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지질학자인 스티븐 모이즈시스(Stephen Mojzsis) 교수 등 미‧일, 노르웨이 공동연구팀이 지구 생성 초기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간표를 작성해 공개했다.
이 시간표에 따르면 지구가 생성되기 시작한 44억 8000만 년 전 주변 우주환경은 극도의 혼돈(chaotic) 상태였다. 주변을 수많은 혜성과 소행성, 원시행성들이 물결처럼 떠돌고 있었는데 이들이 태양계로 빨려 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충돌이 일어났고, 그중 일부가 크고 작은 행성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것. 생성된 행성 중 거대한 행성들은 태양계를 벗어났지만 그렇지 않은 행성들은 지구처럼 궤도에 남아 태양계를 형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지구 연대보다 더 앞당겨
모이즈시스 교수팀은 그동안 관측을 통해 밝혀진 소행성, 혜성 등과 관련된 기록을 분석하며 태양계 형성 과정을 역으로 추적해왔다.
그 결과 ‘거대한 행성 이주(giant planet migration)’라 불리는 태양계 형성 과정이 44억 8000만 년 전에 이루어졌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이런 추정은 그동안 다른 과학자들이 추정한 연대보다 더 앞당겨진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약 45억 년 이전에 태양계가 형성됐으며 그 과정에서 지구(Earth) 등의 행성이 탄생한 것으로 추정해왔다.
모이즈시스 교수는 13일 ‘라이브 사이언스’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태양계 형성 과정을 통해 태양계 외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지구상에 언제 생명체가 생겨났는지 더 정확한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언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한 연대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에 발표한 지구 생성 연대표를 통해 지구 탄생과 관련한 후속 연구, 그중에서도 특히 지구 생명체 탄생과 관련된 연구에 중요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연구 결과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논문은 13일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Onset of Giant Planet Migration before 4480 Million Years Ago’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태양계 형성 초기 지구와 유사한 지구형 행성들(terrestrial planets)은 주변을 떠돌고 있는 수많은 혜성을 비롯, 소행성, 미행성 등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지구형 행성들은 충돌에 따른 열로 인해, 그리고 화학적 작용으로 인해 탄탄한 행성 표면을 형성하게 됐다는 것.
새 연대표에 따라 생명체 연구 가능
그동안 과학자들은 지구형 행성을 탄생하게 한 이런 충돌들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원인과 속도를 밝혀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추측만 무성할 뿐 뚜렷한 이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즈시스 교수 연구팀은 지구형 행성 연대가 소행성 운석들로부터 밝혀낸 방사능 연대측정 데이터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모호한 상황에 처해 있던 지구 생성연대의 비밀을 추정해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수집해온 소행성 운석과 관련된 방사능연대측정 데이터를 태양계 형성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컴퓨터 프로그램 ‘다이내미컬 모델(dynamical models)’에 적용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약 40억 년 전까지 태양 주변의 지구형 행성들이 끊임없는 충돌로 행성 표면이 변해가고 있었다는 것.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처럼 소행성과의 충돌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소행성 외에 혜성, 미행성 등 미세한 행성들과의 충돌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었다.
연구에 공동 참여한 도쿄 지구‧생명과학연구소(Earth-Life Science Institute)의 레이먼 브레이저(Ramon Brasser) 박사는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생성 시기도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44억 8000만 년 전에 태양계가 생성되기 시작해 40억 년 전까지 4억 8000만 년 동안 충돌과 생성 과정이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46억 년 전부터 40억 년 전 사이 지구 생성 시기를 말하는 헤이디언 이언(Hadean eon)을 훨씬 앞당긴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명왕누대(冥王累代)로 번역하는 이 시기 동안 분진과 기체의 강착, 소행성들의 충돌, 핵, 맨틀 및 지각의 형성, 원시상태의 대기와 해양의 발달 등과 같은 엄청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지구가 지금의 모습을 형성했다고 추정해왔다.
그동안 지구 생성과 관련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거듭해왔다. 지구 역사를 측정하는데 기준이 됐던 달의 암석들은 지구 암석 성분과 별 차이가 없어 기존의 행성 충돌설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지구 생성과 관련된 논란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이즈시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특히 지구상에서 언제 생명체가 탄생했는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창을 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연구를 통해 작성한 지구 생성 연대표에 따라 지구에 살고 있는 유기체의 기원을 44억 년 전으로 앞당길 수 있으며, 이 시기를 기반으로 생명체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전 콜로라도 대학교수인 나이절 켈리(Nigel Kelly) 박사, 오슬로 대학 행성과학연구소의 올렉 아브라모프(Oleg Abramov ) 박사 등이 함께 참여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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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8-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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