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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20-01-12

물 부족 문제, 변기 코팅으로 해결한다? 나노 기술로 물 사용량 90%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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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라는 행성의 수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한정된 수자원은 날로 오염되고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찾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으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만큼, 당장은 물을 아껴 쓰는 방법으로라도 물 부족 문제를 도와야만 한다.

나노 코팅된 도기(좌)의 이물질이 빠르고 흔적없이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 Penn State Univ.
나노 코팅된 도기(좌)의 이물질이 빠르고 흔적 없이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 Penn State Univ.

물론 많은 사람들이 샤워나 빨래를 할 때 되도록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샤워나 빨래보다 더 많은 물을 사용하면서도, 의외로 물이 많이 사용되는지를 실감하지 못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실제로 전 세계 인류가 용변을 본 뒤 버리는 물의 양이 하루 1410억L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아프리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하루 동안 쓰는 물 소비량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변기에 나노 코팅하면 물 사용량 90% 감소

집이나 사무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수세식 변기의 물탱크 용량은 5L 정도다. 성별이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빈도수에 따라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에 15L 정도의 물을 오로지 용변을 보는 데만 사용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2015년 영국의 크랜필드대에서 적정기술을 공부하던 학생들은 열악한 저개발 국가의 상하수도 여건을 고려하여 친환경적으로 배설물을 처리할 수 있는 변기를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처리 문제라는 난관을 만나면서 학생들은 더 이상 개발을 진척시킬 수 없었다. 적은 양의 물로 이물질을 변기에서 깨끗이 제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것. 물론 포기하지는 않았다. 전 세계에서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요청을 들은 과학자들 중 미 펜실바니아대에서 나노 물질을 연구하고 있던 ‘탁싱웡(Tak-Sing Wong)’ 박사가 도움을 손길을 뻗쳤다. 그는 자신이 연구하고 있던 나노 물질이 크랜필드대 학생들이 가진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나노 물질이 코팅되면서 돌기를 형성한 현미경 사진 ⓒ Penn State Univ.
나노 물질이 코팅되면서 돌기를 형성한 현미경 사진 ⓒ Penn State Univ.

웡 박사는 용변을 볼 때 사용하는 물을 줄일 수 있는 열쇠로 변기의 내벽을 주목했다. 그는 “변기에 이물질이 묻지 않고 잘 미끄러질 수 있도록 나노 물질을 코팅하면 사용하는 물의 90%를 절약할 수 있다”라고 밝히며 “그렇게 하면 지금보다 물을 훨씬 적게 사용하고도 용변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나노 물질의 크기는 100만 분의 1mm에 불과할 만큼 작다. 이를 변기 안쪽에 바르면서 작은 돌기들을 인위적으로 형성하면 표면장력이 줄어들어 이물질이 묻는 경우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웡 박사는 추측했다.

이 같은 현상의 대표적 사례로는 연꽃잎을 들 수 있다. 천연의 나노 물질이 형성되어 있는 연꽃잎은 아무리 빗발이 거세도 빗방울을 튕겨낼 수 있고, 잎 위에 고인 빗물은 그대로 흘려버리는 용한 재주를 갖고 있다.

연꽃잎이 물에 젖지 않고 그대로 튕겨내는 현상을 일컬어 ‘연잎효과(Lotus effect)’라고 부른다. 웡 박사는 “연잎효과의 가장 핵심적 요소는 연잎에 무수히 나있는 미세한 돌기와 연잎 표면을 코팅하고 있는 일종의 왁스 성분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런 미세 돌기와 왁스 성분을 변기에 활용하면 소량의 물 만으로도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스프레이 형태의 제품 개발로 물 사용량 대폭 줄여

웡 박사 연구진은 나노 물질의 코팅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변기의 소재인 위생도기를 2개 준비했다. 한쪽 위생도기에는 나노 물질을 코팅했고, 나머지 위생도기는 비교를 위해 아무것도 코팅하지 않은 채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양쪽 도기에 사람이 용변을 보는 상황을 가정하여 40㎝ 높이에서 45도 각도로 형광 성분이 섞인 실험물을 떨어뜨렸다. 이어서 도기에 들러붙은 소량의 실험물을 눈으로 전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제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나노 물질을 코팅한 도기에 사용한 물의 양이 아무것도 코팅하지 않은 도기에 사용한 물의 양보다도 90%나 적게 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코팅된 도기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물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새로 변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보다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코팅된 도기로 변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변기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코팅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웡 박사와 연구진은 스프레이 형태로 변기를 코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형광물질이 들어간 실험물을 나노 코팅된 위생도기에 투여하는 실험 과정 ⓒ Penn State Univ.
형광물질이 들어간 실험물을 나노 코팅된 위생도기에 투여하는 실험 과정 ⓒ Penn State Univ.

웡 박사는 “이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이 바로 스팟리스(SpotLESS) 스프레이”라고 밝히며 “물 부족 문제로 고통받는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지구 전체 물 소비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저개발 국가의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팟리스는 5분 안에 변기에 적용할 수 있는 간편함 때문에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스프레이에 천연 항균물질을 첨가시켜 위생적으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시범사업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나타났다. 아무래도 스프레이로 뿌리는 제품인 만큼,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변기 안쪽에 코팅된 나노 물질이 조금씩 벗겨져 자연계로 방출될 가능성이 지적됐다. 이에 따라 환경에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될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0-0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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