을 통해서다.
그래서 스위스의 CERN과 같은 연구소나 미국의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FNLA: 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에서 요즘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 기초과학에 입문한 특별한 배경이라도
물리학을 지원한 것은 돈을 벌기위해서도 아니고 명예를 얻기 위해서도 아니다. 취미에 맞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을 채워주는 매력적인 학문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여러 가지 호기심을 갖고 살겠지만 우주에 대한 호기심보다 큰 호기심은 없을 것이다. 끝없는 우주의 신비를 풀어 가면서 지적 호기심을 많이 채워 가고 있다. 태어나면서 처음 느끼기 시작하는 하늘에 대한 호기심은 늘 새롭고 경이롭다.
기초과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돈을 별로 못 번다는 사실은 어디에서나 공통적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돈을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사랑스런 아내와 가족과 지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는 전공 학문을 그러한 가정과 같다고 생각한다.
과학자 가운데서는 아인슈타인을 제일 존경한다. 20세기 최대 물리학자로 노벨상을 받았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아주 많은 연구를 한 인간적인 학자다. 내가 물리학에 입문한 것도 아인슈타인 박사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 김형근 객원편집위원
- 저작권자 2005-06-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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