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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은희 기자
2005-05-24

"연구는 산업과 사회발전으로 연결돼야" 이철호 한국미생물ㆍ생명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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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산업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산업의 발전은 사회의 발전과 다시 연구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과학도 중요하지만, 실제 산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응용과학에 대한 지원도 매우 중요합니다.”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과에서 만난 이철호 교수(한국미생물ㆍ생명공학회 회장)의 말은 매우 단호했다. 미생물을 이용한 산업화에 반평생을 바쳐온 이철호 교수는 응용과학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살아왔다. 이에 이철호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의 과학적 현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한국미생물ㆍ생명공학회가 가지는 다른 학회와의 차별성은?


"우리 학회의 전신은 1973년 ‘한국산업미생물학회’이다. 보통의 다른 학회들이 학술연구발표 및 교류를 중점에 두는 것과는 달리 우리 학회는 처음부터 연구결과의 응용 및 산업과의 연관성에 대해 중점을 두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미생물과 관련된 학회는 5개(대한미생물학회, 한국균학회, 한국미생물학회, 대한바이러스학회,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 우리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는 발효와 식품공학을 주축으로 한 산업미생물학에 중점을 두고 있다. 회원수는 현재 약 1,800명에 달하며 5개 미생물관련 학회 중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 한국미생물ㆍ생명공학회는 최근 기업과 함께 김치에 대한 심포지엄을 연 것으로 안다. 심포지엄의 성과는 무엇인가?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회장으로서 나의 지론은 학회는 기초연구 분야도 다뤄야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산업화에 적용시키느냐 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종가집 김치’라는 상표로 우리의 주요 먹거리인 김치를 개인적인 수준에서 산업적인 가공물로 탈바꿈한 두산과 같이 심포지엄을 연 것도 이런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이제 김치는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그러나 김치는 발효음식이기 때문에 완제품을 가공처리하여 포장하여도 김치 속의 미생물들에 의해 발효가 계속되어 김치맛을 유지할 수 있는 유통기간이 짧은 것이 문제였다. 이는 김치를 숙성시키는데 필요한 균들이 너무나 다양해서 이를 콘트롤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김치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냉장보관을 해야 하는데, 이는 운반과 저장에 드는 비용을 증가시켜 김치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학회를 통해서 김치를 숙성시키는 주요한 종균을 분리하는 것이 성공했으며, 이를 조절하여 냉장보관하지 않고도 좀더 오랜시간 동안 김치맛을 유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 이 번 심포지엄의 가장 큰 성과이다."


▲ 미생물을 이용한 산업은 어떤 것이 있는가?

"미생물을 이용한 산업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주로 유제품, 장류, 김치 등의 발효식품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미생물의 발효가 반드시 식품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생물은 생물학적 소규모 공장이다. 미생물의 발효를 통해서 식품 외에도 여러 가지 순수 화학물질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알콜 발효를 이용한 주류의 제조이며, 이 밖에도 MSG나 lycine 등도 미생물 발효를 이용하면 매우 싼 값에 순수한 물질을 얻을 수 있으며 그 수율도 매우 높은 편이다. 미생물은 조건만 좋으면 이분법을 통해 단시간에 기하급수적으로 그 숫자가 증가해 얼마든지 수급이 용이하며, 적당한 온도와 양분만 있다면 우리가 화학적인 방법으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성할 수 있는 물질도 매우 간단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 일선의 교수로서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직접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을 느껴본 적은 없다. 연구 분야가 산업에 연관된 분야인데다가 BK21의 자금 지원을 받아서 대학원생들의 등록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오히려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학과를 선택할 때 이공계를 지원하는 비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공계의 붕괴는 연구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의 기간을 흔들기에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BK21 등 국가적인 연구 지원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등록금이나 연구비의 안정적인 지원라인이 확보된 이후, 경쟁을 통해 추가 지원금을 지원하는 방안은 학생들 뿐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더욱더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해주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 요즘 우리 사회는 과학과 사회의 만남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과학자의 사회 참여에 대한 생각은?


"나는 응용과학인 식품공학과의 교수로 25년을 재직해왔다. 과의 특성상 식품공학과는 졸업생의 대부분이 식품회사에 취업하게 된다. 이런 현실에서 식품공학과 교수가 식품회사를 돕지 못한다면 교수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교수는 학생들이 산업계에 진출하여 자신의 몫을 다하도록 가르침과 동시에 정부와 산업계의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식품은 그 특성상 소비자단체와 업체 사이에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이 때 교수들이 나서서 이들 사이에서 오해를 줄이고 자문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적극적 사회 참여라고 생각한다.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동요시키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논리적인 근거와 과학적 배경을 제시하여 사회적 함의를 이끌어 내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역시 과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나라 학계에 바람이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부터 SCI(‘Scientific Citation Index’의 약자로 과학분야의 세계적으로 우수한 전문학술지 등급을 표시한 것) 점수가 매우 중요한 자격 요건이 되어 가고 있다. 물론 권위있는 저널에 좋은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모든 연구자들의 바램이다. 그러나 문제는 SCI는 지나치게 기초과학 논문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산업계에서 참고논문으로 삼을 만한 기술적 논문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SCI 저널에 등재되는 논문들은 주로 영문으로 씌여지는데, 아무리 영문에 익숙하다고 하더라도 한글논문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산업계의 매니저들, 정부 관료들이 보고 쉽게 이해하기에는 한글 논문이 더 유리하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현실에서 우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논문에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즉 Industry Impact Factor 제도를 도입하여, 업계가 학회 논문을 실제 산업에 이용하는 빈도를 측정해 인증해 주는 제도의 도입을 제안하고 싶다."


@box1@

이은희 기자
저작권자 2005-05-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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