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 과학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생체고분자의 결정구조를 정확하게 규명하려는 연구가 대규모 투자와 함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생체고분자 결정구조는 생체조직 내 특정한 기능들과 많은 연관이 있기에 향후 인간 수명에 대한 실마리, 질병 극복을 위한 의약품 개발 및 치료 등 인류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뷔트리히(Kurt Wüthrich) 박사는 미국 버지니아주(州) 코먼웰스대학교의 펜(John B. Fenn) 박사, 일본 시마즈[島津]제작소의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박사와 함께 생물체 속 고분자 단백질 구조를 질량분석법과 핵자기공명분광법(NMR)을 통해 밝혀낸 인물.
뷔트리히 박사가 26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연세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 35회 한림 석학강연’에 초빙연사로 참석, “핵자기공명분광학을 이용한 생체단백질 삼차원 구조연구의 최근 연구 동향 (Recent Progress with NMR Studies of Soluble and Membrane Proteins)”을 발표했다.
주제발표의 요지는 “NMR을 이용한 생체분자의 삼차원 구조연구가 수년 전까지 대부분 분자량 30달톤 이하의 작은 단백질과 핵산연구에 제한되어 있었지만, 최근 새로이 개발된 NMR이 적용됨으로써 실험 대상이 되는 단백질의 분자량 크기가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 같은 결과는 핵심적인 실험 대상(자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신호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이용한 TROSY(transverse relaxation-optimized spectroscopy) 기법과 CRINEP(cross relaxation-enhanced plarization transfer) 방법을 사용함으로서 단백질, 핵산과 같은 큰 분자들에 대해 핵자기공명 분광 실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뷔트리히 박사는 “앞으로 비슷한 유형의 실험 방법을 통해 안정한 동위원소를 표지한 세포막 내에서의 피막 단백질 및 분리가 되지 않는 지방질 소액포, 표지되지 않은 핵산 분자에 결합된 단백질 등 과 같은 중요한 생체분자들의 구조를 규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고 전망했다.
“생체분자의 복잡한 분광 스펙트럼을 단순하고 분석 가능한 자료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신 기법을 활용할 경우 생물학은 물론 화학, 의학, 물리학 등 과학기술 전반에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국 역시 NMR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NMR에 있어서 신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것은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NMR 기기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차세대 개발예정인 0.9GHz 급의 초고자기장 NMR 뿐 아니라, 0.8GHz NMR, 750MHz NMR 및 600MHz NMR 기기들을 적게는 몇 대에서 몇 십대에 이르기까지 집중화해 ‘NMR National Facility’, ‘NMR Park’과 같은 개념으로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날 정근모 과학기술한림원장은 뷔트리히 박사에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외국인 회원증을 수여했다. 2005년 4월 21일 현재 772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는 종신회원 204명, 정회원 263명, 원로회원 187명, 준회원 52명, 명예회원 4명과 뷔트리히 박사를 비롯해 3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하여 62명의 외국인 회원이 활동 중이다.
1938년 스위스 아르베르크에서 출생한 뷔트리히 박사는 스위스 베른대학교에서 화학, 물리학, 수학을 공부한 후 바젤대학교에서 화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9년 이후 스위스 연방공과대학교(ETH) 고분자 생물물리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2002년 생물체 속 고분자 단백질 구조를 질량분석법과 핵자기공명분광법을 통해 밝혀낸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저작권자 2005-04-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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