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연대측정은 오래된 암석이나 화석의 연령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방사성 연대측정법은 방사성 원소가 붕괴를 일으켜 본래의 양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기간인 ‘반감기’를 이용하여 연령을 알아낸다.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나 붕괴 속도는 원소 고유의 특성으로서 이미 정해져 있다.
원소의 반감기와 붕괴 속도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초기 원소(모원소)와 붕괴산물(딸원소)의 존재 비율을 통해 붕괴 횟수와 연령를 측정할 수 있다.
18족 원소인 아르곤(Ar)을 이용한 연대측정법은 지질시대 전 기간에 걸쳐 화산 폭발 시기, 화산암 근처 인류 화석의 연령을 알아내는데 사용되고 있다.
칼륨-아르곤 연대측정, 오래된 암석 측정에 유리
칼륨-아르곤 연대측정은 방사성 원소인 칼륨-40번과 붕괴 산물인 아르곤-40번을 이용한 연대 측정법으로 1960년에 개발됐다.
칼륨은 자연계에서 칼륨-39번, 칼륨-40번, 칼륨-41번으로 세 종류의 질량을 갖는 동위원소 상태로 지구에 존재하고 있다. 숫자가 클수록 무거운 원소이다.
칼륨-39번, 칼륨-41번은 자연계에서 안정한 상태로 존재한다. 반면 칼륨-40번은 불안정 동위원소로서 방사능 붕괴를 통해 안정한 상태에 도달하고자 하는 성질이 있다.
칼륨-40번은 반감기가 12억 5000만 년으로 매우 길어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암이나 현무암의 연대측정에 사용된다.
칼륨-40번이 연쇄적으로 붕괴를 하면 딸원소인 칼슘(Ca)-40번과 아르곤-40번을 만든다.
칼슘-40번은 자연계에 흔히 존재하기 때문에 방사능 붕괴로 생긴 것인지 원래 존재하던 것인지 알기 어려워 연대측정에는 아르곤-40번을 사용하고 있다.
용암처럼 화산암이 용해된 상태에서는 방사능 붕괴를 통해 생성된 아르곤-40번이 모두 밖으로 빠져나간다.
아르곤은 비활성 기체이기 때문에 다른 원소와 화학적 반응이 없고 용암에서 쉽게 방출된다.
용암이 식어 암석이 생성되면, 그 이후에 붕괴된 아르곤-40번은 암석 내에 갇히기 시작한다.
이렇게 갇힌 아르곤-40번의 양과 칼륨-40번의 양을 비교해 암석의 연령을 결정한다.
한편, 칼륨-아르곤 연대측정은 동일한 시료 2개를 가지고 각각 칼륨-40번과 아르곤-40번의 양을 측정한다.
고체인 칼륨-40은 원자흡수분광광도계나 화염광도계를 사용해 측정하며, 기체인 아르곤-40은 용광로에서 시료를 가열하여 발산된 양을 질량분석기를 통해 측정한다.
아르곤-아르곤 연대측정, 최신 연령 및 정밀도에 유리
칼륨-아르곤 연대측정법은 동일한 시료가 2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두 시료가 이질적인 경우 오차가 커지는 문제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아르곤-아르곤 연대측정법이 개발되었다.
아르곤-아르곤 연대측정법은 칼륨-40번과 아르곤-40번의 비율을 사용하기 때문에 칼륨-아르곤 측정법과 근간은 같다.
다만, 칼륨-40번을 직접 측정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만든 아르곤-39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측정한다. 때문에 한 개의 시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료를 원자로에 넣고 중성자를 조사하면 칼륨-39번은 아르곤-39번으로 변한다. 이때 아르곤-39번의 양을 측정하면 칼륨-39번의 양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계에서 칼륨-39번은 92.23%, 칼륨-40번은 6.73%의 비율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 존재비와 칼륨-39번의 측정량을 토대로 칼륨-40번의 양을 알아낼 수 있다.
아르곤-아르곤 연대측정법은 하나의 시료만 사용할 뿐만 아니라 현재에 더 가까운 시기의 시료를 높은 정밀도로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기 인류의 이동시기를 앞당기다
아르곤 연대측정법은 아프리카에서 벗어난 초기 인류 화석의 연령을 측정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루지야 공화국과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발견된 인골 화석들의 연대측정은 초기 인류의 아프리카 탈출 연대를 50만 년이나 앞당기는 증거가 됐다.
그루지야에서 발견된 초기 플레이스토세 인류 두개골 화석의 연대측정에는 화석이 발견된 퇴적층의 기저를 이루는 현무암 시료가 사용되었다.
이 현무암의 연령을 칼륨-아르곤, 아르곤-아르곤 연대측정법으로 측정한 결과 약 180~2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발견된 초기 호모에렉투스로 추정되는 인골 화석도 연대 측정 결과 180~19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아르곤 연대측정 결과들은 다른 과학적 방법에 의해 검증되고, 다양한 고고학적 발견들과 함께 해석되었다.
그 결과 초기 인류가 150만 년 전에 이미 아프리카를 벗어나 북쪽과 동쪽으로 퍼져나갔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화산 폭발 시기와 고고학 유물의 기원 밝혀
아르곤-아르곤 연대측정법은 베수비오 화산분출물과 영국 스톤헨지에서 발견된 손도끼의 연대측정에 사용되기도 했다.
베수비오 화산은 서기 79년 8월 24일에 폭발해 폼페이를 덮어버린 유명한 화산이다.
폼페이 유적지에서 얻은 부석쇄설물의 아르곤-아르곤 연대측정 결과를 역사적 기록과 대조한 결과 오차가 5% 내외에 불과했다.
이는 아르곤을 이용해 2000 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연령의 시료로도 정밀한 연대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르곤-아르곤 연대측정법은 영국 남부의 스톤헨지 손도끼의 기원을 밝히는 데에도 사용됐다.
손도끼는 유문암질 응회암으로 만들어졌는데, 연대측정 이전에는 웨일스 남부의 선캄브리아대에서 고생대 초기에 발달한 화산암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아르곤-아르곤 연대측정 결과 손도끼가 고생대 석탄기에 생성된 것으로 나타나 웨일스 화산암과 시기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훗날 손도끼가 스코틀랜드의 미들랜드 계곡 응회암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 정현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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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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