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 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급격히 악화되어 지구 환경이 위험해질 순간을 말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개념을 도입한 적이 있다. 티핑 포인트는 어떤 환경이 일정 기준을 넘어 악화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임계지점을 말한다.
1988년 출범한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바로 이 '티핑 포인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당시에는 기후 시스템의 ‘대규모 불연속’은 지구 온난화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5°C 이상 높은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두 개의 IPCC 특별 보고서(2018년과 올해 9월 발표)에 요약된 정보는 지구 기온이 1~2°C 만 높아져도 티핑 포인트를 초과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네이처(Nature)는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이 티핑 포인트의 절반 이상이 현재 '활동적'이라는 강력한 우려를 발표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변화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남극과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산을 녹게 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했다.
영국 엑스터 대학(University of Exeter) 글로벌 시스템 연구소(Global Systems Institute)의 팀 렌튼(Tim Lenton) 교수는 “되돌릴 수 없는 급속한 변화가 가져올 위협은 더 이상 기다려 볼 필요가 없으며, 상황이 급박해서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동저자인 요한 록스트롬(Johan Rockström)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Pots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 소장은 “우리는 지구 온난화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촉발할 위험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렌튼 교수는 “안정된 지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가 행동에 즉각 나서는 '지구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가 2050년 이전에 화석연료 경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이미 산업화 이전 온도 보다 1.1°C 높아진 현 상황에 비춰볼 때, 2040년에는 지구가 1.5°C 안전선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들은 이것만으로도 비상사태가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빙산, 열대우림, 해류 등 9개 티핑 포인트 제시
과학자들이 정한 9개의 티핑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북극해 빙산 △그린란드 빙산 △아한대 숲 △영구 동토층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아마존 열대우림 △온수 산호 △서남극 빙산 △남극 동부 등이다.
과학자들은 이 중 그린란드, 서 남극대륙 그리고 동 남극의 일부 지역에서 주요 빙산이 붕괴하면 전 세계의 해수면이 10m 정도 높아지는 불가역의 비극이 일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이 과정이 느려지면서 저지대 인구가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이동할 수 있다. 생물권에 관련된 열대 우림, 영구 동토층, 그리고 아한대 숲 등과 같은 티핑 포인트가 합쳐지면 온난화가 증폭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정치인, 경제학자, 그리고 심지어 일부 자연과학자들도 아마존 열대우림이나 남극의 해빙 같은 '지구 시스템'의 '티핑 포인트'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기후 변화 지점이 매우 낮은 확률이라고 가정하고, 대재앙이 발생하더라도 3°C 온난화가 비용-편익 관점에서 최적인 것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렌튼 교수는 “만약 티핑 포인트의 급격한 붕괴로 문명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 발생하면, 경제적인 비용-편익 분석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기후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티핑 포인트를 조정해야 한다면, 비용-편익 관점의 '최적 정책' 권고 사항은 최근 IPCC 보고서의 권고 사항과 일치한다. 즉, 온난화는 1.5°C로 제한되어야 하며 긴급대응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의 연구는 서 남극대륙의 아문센 해(Amundsen Sea)가 티핑 포인트, 즉 얼음, 바다, 암반이 만나는 '접지선'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 연구는 이 부문이 붕괴할 때, 도미노를 쓰러트리는 것과 같은 서 남극 대륙의 나머지 빙판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수 세기에서 수 천년까지 기간에 약 3m의 해수면 상승을 이끈다.
또한 최근의 자료는 동 남극 대륙 빙산의 일부인 윌크스 분지(Wilkes Basin)가 비슷하게 불안정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델링 연구를 해보면 그것은 100년이 넘는 시간대의 해수면 높이에서 3~4m를 더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가속도로 녹고 있는 그린란드 빙하가 어떤 한계점을 지나면, 수천 년 동안 해수면을 7m 증가시킬 수 있다. 그린란드 빙산은 온난화 1.5°C에서 파괴될 수 있는데, 빠르면 2030년에 일어날 수 있다.
온난화를 1.5°C로 제한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로 과학자들은 다른 티핑 포인트들이 지구 온난화의 낮은 수준에서 촉발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의 IPCC 모델들은 1.5°C와 2°C 사이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여럿 발생할 것을 예상했는데, 그중 몇 개는 해빙을 포함하고 있다. 이 얼음은 이미 북극에서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온난화가 2°C 진행될 경우 이 지역 대부분이 여름에 얼음이 얼지 않을 확률이 10~35% 임을 나타낸다.
해양 산성화로 산호 위험
또 다른 위험은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이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바다가 더워지면서 대량의 산호가 하얗게 죽었고,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얕은 물 산호의 절반이 유실되었다. 온난화, 해양 산성화 및 오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2°C 상승할 경우 열대 산호의 99%가 손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해양 생물 다양성과 인간 생물의 심각한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삼림 벌채와 기후 변화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열대 우림인 아마존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아마존 티핑 포인트에 대한 추정치는 40% 삼림 벌채에서 20%의 삼림 표면 손실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1970년 이후 약 17%가 손실을 입었다.
북극 온난화가 지구 평균의 최소 두 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면서, 북극의 아한한 숲은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 이미, 온난화는 대규모로 곤충의 소동을 유발하고 북아메리카 한랭림의 소멸을 초래한 화재의 증가를 불러일으켰다. 북극 영구 동토층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녹기 시작했으며,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보다 약 30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방출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가장 심각한 비상사태는 인간이 살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기후가 닥치는 티핑 포인트에 접근하는 경우이다. 이 같은 파괴적인 상황은 해양과 대기 순환 혹은 온실가스의 상호작용과 피드백을 통해 일어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복합적인 상승작용이 일반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북극해 얼음의 손실은 지역 온난화를 증폭시키고 있으며, 북극 온난화와 그린란드 해빙은 북대서양으로 신선한 물을 유입시키고 있다. 이것은 대양에 의한 전 세계 열과 염분 수송의 핵심 부분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 (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의 20세기 중반 이후 15%의 둔화에 기여했을 수 있다.
그린란드 빙산의 급속한 용해와 AMOC의 추가 둔화는 서아프리카 몬순을 불안정하게 하여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에 가뭄을 야기할 수 있다. AMOC의 둔화는 또한 아마존을 건조시키고, 동아시아 몬순을 방해하고, 남해에 열을 쌓게 하여 남극의 얼음 손실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한편 지구에서는 약 260만 년 전 빙하기에 전 지구적으로 티핑 포인트가 붕괴됐다. 국지적인 티핑은 8만 년에서 1만 년 전 사이에, 마지막 빙하기 전후에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이것은 지구가 상대적으로 약한 힘에 의해서 여러 번 불안정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9-12-0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