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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9-05-14

레고처럼 조립하는 플라스틱 개발 산성 용액서 단당제로 분리…재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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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우면서도 튼튼한 플라스틱은 생활용품에서 산업용품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된다. 단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처분도 힘들다.

플라스틱에는 염료, 필러, 화염 지연제 등 다양한 첨가제가 들어 있어서 성능이나 미관의 손실 없이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은 거의 없다.

재활용이 쉬운 플라스틱으로 분류되는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도 20-30%만이 재활용된다. 나머지는 소각장이나 매립지에 보내는데, 그곳에서 탄소가 풍부한 플라스틱이 분해되려면 수 세기가 걸린다.

레고 처럼 분자수준에서 조립하는 PDK 플라스틱이 개발됐다. ⓒ Pixabay
레고 처럼 분자수준에서 조립하는 PDK 플라스틱이 개발됐다. ⓒ Pixabay

최근에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 바다를 오염시킬 뿐 아니라, 이를 먹은 새, 물고기, 고래 등이 죽은 시체로 발견되면서 국제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는 레고 조각처럼 분자 수준으로 분해한 다음 다시 다른 모양의 형태나 질감 및 색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재활용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폴리(poly) 또는 단순히 PDK(poly diketoenamine)라고 하는 이 새 물질에 대한 연구결과는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emistry) 저널에 발표됐다.

버클리 연구소의 피터 크리스텐슨(Peter Christensen)박사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재활용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분자 수준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재활용 어렵게 하는 화학첨가물 분리

모든 플라스틱은 중합체(polymer)라고 불리는 큰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중합체는 단량체(monomer)라고 불리는 짧은 탄소 함유 화합물의 반복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의 해결책은 플라스틱을 유용하게 만드는 화학 첨가물에서 찾아야 한다. 플라스틱을 단단하게 만드는 충전제나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드는 가소제와 같이, 화학첨가제는 단량체에 단단히 묶여 있다. 이들은 재활용 공장에서 처리된 후에도 플라스틱에 그대로 남아 있다.

재활용 공장에서는 단단한 플라스틱, 신축성 있는 플라스틱, 투명한 플라스틱, 사탕 색깔의 플라스틱 등 다양한 화학 성분을 가진 플라스틱을 함께 섞어 조각낸다. 플라스틱 조각을 녹여 새 재료를 만들 때, 원래 플라스틱에서 어떤 성질을 물려받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렇게 원재료를 알 수 없는 플라스틱은 재활용을 어렵게 만든다.

소비자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다시 사용하는 순환(circular) 재활용과, 더욱 좋은 재질로 향상시키는 업사이클(upcycle) 재활용이다. 단량체를 오랫동안 재사용하는 것은 순환(circular) 재활용에 해당한다.

플라스틱 재활용에서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것은 플라스틱의 단량체를 되풀이해서 '순환'으로 재사용하거나, 혹은 더 좋은 품질의 새로운 플라스틱으로 '업사이클'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재활용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순환'이나 '업사이클'이 어렵기 때문에,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쇼핑백은 닳아 찢어지면 소각되거나 쓰레기 매립지에 들어간다.

기존의 플라스틱과는 달리, PDK 플라스틱은 높은 산에 넣으면 단량체로 분리된다. ⓒ 로렌스버클리 연구소
기존의 플라스틱과는 달리, PDK 플라스틱은 높은 산에 넣으면 단량체로 분리된다. ⓒ 로렌스버클리 연구소

높은 산에 넣으면 단량체로 분해

PDK 플라스틱은 높은 산성 용액에 담그면, 어떤 복합 첨가물도 분리할 수 있다. 산이 단량체 사이의 결합을 끊고 플라스틱을 화학 첨가물에서 분리하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같은 연구팀의 브렛 헬름스(Brett Helms) 박사는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에서 여러 번 사용하는 '순환'으로 바꾸는 화학 작용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지금까지는 전혀 재활용이 어려웠던  접착제, 전화 케이스, 시계 밴드, 신발, 컴퓨터 케이블, 뜨거운 플라스틱 소재 등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크리스텐슨 박사는 PDK 접착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산을 유리에 바르는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PDK 플라스틱의 순환 가능성을 발견했다. PDK 샘플의 분자구조를 핵자기공명(NMR) 분광기로 분석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벌였다.

연구팀은 산이 PDK 중합체를 단량체로 분해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단량체를 화학 첨가물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회수된 PDK 단량체를 플라스틱 중합체로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렇게 재활용된 중합체는 원래 재료의 색깔이나 특징을 물려받지 않고도 전혀 새로운 플라스틱 재료를 형성할 수 있다. 쓰레기통에 버려 부서진 검은 시계 띠가 PDK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면 컴퓨터 키보드로 새로운 생명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크리스텐센 박사(왼쪽)와 헬름스 박사(오른쪽)  ⓒ 로렌스버클리 연구소
크리스텐슨 박사(왼쪽)와 헬름스 박사(오른쪽) ⓒ 로렌스버클리 연구소

과학자들은 PDK 플라스틱의 사용에 인센티브를 주면, 매립지에 묻거나 바다로 흘려보내던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헬름스 박사는 “앞으로 쓰레기 분류와 처리를 위해 재활용 시설을 현대화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점에 왔다”면서 “만약 이 시설들이 PDK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 설계된다면, 매립지나 바다로 가는 플라스틱을 더 효과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직물, 3D 프린팅 등 다양한 용도에 적합한 열 및 기계적 특성을 가진 PDK 플라스틱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9-05-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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