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혹은 전화선이 세상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하는 순환적 네트워크를 작은 화폭에 표현한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1980년대 네오지오(Neo Geo)미술을 선도한 피터 핼리가 오는 28일까지 카이스 갤러리에서 지난 1999년에 이어 두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피터 핼리는 예일대 미술대 학장으로 한국계 미술학도들과 친숙하게 지내는 문화인이자 인터뷰 위주의 잡지 '인덱스'의 창간인겸 발행인으로 1인 다역의 미술인이며 미술시장의 인기작가이다.
피터 핼리는 1980년대 사각형과 직선의 네트워크 구조로 짜여진 새로운 추상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피터 핼리는 초기 기하추상화가들이 지향했던 미술과 미래, 삶과 이상의 유토피아적 의미를 거부하는 대신에 엄격한 기하학적 구도와 이미지를 통해 권력과 통제를 암시하는 세상을 표현했다.
특히 그의 작품 세계는 사각형으로 표현된다. 가로 세로의 직선이 교차하는 사각형은 우리들의 주거공간인 아파트나 독방, 고립되고 인적이 드문 감옥의 방, 그리고 컴퓨터 회로와 도관을 감추고 있는 현대 건물의 외양 등의 공간일 수도 있고, 사각형을 가로지르는 선들은 더욱 폐쇄된 곳의 창살 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피터 핼리는 작품을 걸기 전에 벽을 먼저 칠하고 그 벽 위에 컴퓨터 회로 같은 사각형의 선들을 그리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적 색채를 표현하고자 카이스 갤러리의 커다란 벽면을 사전 조사한 후 벽면을 옥색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옥색 벽면에 그려진 수많은 폐쇄 회로들과 그 위에 걸린 강렬한 사각형들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줌에도 불구하고 <감옥, Prison> <독방, Cell>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감옥 같은 현대사회를 느끼게 한다.
카이스 갤러리 전시장의 한 벽면을 벽지로 채운 벽화에 작가가 직접 쓴 에세이를 한글로 번역해 표현한 디지털 벽화가 전시되었다. 디지털 벽화는 벽지작업과 프랙탈한 문양의 작품을 디지털 그래픽으로 합성해서 만든 벽지를 설치한 작품으로 추상적으로 변형한 한글 이미지가 돋보인다. 이 작품은 서울대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예일대에서 학위를 받은 그의 한국인 조수의 도움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 강렬한 색채의 작품들과 함께 마치 핵에서 유출되는 방사선의 발산 혹은 현대인의 억압된 구조의 폭발을 선보이는 <폭발하는 방들>이라는 작품을 전시했다. 피터 핼리은 사각형의 기하학적 추상을 통해서 현대의 고립된 사회를 말하면서, 현대인들의 의사소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과학이 발달하고 기계화 되면서 통신기구들이 많이 만들어졌지만,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단절된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으로 사는 우리들. 팝아트 미술가 앤디 워홀과 추상화가 피카소 등의 기하학적 요소의 영향을 받은 피터 핼리의 기하학적 추상 세계의 작품들을 통해서 전화 통화, 영상, 컴퓨터 데이터 등을 통한 현대인의 의사소통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전 시 회 : 피터 핼리전
전시기간 : 2005.04.27- 05.28
전 시 장 : 카이스 갤러리
전시시간 : 10:00~18:00 공휴일 휴무, 전시기간 무휴
문 의 처 : 02-511-0668
사 이 트 : 카이스 갤러리 http://www.caisart.com
- 공채영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5-05-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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