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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6-24

수명연장의 꿈 이루어지나? 아직 시작에 불과…과학계 ‘과대망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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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미국의 부동산업자인 제임스 스톨(James Stole)이란 사람이 ‘급진적 수명연장연맹(Coalition for Radical Life Extention)’을 창립했다.

이 기구는 인간의 수명 연장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특히 과학을 통해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2016년 8월 의학자, AI 전문가, 생명공학자, 미래학자 등이 모인 가운데 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라드 페스티벌(RAAD)’을 개최한 바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을 수명연장주의자(life extentionists), 혹은 장수주의자(longevists), 영생주의자(immortalists)라고 부른다. 줄기세포 및 유전자 치료, 재생의학, 장기이식 등을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호칭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노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생체지표를 찾고 있는 가운데 장수를 열망하는 비과학적인 주장이 난무하고 있어 노인학자들을 고민케 하고 있다. ⓒgeneticliteracyproject.org
많은 과학자들이 노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생체지표를 찾고 있는 가운데 장수를 열망하는 비과학적인 주장이 난무하고 있어 노인학자들을 고민케 하고 있다. ⓒgeneticliteracyproject.org

수명연장주의자들 150세 수명 원해

그러나 수명연장주의자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4일 ‘가디언’ 지는 수명연장주의자들을 두 부류로 분류했다. 첫 번째 부류는 과학 연구를 통해 수명을 점차 연장해나갈 수 있다고 보는 이성주의자들(rationalists)이다.

‘급진적 수명연장연맹’을 설립한 제임스 스톨은 두 번째 부류에 속한다. 150살까지 살기를 원하는 스톨처럼 자기 사업을 하면서 과학자들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를 고대하고 있는 그룹을 말한다.

그중에는 세계적인 기업인,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가와 같은 돈이 많은 사람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수명 연장의 꿈을 안고 새로운 그룹을 형성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수명 연장을 위한 아이디어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비법들이 식이요법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노쇠한 세포를 새로운 줄기세포로 교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과학자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많은 수명연장주의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그리스 출신의 의사이면서 영국장수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마리오스 퀴리아지스(Marios Kyriazis) 박사는 오래지 않아 다양한 장수 비결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이 급한 수명연장주의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자기만의 비법(?)으로 장수 비결을 선보이고 있다.

제임스 스툴은 오랜 경험을 통해 입수한 장수 비결에 따라 식단을 만들어 이를 정제화한 후 매일 복용하면서 이 방식을 외부에 홍보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인 짐 멜론(Jim Mellon)은 ‘젊음(Juvenescence)’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75세를 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10~20년을 더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책에서 기록한 장수 비법을 통해) 110세까지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화 생체지표 찾고 있지만 ‘시작’ 단계 

이 같은 주장들이 난무할 수 있는 근거는 노인학(gerontology)이다.

노인의 소득과 건강, 주거, 여가생활 등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의 한 분야를 말한다. 그러나 노인 문제를 포괄적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노인병학(geriatrics)과는 구별된다.

세계적으로 노인학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최근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노인학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노인학자들 역시 노인들이 겪는 질병을 치료하고, 사람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영국의 생의학자이면서 노인학자인 오브리 드 그레이(Aubrey de Grey) 캠브리지대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을 통해 “노인병에 걸리지 않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 교수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불멸이나 영생을 목표 지점에 놓고 있는 일부 연구에 관한 것이다. 그는 “노인학 연구가 알츠하이머, 심혈관계 질환 등 노인성 질병 치료에 집중되고 있다.”며, “일부 노인학자들이 불멸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과대망상의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노인학자들의 연구 결과나 발언이 종교적 예언자들이 말하듯이 영생, 불멸로 비화되는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G)의 리처드 호즈(Richard Hodes) 원장은 “다양한 동물 실험을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되고 있지만 이 방식을 다른 포유류 동물들에게 적용했을 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노화와 관련된 근본적인 원인을 추적하고 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1년 장수 재단(Longevity Fund)을 설립한 생물학자인 로라 데밍(Laura Deming) 박사는 “재단에서 지원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통해 노화의 원인이 되는 생물학적 생체지표(biomarker)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표들은 기능이 저하된 세포, 또는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것으로 아직까지 명확한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데밍 박사처럼 많은 노인학자들이 노화의 원인이 되는 생체지표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예상대로 그 지표를 찾아냈을 경우 치료를 통해 노화를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고, 100살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람은 기계처럼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화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정신적인 요인을 비롯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라는 것이 과학계 정설이다.

더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제임스 스톨의 열망은 이해하지만 이로 인해 노인학이 방향을 잃고 비과학적인 논란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노인학에 뛰어든 많은 과학자들이 크게 우려하고 중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6-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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