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인간이나 다른 동물과 같이 호르몬을 가지고 있다.
이 호르몬의 한 가지 역할은 곤충의 공격이나 가뭄 또는 강렬한 열과 한파 같은 문제를 감지해 이에 반응하도록 식물 내의 다른 부분으로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
미국 소크(Salk) 연구소를 비롯한 다기관 연구팀은 최근 식물들이 재스몬산(jasmonic acid) 혹은 재스모네이트(jasmonate)로 불리는 이 방어 호르몬에 반응하는 복잡한 통신 네트워크를 밝혀내 식물학 저널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 13일 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오늘날과 같은 급격한 기후 변화 시대에 더욱 강하고 외부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작물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이자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연구원이기도 한 소크연구소 조셉 에커(oseph Ecker)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스몬산 호르몬이 여러 다양한 수준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그림을 보여준다”며, “식물에서 환경 정보와 발달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고, 이를 통해 적절한 성장과 발달이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재스몬산, 곤충과 곰팡이 방어에 중요 역할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작은 꽃이 피는 십자화과의 두해살이 풀인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를 활용했다. 애기장대는 유전체가 잘 특성화돼 있어 식물의 유전과 발달 연구를 위한 모델 식물로 많이 쓰인다.
과학자들은 통상 애기장대에서 확인한 내용을 농작물을 포함한 다른 식물들에 적용할 수 있다. 애기장대에 존재하는 재스몬산 역시 식물계 전역에서 발견된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이자 에크 교수실 연구원인 마크 잰더(Mark Zander) 박사는 “재스몬산은 특히 식물들이 곰팡이와 곤충에 대한 방어 반응을 나타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잰더 박사는 “우리는 식물이 재스몬산을 감지한 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고 말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 혹은 비활성화되는지, 그에 따라 어떤 단백질이 생성되고, 어떤 인자들이 이렇듯 조화를 이루며 잘 돌아가는 세포 과정들을 조절하는지 알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세포 통신에 중요한 역할 하는 유전자 확인
연구팀은 배양접시에서 씨앗을 기르는 일부터 시작했다. 씨앗이 처음 얼마 동안 땅속에 있을 때와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3일 동안 배양접시를 어둡게 가렸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이자 공동 교신저자로 전에 에커 교수실에서 연구했던 호주 라 트로브대 매튜 루지(Mathew Lewsey) 부교수는 “이 초기 성장단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씨앗이 땅속에 머물 때 처음 며칠 동안은 곤충과 곰팡이의 공격에 직면하기 때문에 도전적인 시기라는 것. 만약 씨앗이 발아해 땅속에서 성공적으로 움터 나오지 않는다면 농작물 수확도 못하게 된다.
연구팀은 3일 뒤 애기장대를 재스몬산에 노출시켰다. 이어 애기장대의 세포에서 DNA와 단백질을 추출하고 관심을 두었던 단백질에 특정 항체를 적용해 이들 조절자의 정확한 게놈 위치를 파악했다.
다음으로 다양한 전산 접근법을 써서 재스몬산에 대한 반응과 나아가 다른 식물 호르몬 경로와의 세포 통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물의 방어 네트워크 구성 해독
시스템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유전자는 MYC2와 MYC3였다. 이 유전자들은 전사 인자(transcription factors) 단백질들을 코딩하는데, 이는 이 유전자들이 다른 많은 유전자들의 활성을 조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지 교수는 “과거에는 MYC 유전자들과 다른 전사 인자들이 매우 선형적인 방식으로 연구됐다”며, “한 유전자가 다음 유전자와 어떻게 연결되고 또 그다음 유전자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관찰하다 보니 너무 많은 유전자와 연결 방식이 존재해 분석 방식이 본질적으로 느렸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창출했다는 것.
잰더 박사는 “이런 모든 유전자 네트워크와 하위 네트워크를 해독함으로써 전체 시스템의 구성(architecture)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식물이 방어 반응을 나타내는 동안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지에 대한 매우 포괄적인 그림을 갖게 됐다”고 말하고,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기를 사용해 이런 세부사항들을 편집하면 해충의 공격을 더욱 잘 견뎌낼 수 있는 작물 육종에 유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모든 데이터를 소크 연구소의 웹사이트에 공개해 다른 연구자들이 관심 있는 유전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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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3-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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