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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9-09-03

인간이 수 천년 전부터 지구환경 바꿔왔다 4000년 전까지 지구 절반 정도에 농업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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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구 풍경을 변모시킨 것은 최근에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는 연구가 나왔다.

1만 년 전부터 170년 전까지의 전 세계 토지 이용 실태를 평가한 결과, 수렵-채집인들과 농부, 목축인들이 4000년 전까지 지구 도처에서 상당한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과학자들이 이전에 파악한 토지-사용 재구성에서 나타난 것보다 시기가 훨씬 빠르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미국 워싱턴대 및 애리조나주립대와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등의 국제협동연구진이 참여한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8월 30일 자에 발표됐다. 제목은 'Archaeological assessment reveals Earth’s early transformation through land use' 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렵 채집과 고기잡이가 감소하는 것을 보여주는 지도. 오세아니아의 토지 이용을 강조하기 위해 4개의 섬 그룹을 아이콘(그림 왼쪽)으로 표시. CREDIT: Nicolas Gauthier/Arizona State University for ArchaeGLOBE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렵 채집과 고기잡이가 감소하는 것을 보여주는 지도. 오세아니아의 토지 이용을 강조하기 위해 4개의 섬 그룹을 아이콘(그림 왼쪽)으로 표시. ⓒ Nicolas Gauthier/Arizona State University for ArchaeGLOBE

지구 과거 데이터로 미래 예측

논문 공저자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인류진화 및 사회변화 스쿨 마이클 바튼(Michael Barton) 교수는 “인간이 과거 장기간에 걸쳐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 작용해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미래 환경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하며, “우리 인류는 제로(0) 단계가 아니라 오랜 역사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옛사람들의 행동이 생물다양성에 도움을 주는지 아니면 해를 입히는지 그리고 오랫동안 한 장소에서 지속 가능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지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같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성공과 실패에 대한 연구는 인간이 계속 지구를 변모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아울러 미래의 인간 환경 영향을 예측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지구시스템 모델에도 시사점을 제시한다. 정확한 예측은 현재와 과거의 비교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지만, 모델에 사용되는 지구의 과거를 나타내는 데이터는 인간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도네시아 발리 우부드(Ubud) 지역에서 경사지를 개간해 벼농사를 하는 모습. 인간이 자연을 변형하는 흔한 사례의 하나다.  CREDIT: ANDREA KAY
인도네시아 발리 우부드(Ubud) 지역에서 경사지를 개간해 벼농사를 하는 모습. 인간이 자연을 변형하는 흔한 사례의 하나다. ⓒ ANDREA KAY

연구팀은 이런 점에 의문을 품고 인류의 과거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고고학자들로부터 한층 풍부하고 세계화된 자료 수집에 착수했다.

이들은 먼저 아케오글로브 프로젝트(ArchaeoGLOBE Project)라고 불리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작업을 시작했다. 크라우드소싱은 활동의 전 과정에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익을 참여자들과 공유하는 방법을 말한다.

연구팀은 전 세계에 걸쳐 풍부한 전문지식을 가진 학자들에게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55명이 세계 700개 이상 지역에 대한 답변을 보내왔고, 이는 연구를 위한 주요한 정보가 되었다.

논문 제1저자인 루카스 스티븐스(Lucas Stephens) 펜실베이니아대 박사과정생은 “많은 이들이 인간과 환경 사이의 장기적인 상호작용 연구에 고고학적 지식이 포함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나, 우리 연구와 데이터세트가 실제로 이런 종류의 전 세계적 규모의 협동연구에 처음으로 문호를 개방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농사(비연속적 경작 혹은 농업의 ‘시작’)가 토지 이용률에 따라 확산되는 것을 보여주는 지도.  CREDIT: Nicolas Gauthier/Arizona State University for ArchaeGLOBE
대규모 농사(비연속적 경작 혹은 농업의 ‘시작’)가 토지 이용률에 따라 확산되는 것을 보여주는 지도. ⓒ Nicolas Gauthier/Arizona State University for ArchaeGLOBE

농업과 목축 확산, 기존 연구보다 1000년 빨라

논문 공저자인 니콜라스 고티어(Nicolas Gauthier) 애리조나주립대 박사과정생은 “이렇게 집합된 지식들은 놀랍도록 명확하고, 일관된 그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 그림은 농작물 경작과 목축이 이동되면서 이미 4000년 전까지 전 지구 토지의 40% 이상이 영향을 받았음을 나타낸다. 또한 2000년 전까지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지속적인 경작이 확산, 보편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인용되는 토지-이용 연구인 ‘지구 환경의 역사 데이터베이스(HYDE; the History Database of the Global Environment)가 제시하는 것보다 1000년 이상 빠른 것이다.

전세계 토지 사용 추세. A) 95% 신뢰구간으로 모든 지역에 걸쳐 각각의 토지 이용 형태의 정도에 대한 일반화 적층 혼합모델 추세. B) 도시 중심지의 유무와 함께, 합의 평가(공통>1~20% 지역 토지면적, 확산>20% 지역 토지면적)를 토대로 한 토지-사용 범주 당 각 지역들의 누적 요약.
전세계 토지 사용 추세. A) 95% 신뢰구간으로 모든 지역에 걸쳐 각각의 토지 이용 형태의 정도에 대한 일반화 적층 혼합모델 추세. B) 도시 중심지의 유무와 함께, 합의 평가(공통>1~20% 지역 토지면적, 확산>20% 지역 토지면적)를 토대로 한 토지-사용 범주 당 각 지역들의 누적 요약. ⓒ Reprinted with permission from: ArchaeoGLOBE Project, SCIENCE, August 30 2019 (DOI: 10.1126/science.aax1192)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발표한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냥, 수집, 고기잡이 등으로 정의되는 수렵 채집 생활은 1만 년 전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보편적이었으나 3000년 전까지 세계 절반 이상 지역에서 감소하고 있었다.

목축은 8000년 전까지 서남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북아프리카와 유라시아 같은 건조한 지역으로 퍼져 나가 4000년 전까지 보편적인 생활양식이 되었다.

일부 농업 형태는 6000년 전쯤에 이르러 전 세계의 거의 절반 정도되는 지역에서 행해졌고, 3000년 전까지 널리 확산됐다.

한편 농업은 식량 생산 수단으로서 일반적으로 수렵 채집을 ‘대체’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수렵과 동시에 발생했고 또는 보완적인 식량 확보 수단으로 생겨났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9-09-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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