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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4-10

노인 건망증, 전기자극으로 회복 60~76세 환자들, 기억력 일시적으로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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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건망증이 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가까운 사람의 이름은 물론, 전화번호, 명칭, 심하면 자신의 집 주소까지 잊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동안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기억력은 출생 이후 계속 강화되다가 20대에 들어서면서 위축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50~60대를 넘어서면 치매 증상까지 발생하는 심각한 국면에 처하게 된다.

최근 보스톤대 뇌과학자들이 전기적 뇌자극(EBS)을 통해 기억력을 되살리는 치료법을 개발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건망증으로 인해    ⓒUniversity of Bordeaux
최근 뇌과학자들이 전기적 뇌자극(EBS)을 통해 기억력을 되살리는 치료법을 개발해 성공을 거두면서 건망증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University of Bordeaux

EBS로 뇌세포‧신경회로 활동 조율 

그동안 과학자들은 나이와 함께 위축되는 기억력을 되살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성과를 거두고 있다.

9일 ‘뉴욕타임스’, ‘가디언’, ‘BBC'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보스턴 대학 연구팀이 전기적 뇌자극(EBS, electrical brain stimulation)을 통해 노령의 기억력 감퇴를 일시적으로 되살리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상실된 기억력을 되살리기 위해 뇌세포와 신경회로에 전기 자극을 주어, 오케스트라에서 단원들이 서로 다른 악기의 음을 맞추듯 서로를 조율하게 했다.

보스턴 대학의 뇌과학자 로버트 라인하트(Robert Reinhart) 교수는 “노령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던 기억력 감퇴 현상이 정지됐으며, 젊었을 때처럼 왕성한 기억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작업기억’이라 불리는 인지 기능에 초점을 맞추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기억을 감각기억(sensory memory),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작업기억(working memory), 장기기억(long-term memory) 등으로 분류하는데, 작업기억은 정보를 짧게 기억하면서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조작하는 과정을 말한다.

작업기억 능력은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거나 산술 계산, 또는 새로운 환경 변화를 인식하는 상황 등에서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작업기억력이 쇠퇴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기억력 감퇴의 원인을 뇌의 전두엽, 측두엽 부위 뇌 연결망(brain networks)에서 찾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이 영역의 뇌세포와 회로 사이에 연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작업기억력이 위축된다는 것.

연구팀은 위축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경두개 교류 자극(tACS, transcranial alternating current stimulation)’이라 불리는 EBS 방식의 전기 자극을 시도했으며, 작업기억력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치매 등 뇌질환 치료에도 활용 가능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지 8일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Working memory revived in older adults by synchronizing rhythmic brain circuits’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노령에 따른 기억력 감퇴는 필연적인 것이었지만 뇌과학자들은 이를 완화하거나 회복하는 방안을 찾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전두엽과 측두엽의 뇌세포와 신경회로 사이의 신호전달 체계 단절로 작업기억력의 감퇴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건강한 부위를 건드리지 않고 자극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해왔다고 말했다.

먼저 20대 이상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EBS 자극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전두엽과 측두엽의 뇌세포와 신경회로가 마치 음악에 맞춰 싱크로나이즈를 하듯이 탄력 있는 모습을 보였으며, 작업기억력 역시 크게 향상되는 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60~76세 노령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25분 간격으로 일정한 진동의 자극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전기 자극 후 50분 동안 작업기억의 뚜렷한 회복 상태를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라인하트 교수는 노인뿐만 아니라 사고 등으로 전두엽과 측두엽 두 부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EBS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에 따르면 교통사고 등으로 큰 손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라인하트 교수는 “이 방식을 사용해 고령의 환자뿐만 아니라 사고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가 가능함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다른 연구진들의 다양한 분석과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국가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의 뇌과학자 다르도 토마시(Dardo Tomasi) 박사는 “이번 연구가 미래 기억력 회복을 위한 치료법 개발과 치매 등 뇌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반면 런던대학의 정신의학자인 로버트 하워드(Robert Howard) 교수는 “아직까지 임상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억력 회복 효과를 말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전기자극 치료로 인한 다른 뇌 부위의 손상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하워드 교수는 “작업기억을 회복시키기 위해 다른 뇌 부위의 손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치료법으로 채택하기 전에 철저한 재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4-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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