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리학자들이 테라헤르츠 전자파를 전기적으로 검출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마이크로칩의 전자파 검출 장비를 소형화하고 감도를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테라헤르츠대 전자파 검출은 매우 난해한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테라헤르츠는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의 주파수 단위로, 1 테라헤르츠는 1000 기가헤르츠, 1 기가헤르츠는 10억 헤르츠다. 현재 우리가 소지하고 있는 휴대전화는 몇 기가헤르츠 대에서 작동한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정보의 전송 속도가 빨라지므로, 테라헤르츠 대의 통신이 가능하게 되면 전자통신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게 된다.
반강자성 물질의 자기공명 현상에 바탕을 둔 이번 발견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7일 자에 발표됐다. 반강자성(antiferromagnets) 물질들은 초고속 스핀 기반의 나노규모 장치 응용에 독특한 장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화크롬에서 자기공명 일으켜 검출
미국 캘리포니아(리버사이드)대 징 시(Jing Shi) 교수(물리학 및 천문학)가 이끄는 연구팀은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에서 중요한 물리량을 나타내는 스핀 전류를 반자성 물체에서 생성해 이를 전기적으로 검출해 냈다.
스핀트로닉스란 스핀전자기술, 스핀전자공학이라고 불리며, 전자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는 자기적 회전을 디지털 신호(0과 1)로 파악해 자기장으로 이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 및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정보혁명의 주요 기술로 꼽히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과업 수행을 위해 테라헤르츠 방사선으로 산화 크롬(chromia)에서 자기공명을 일으켜 검출을 용이하게 했다.
막대자석과 같은 강자성체(ferromagnets)에서는 전자스핀이 위나 아래로 같은 방향을 지향하므로 재료에 집합적인 힘을 제공한다. 이에 비해 반강자성체(antiferromagnets) 원자 배열에서는 전자 스핀들이 서로의 힘을 상쇄해 스핀의 절반만이 위든 아래든 나머지 다른 스핀들의 반대 방향을 지향한다.

전자는 내장된 회전 운동량을 가지고 있어, 팽이가 돌다가 점차 힘이 떨어지면서 수직 축이 도는 세차운동을 하는 방식으로 세차운동을 할 수 있다.
전자의 세차 주파수가 전자에 작용하는 외부 소스로 생성된 전자기파와 일치하게 되면 자기공명(magnetic resonance)이 발생하고 검출하기 쉽게 크게 향상된 신호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자기공명에서 생긴 스핀 전류를 직류전압으로 변환
이런 자기공명을 일으키기 위해 UC 리버사이드와 UC 산타바바라 물리학자팀은 산타바바라 캠퍼스의 테라헤르츠 과학기술 연구 시설에서 생성한 0.24 테라헤르츠 방사선으로 작업을 했다.
이 마이크로파는 산화크롬에서의 세차 주파수와 매우 가깝게 일치해 뒤이어 자기공명이 일어나면서 스핀 전류가 생성됐고, 연구팀은 이를 직류 전압으로 변환했다.
시 교수는 “이를 통해 반강자기 공명이 전기 전압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이 스핀트로닉 효과는 지금까지 실험적으로 처음 실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시 교수는 현재 미국 에너지부가 지원하는 에너지 프런티어 연구센터의 ‘나노규모 전자 시스템에서의 스핀과 열(SHINES)’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서브테라헤르츠와 테라헤르츠 방사선을 검출하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통신 기술은 기가헤르츠 마이크로파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더 높은 대역폭을 활용하기 위해 테라헤르츠 마이크로파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말하고, “테라헤르츠 마이크로파 생성은 어렵지 않으나 검출이 어렵고, 우리 작업을 통해 이제 칩에서 테라헤르츠파를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핀트로닉에서의 뜨거운 주제”
반강자성체는 정적인 상태로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동적으로는 과학자들의 흥미를 끈다. 반강자성체에서의 전자스핀 세차운동은 강자성체에서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강자성체 주파수보다 2,3배 높은 규모의 주파수를 만들어내 정보 전송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된다.
시 교수는 “반강자성체에서의 스핀 역학은 강자성체에서보다 훨씬 짧은 시간대에서 발생하며, 이는 초고속 응용장치에 적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점”이라고 말했다.

반강자성체는 강자성체보다 더욱 풍부하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철이나 코발트 같은 많은 강자성체들은 산화되면 반강자성체가 된다. 많은 반강자성체들은 에너지 소비가 적은 우수한 절연체이기도 하다. 시 교수 실험실은 강자성 및 반강자성 절연체 제조에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다.
시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반강자성 절연체인 산화크롬으로 구성된 두 겹의 층 구조를 개발했다. 위의 금속층이 산화 크롬에서 신호를 감지하는 검출기 역할을 한다.
시 교수는 산화크롬의 전자들이 국소적으로 남아있으며, 인터페이스를 가로지르는 것은 전자의 세차운동에 인코딩된 정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페이스와 함께 스핀 감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스핀 감지에서 플래티늄과 탄탈륨을 금속 탐지자로 선별했다. 만약 산화크롬으로부터의 신호가 스핀에서 발생한 것이면 플래티늄과 탄탈륨은 반대 극성으로 신호를 등록한다. 그러나 신호가 가열로 인해 발생했다면 신호를 동일한 극성으로 등록한다.
시 교수는 “이는 반강자성 물질에서 순수한 스핀 전류를 성공적으로 생성하고 검출한 최초의 사례로서 스핀트로닉스에서의 뜨거운 주제”라고 강조하고, “반강자성 스핀트로닉스는 SHINES의 중요한 연구 초점”이라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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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1-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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