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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9-07-15

세포는 어떻게 서로 소통할까? 다세포 시아노박테리아 분자 운반 방법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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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류(藍藻類)라고도 불리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종류의 박테리아로 알려져 있다.

진화의 측면에서 이 박테리아는 매우 오래됐다. 이들의 조상은 25억 년 전 지구상에 처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고대 박테리아들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산한 덕분에 더욱 고등한 형태의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본다.

일부 시아노박테리아 종은 실 모양의 다세포 생물체로서 분화된 세포 기능을 발달시켰다. 어떤 세포들은 광합성을 수행하는가 하면, 다른 세포들은 대기의 질소를 고정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 형태로 에너지를 얻고, 질소를 사용해 단백질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을 생성한다.

그러면 시아노박테리아의 개별 세포들은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물질을 교환할까?

광합성 세포들은 질소를 고정하는 자매 세포들에게 지속적으로 당을 공급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아미노산은 그 반대 방향으로 운반, 공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시아노박테리아는 특별한 세포 교차점(junction)을 개발했다. 이 접점을 통해 세포가 융합되지 않고도 영양분과 메신저가 세포 경계를 가로질러 교환된다.

필라멘트성 시아노박테리아의 한 속인 아나배나(Anabaena) 세포 사이의 연결에는 수많은 특수 통로(옅은 초록)가 설치돼 있다.  CREDIT: Videostill, ETH Zurich
필라멘트성 시아노박테리아의 한 속인 아나배나(Anabaena) 세포 사이의 연결에는 수많은 특수 통로(옅은 초록)가 설치돼 있다. ⓒ Videostill, ETH Zurich

세포의 맥락에서 구조 해독

지금까지 필라멘트성 다세포 시아노박테리아에 있는 세포 교차점의 자세한 구조와 정확한 기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와 독일 튀빙겐대 연구팀은 생명과학저널 ‘셀’(Cell) 최근호에 다세포 시아노박테리아의 세포 대 세포 연결과 관련한 구조와 기능에 대해 전례 없이 상세한 세부사항을 밝혀내 관심을 모은다. (관련 동영상)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시아노박테리아 아나배나 속(Anabaena genus)의 세포 격막 교차점에 대해 상술했다.

연구 결과 세포와 세포의 연결 통로는 단백질 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양 끝이 플러그로 봉인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이 관은 카메라 조리개 구멍과 매우 흡사하게 배열된 다섯 개의 팔이 있는 단백질 원소로 덮여 있었다.

이 통로들은 상이한 세포 막과 세포 벽을 통과해 인접한 두 세포의 세포질을 연결했다. 세포들은 몇 나노미터 크기의 아주 얇은 간격으로 분리돼 있었다.

ETH 분자생물학 및 생물물리학 연구소 마르틴 필호퍼(Martin Pilhofer) 교수는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전통적인 전자현미경으로 이 세부사항을 명확하게 살펴보려 했으나 실패했다”며, “우리는 확장된 저온전자현미경 관찰법(cryo-electron microscopy)으로 이전에는 달성할 수 없었던 정밀도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필호퍼 교수의 박사과정생인 그레고르 바이스(Gregor Weiss) 연구원은 저온전자현미경을 통해 세포 통로들을 시각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바이스 연구원은 얼린 시아노박테리아 표본을 사용해 이 표본이 충분히 얇아질 때까지 두 세포 사이의 교차점을 층층이 갈았다. 이 같은 전처리 과정이 없었다면 구형의 세포는 너무 두꺼워서 저온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가 어려웠다.

현미경으로 본 시아노박테리아군 CREDIT: Wikimedia / NASA
현미경으로 본 시아노박테리아군 ⓒ Wikimedia / NASA

누출 방지를 위한 메커니즘

칼 포르히하머( Karl Forchhammer) 튀빙겐대 미생물학 교수는 “연결 통로 구조가 복잡해 우리는 이 통로를 열고 닫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지 의구심을 품었다”고 말했다.

포르히하머 교수팀은 실제로 서로 다른 스트레스 조건 하에서 복잡한 구조 속의 세포들이 어떻게 서로 소통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이들은 시아노박테리아를 형광염료로 염색한 다음 개별 세포들을 레이저로 표백했다. 이어 이웃 세포들로부터 염료가 유입되는 양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사용해 통로들이 실제로 화학물질로 처리되거나 어두울 때는 닫힌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었다. 줄 세공을 한 캡 구조로 이루어진 연결 통로가 눈의 홍채처럼 닫혀 세포 사이의 물질 교환을 막았다.

연구팀은 형광의 정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관찰해 이 같은 현상을 알아냈다.

포르히하머 교수는 “이런 폐쇄 메커니즘이 다세포 유기체 전신을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해로운 물질이 이웃 세포들로 들어가 유기체 전체를 파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또 이 통로를 사용해 개별 세포들이 기계적으로 손상될 경우 전체 네트워크의 세포 내용물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나배나 세포(왼쪽)의 교차점들은 특수 통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구조(왼쪽에서 세 번째 그림)는 이번 연구에서 ETH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고해상도로 설명되었다.  Graphic: Gre¬gor Weiss / ETH Zurich
아나배나 세포(왼쪽)의 교차점들은 특수 통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구조(왼쪽에서 세 번째 그림)는 이번 연구에서 ETH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고해상도로 설명되었다. ⓒ Gre¬gor Weiss / ETH Zurich

“퍼즐의 또 한 조각 추가”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계통이 서로 다른 다세포 생물들이 진화 과정에서 반복적이며 독립적으로 세포 교차점을 ‘발명’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필호퍼 교수는 “이것은 다세포 생물에서 개별 세포 사이의 물질 운반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준다”고 말했다.

ETH 연구팀은 시아노박테리아를 이용해 세포 통로의 구조와 기능을 명확히 설명해 냄으로써 생명 현상 퍼즐의 또 한 조각을 추가했다.

필호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어떤 응용가능성에 초점을 두지 않은 기본적인 생물학 연구로, 새로운 데이터는 복잡한 생명체 진화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9-07-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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