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가 이언 뱅크스((Iain M. Banks)는 영국이 자랑하는 SF 작가다.
자신의 대표작 ‘컬처 시리즈(The Culture Series)’를 통해 미래 사회의 모습을 써나갔는데 스토리 안에 ‘뉴럴 레이스(neural laces)’라는 말이 등장한다.
‘신경 그물망’으로 번역되는 이 기술은 사람의 뇌와 인공지능을 연결한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뇌 안에 그물망이 퍼져나갈 수 있는 씨앗을 심어놓은 후 성장과 함께 그물망이 완성되면 클라우드 방식의 데이터 뱅크인 데이터버스(Dataverse)에 연결해 막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한다는 것이다.

뱅크스의 상상력, 머스크가 실현
나이가 들어 사망했을 때는 ‘신경 그물망’에 있는 데이터를 데이터버스로 이전할 수 있다.
사람의 의식(consciousness)을 이전하는 것인데 그렇게 될 경우 육체가 아닌 데이터버스를 통해 사망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안 뱅크스의 소설에 심취했던 사람 중에 일론 머스크(Elon Musk)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뇌신경 연구를 위해 2016년 설립한 생체공학 회사 뉴럴링크(Neuralink)를 통해 ‘뉴럴 레이스’를 실현하고 있는 중이다.
뉴럴링크는 지난 7월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그동안 개발한 기술을 공개했다.
원숭이를 통해 컴퓨터 칩을 뇌 안에 심는 실험을 이미 마쳤으며, 이 원숭이 뇌를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2020년 이 기술을 인간에게 직접 적용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실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뉴럴링크에서 개발한 컴퓨터 칩이 이언 뱅크스가 상상한 ‘뉴럴 레이스’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뉴럴링크의 N1 컴퓨터 칩에는 1024개의 실로 된 가닥들이 붙어있으며, 실에 전극이 탑재돼 있다. 96개의 실 가닥으로 이루어진 각 배열마다 3072개의 전극이 부착돼 있어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 칩을 원숭이를 비롯 쥐 등의 동물 뇌 안에 안전하게 심는 실험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뇌를 절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절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레어지 시술을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럴링크에서는 이 기술을 통해 사람과 인공지능이 공생할 수 있는 인간-기계(human-machine)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치매 등 뇌와 관련된 질환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약물 대신 인터페이스로 신경 조절
10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뉴럴링크 등 과학자들의 ‘뉴럴 레이스’ 개발은 현재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구축 단계에 도달해 있는 중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전자공학자인 조지 말리아라스(George Malliaras) 교수는 “최근 과학자들은 개인 사생활, 인격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 인터페이스를 빠른 속도로 실현해내고 있다 ”고 말했다.
개발 목적도 단순한 정보교류에서 난치병 치료로 발전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생체공학자인 팀 데니슨(Tim Denison) 교수는 뇌전증 치료를 위해 개발된 ‘뉴로페이서(neuropacer)’를 예로 들었다.
지난 2013년 이미 미 FDA로부터 임상실험 허가를 받았으며, 뇌과학자들이 인터스페이스 기술을 활용해 이 난치병 환자를 돕기 위한 뇌 관련 다양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으며, 향후 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뉴럴링크와 같이 인공신경망 구축을 위해 설립된 기업들은 병원에서 치료가 힘든 신경 관련 난치병 치료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BIOS의 설립자인 에밀 허웨지(Emil Hewage) 대표는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구축 작업을 통해 심혈관질환, 당뇨병, 관절염과 같은 난치병을 병원에서의 치료 과정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니슨 교수에 따르면 일부 뇌과학자들은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장으로부터 뇌로 전달되는 신호를 제어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SF 작가 이언 뱅크스(1954~2013)가 ‘컬처 시리즈’를 통해 ‘신경 그물망’을 소개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 이 신경망을 통해 인간-기계 인터페이스가 구축되고 있으며, 난치병 치료에 활용되고 있는 중이다.
뇌과학자들은 인터페이스 시스템이 완벽하게 개발돼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9-12-1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