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극도로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계가 앞장서 제재와 상관없는 국제 학술행사 등과 같은 다양한 학술교류를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내세우면서 과학기술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북한의 과학기술 분야 현황과 발전 전략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1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는 ‘2020 남북 과학기술 교류 협력 및 북한 현황 분석’이라는 주제로 제16회 통일과학기술연구포럼을 열었다.

남북 과학기술계의 학술교류부터 시도해야
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은 이날 포럼에서 “올해 초 독일 베를린대학이 북한 대학생들을 어학연수에 초청한 경우와 같이 학술문화 교류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또 최 회장은 2005년 과총에서 남북한에서 사용하는 과학기술 용어를 분야별로 묶어서 ‘남북과학기술용어집’을 발간한 것처럼 남북과학기술용어를 비교하고 표준화하는 작업 등을 추진함으로써 남북 교류와 협력을 위한 인프라 구축하는 등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아울러 “북맹 탈출을 위해서라도 올해 1월에 발족하는 북한ICT연구회와 같이 부문별 심층 조사를 담당하는 연구조직의 활성화가 중요하다”며 “관련 기관 간의 정보 공유는 물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보 공유와 관련해 변학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박사도 공감한다며 “2004년 이후로 지금까지 북한 사이트에 일반인 접근이 막혀 있어서 연구자들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연구자에게라도 접근을 허락해줘야 북한의 과학기술 분야 성과나 변화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도 모든 영역에서 '정보화' 주목
이날 ‘북한 과학기술/ICT 분야 최근 성과 분석’에 대해 발표한 변 박사는 “북한이 사회주의 강국을 달성하기 위한 선차적 과제로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강조하고 있다”며 “현시대를 과학기술이 전반적 국력을 좌우하는 지식경제 시대로 규정하고 국가 전 영역에서 정보기술 등 최신 과학기술의 비중을 높여 지식기반사회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와 과학기술 중시 풍토’를 계속해서 강화하면서 경제의 정보화, 의료와 체육의 과학화 등 모든 영역의 공통 과제로 대두되는 것이 바로 ‘정보화’라는 것이다.
또 변 박사는 지난해 북한의 주목할 만한 변화로 ‘과학기술에 기초한 절약과 재자원화 강조’를 꼽았다. 국제 제재로 인한 어려움 극복을 위해 북한 과학기술계에 전력 문제 해결과 국산화 등 기존 과제에 더해 재자원화로 자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연구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자경제 시대’ 담론과 인공지능 기술도 부상하고 있다. ‘수자경제’란 디지털 경제로, 모든 경제활동 전반을 컴퓨터망과 하나로 결합시키는 것을 뜻한다. 디지털 데이터에 기초해서 생산과 경영을 더욱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시간으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기술 등 현대 기술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크다.
이처럼 북한이 과학기술에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지난해 말부터는 비판적 평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변 박사는 “과학기술이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 발전은 미진하고, 아직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많이 지적하고 있으며 12월 말 전원회의에서도 과학기술의 성과로 국방 부문만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비판적 평가 극복에 교육 강조
이런 문제점 극복을 위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지난해 대두된 북한의 또 다른 변화다. 변학문 박사는 “북한에서는 ‘교육은 과학기술의 어머니’라며 과학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 사이 수재교육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대학 인재양성사업을 국가의 통일적인 계획하에 진행하며 첨단 과학기술학과를 적극 신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북한이 과학기술을 중시하며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지난해 말 채택된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이번 전원회의 결정서 두 번째 내용이 ‘과학기술을 중시하며 사회주의제도의 영상인 교육, 보건사업을 개선할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임 교수는 “북한이 과학기술 분야 인적 역량 강화와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 국산화 상품의 질 제고, 기업의 효율성 개선 측면 등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과거와 달리 내부 자원, 노동력 동원과 더불어 과학기술요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정면돌파 전략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가장 주목된다”고 밝혔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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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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