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지구는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이다. 지구는 많은 양의 물과 비교적 큰 달을 가지고 있다. 달이 있기때문에 지구의 축은 안정적이다. 많은 물과 안정적인 축은 지구에서 생명체가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렇다면 지구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물이 생겨났을까? 독일 뮌스터 대학(University of Münster) 행성과학자들은 약 44억 년 전에 달이 생성되면서 물이 지구에 생겼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지구가 화성 크기 만한 몸체에 부딪치면서 달이 형성되었다는 ‘거대충돌가설’은 달 형성과 관련된 가설 중 과학자들이 가장 지지하는 이론이다. 지구와 부딪힌 물체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을 본 따 테이아(Theia)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테이아가 지구 근처 태양계에서 유래했다고 추정해 왔다. 하지만 뮌스터 대학 연구원들은 테이아가 태양계 바깥에서 왔고, 테이아가 지구에 많은 양의 물을 가져왔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0일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저널에 발표됐다.
지구는 '건조한' 내부 태양계에서 형성되었다. 태양계 어느 행성에도 지구 같이 많은 물이 있는 곳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태양계 안에 자리잡은 지구에 물이 많은 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다.
태양계 외부에서 온 테이아, 원시 지구와 충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 45억 년 전에 태양계가 형성되었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전의 여러 연구들은 태양계가 '마른' 물질과 '습한' 물질로 분리되어 구조화됐다고 밝혀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물이 풍부한 '탄소' 운석은 태양계 바깥에서 온 반면, 건조한 '비탄소' 운석은 내측 태양계에서 왔다.
이전 연구들은 탄소를 함유한 물질이 물을 지구로 가져오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탄소 함유 물질, 다시 말해 물이 언제 어떻게 지구에 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뮌스터 대학 행성학 연구소의 게릿 버드(Gerrit Budde) 박사는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몰리브덴 동위원소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몰리브덴 동위원소는 탄소 물질과 비탄소 물질을 명확히 구별하므로, '물질의 유전자 지문'과 같다. 몰리브덴은 그 물질이 태양계 내부에서 왔는지, 태양계 외부에서 왔는지를 구분하는 기준점이 된다.
뮌스터 대학 연구원들이 측정한 바에 따르면 지구의 몰리브덴 동위원소 구성은 탄소와 비탄소 운석 사이에 있다. 이는 지구의 몰리브덴 중 일부가 태양계 바깥에서 유래했음을 보여준다. 몰리브덴의 화학적 성질은 철을 좋아하는 원소인 만큼 지구 몰리브덴의 대부분은 지구 내핵에 자리잡고 있다.
몰리브덴 동위원소 구성 분석
이번 연구의 제2저자인 크리스토프 부르크하르트(Christoph Burkhardt) 박사는 "오늘날 지구 맨틀에서 접근 가능한 몰리브덴은 지구 형성 후반에 생성됐으며, 초기 단계의 몰리브덴은 지구 내핵에 있다"고 설명했다.
즉 뮌스터 대학 연구팀은 태양계 바깥에서 온 탄소 물질들이 지구에 늦게 도착했음을 입증한 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들은 지구 맨틀에 있는 몰리브덴의 대부분이 44억 년 전 지구와 충돌하여 달을 태어나게 한 원시행성 테이아에 의해 공급되었다고 밝혔다.
지구 맨틀에 있는 몰리브덴의 상당 부분이 태양계 바깥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테이아 또한 태양계 바깥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그 충돌은 지구 전체 물의 양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탄소 물질을 제공했다.
지구에 풍부한 물을 달의 형성과 연관시켜 발표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독특하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이 대학의 소르스텐 클라인(Thorsten Kleine) 행성학 교수는 "간단히 말해서 달이 없었다면 지구상에 생명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9-05-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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