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물의 흐름은 유체 역학으로 기술한다. 그러나 계곡과 강, 바다를 흐르는 물은 유체 역학으로 기술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심지어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을 관찰하다 보면 이해가 어려운 독특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그중 하나가 ‘하이드롤릭 점프’다.
하이드롤릭 점프는 싱크대에 물을 틀어 놓을 때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싱크대에 물을 틀어 놓고 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동그랗게 퍼지면서 원형 띠가 나타난다.
이 현상이 독특한 이유는 경계면에 생긴 '원'에 있다. 싱크대 바닥을 흐르는 물이 경계면 지점에서 갑작스럽게 쌓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물이 얇은 층을 이루며 퍼지다가 일정 구간이 되면 높은 층으로 마치 점프하듯 이동한다.
베르누이 방정식에 따르면 빠른 속도의 물이 속도를 줄여 천천히 흐를 때 그 운동에너지는 위치에너지로 변환된다. 물의 높이(두께)가 증가해 점프하듯 보이는 것이다.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이 빠르게 떨어져 싱크대 바닥과 부딪힌 후 바닥을 따라 흐를 때에도 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구간에서 하이드롤릭 점프가 나타난다. 문제는 '어느' 지점에서 점프가 일어나는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하이드롤릭 점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처음으로 기록하여 알려졌다. 수 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하이드롤릭 점프가 중력과 관련된 현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하이드롤릭 점프를 기술하는 방정식은 중력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그러나 이 방정식을 통해서는 하이드롤릭 점프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하이드롤릭 점프를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화생명공학과 박사과정의 라제쉬 바겟(Rajesh K. Bhagat)과 동료 연구자들은 유체 역학 저널을 통해 하이드롤릭 점프가 중력보다 물 자체의 점성과 표면장력에 의해 생기는 현상임을 밝혔다.
빠른 속도로 흐르던 물이 자체 점성과 표면장력에 의해 한 임계점에 이르면 속도가 비약적으로 감소하고, 이에 따라 흐르던 방향으로 물이 쌓여 하이드롤릭 점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라제쉬 연구팀은 비교적 간단한 실험을 설계해 이를 증명했다. 평평하게 수평을 맞춘 표면에 물을 분사해 하이드롤릭 점프를 만들고, 표면을 다양한 각도로 기울여 보며 초기의 ‘점프’ 순간을 초고속 카메라로 분석했다.
중력이 하이드롤릭 점프의 주요 변수였다면 수평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각도에서 휘어진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실험 결과, 하이드롤릭 점프가 모두 같은 지점에서 발생했다.
반면 글리세린을 섞어 점성을 변화시키거나, 황산 소듐 도데실 벤젠을 섞어 표면장력을 약하게 만들었을 때는 하이드롤릭 점프의 초기 위치 값이 달라졌다. 즉, 점성과 표면장력의 힘, 그리고 액체의 관성이 균형을 맞추는 지점에서 하이드롤릭 점프가 발생했다.
하이드롤릭 점프를 예측하는 것은 여러 산업에 응용될 수 있어 중요하다. 유체는 유속이 빠를수록 유압이 증가하고, 열전도율이 높다.
하이드롤릭 점프가 일어나기 이전까지의 빠른 유속을 이용하면 효율적인 냉각이 가능하다. 적합한 사례로는 비행기 터빈 또는 실리콘 반도체의 냉각에 사용될 수 있다.
또한 하이드롤릭 점프는 전통적으로 공학 설계에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운하 또는 댐을 건설할 때, 물의 흐름을 예측하고 설계한 방향대로 물이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유속 변화에 따른 구조물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하이드롤릭 점프가 일어나는 지점을 예측하는 것 중요하다. '물속'을 아는 과정은 만만치 않지만, 그 효용성은 인류의 도시 문명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둥이다.
- 김효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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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7-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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