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는 66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Chicxuluv)에서 거대한 소행성 또는 혜성이 충돌한 사건이다.
‘칙술루브 대충돌’은 특히 지구에서 공룡이 멸종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이 대충돌에 의해 죽은 동물들의 시체가 무더기 화석으로 발견됨에 따라 대충돌의 자세한 내용이 조금씩 발견되기 시작했다. 화석 무덤은 칙술루브에서 3000km 떨어진 미국 노스 다코다 (North Dakota)의 ‘지옥 계곡 지층’ (Hell Creek Formation)이다. 내륙 깊숙이 위치한 지옥 계곡 지층은 대충돌의 여파로 발생한 파도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PNAS 저널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종말은 난폭한 지층의 흔들림에 의해 미국 노스 다코다(North Dakota) 내륙의 물에 큰 파도가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이어 산탄 총알같이 작은 유리구슬들이 하늘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 유리구슬은 칙술루브 대충돌의 거대한 충돌에 의해 운석이 모래처럼 잘게 부서지면서 생겼다. 이 뜨거운 유리구슬은 땅 위에 엄청난 화재를 일으켜 식물을 불태웠다. 작은 유리구슬을 삼킨 물고기는 아가미가 막혀 숨쉬기가 어려워지면서 집단 폐사하고 말았다.
그리고 반나절이 지났을 때 엄청나게 높은 쓰나미가 미국 대륙 본토 깊은 내륙까지 밀려들었다.
3000km 떨어진 내륙에 쓰나미 밀려들어
미국 노스 다코다 타니스(Tanis) 지역에서 발견한 화석을 분석한 결과 6600만 년 전 지구에서 벌어진 공포의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화석 무덤에는 물고기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나무들이 탄 채로 뒤섞여 있으며 침엽수 가지와 죽은 포유류 동물들, 모사사우루스 공룡 뼈, 트리케라톱스 공룡, 해양 미생물, 달팽이같이 생긴 암모나이트 화석 등이 발굴됐다.
이 계곡을 발굴한 로버트 드팔마(Robert DePalma) 미국 캔자스 대학교 학생은 “화석의 흔적이 바로 그 유명한 6600만 년 전의 칙술루브 대충돌의 영향으로 발생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백악기 말에 발생한 이 대충돌은 소위 말하는 ‘K-T 경계층’(K-T Boundary)을 형성하게 한 사건으로서, 이 충돌로 당시 지구생명의 75%가 멸절했다.
이번 발견은 K-T 경계층과 관련해서 처음으로 발견된 대규모의 화석 무덤이다. 지구의 어떤 K-T 경계층에서도 이처럼 같은 시각, 같은 날에 죽은 생명의 잔재가 발견된 적이 없다.
칙술루브 대충돌은 거대한 해양 파도를 일으키고 바위를 녹여 흐르게 했으며 소행성 먼지를 대기 중으로 내뿜었다. 이렇게 발생한 짙은 구름이 지구 전체를 감싸면서 지구의 가장 마지막 대멸종을 불러왔다.
마크 리차드(Mark Richards) UC 버클리 명예교수와 40년 전 칙술루브 대충돌 이론을 처음 발표하고 증명한 월터 알바레즈(Walter Alvarez) UC 버클리 교수가 이 발굴 현장에서 나온 유리구슬과 거대한 쓰나미에 의해 발생한 흔적을 해석했다.
‘미소운석’이라고 하는 이 작은 유리구슬은 운석 충돌에 의해 녹아내린 바위가 잘게 부서져 생긴 것으로 대기 중으로 흩어졌다가 비처럼 땅에 떨어졌다.
과학자들은 대충돌 이후 가장 먼저 지진파가 노스 다코다로 밀려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충돌 이후 진도 10에서 11에 이르는 지진이 일어나면서 쓰나미 보다 더 무서운 세이시(seiche)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칙술루브 대충돌의 여파로 발생한 지진파가 땅을 진동시키면서 발생한 세이시가 대충돌 직후 9분에서 10분 뒤에 노스 다코다에 도착했다. 하늘에서 유리구슬 비가 내리기 전에 이미 내륙의 물이 거대한 파도로 변한 것이다.
이어 45분에서 1시간 뒤에 뜨거운 유리구슬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유리구슬은 아마도 대륙 간 탄도미사일과 같은 궤적을 그리면서 시속 160에서 320km 속도로 떨어졌을 것이다.
리차드와 알바레즈는 물고기가 대규모로 휩쓸리는 쓰나미는 대충돌 이후 10에서 12시간 뒤에 도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리듐 유리구슬 원형대로 보존돼
화석을 덮은 것은 특히 이리듐이 풍부한 점토층인데, 이리듐은 지구에는 희귀하지만 운석과 혜성에 많은 금속이다. 이리듐이 많은 이 지층은 지구 전역에서 발견되며 백악기의 종말과 제3기의 시작을 알리는 K-T 경계층을 이룬다.
1979년 월터 알바레즈와 노벨상 수상자인 그의 아버지 루이스 알바레즈(Luis Alvarez)는 지구 전역에서 발견되는 이리듐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인지한 학자이다. 두 사람은 혜성이나 운석의 충돌로 생겨난 이리듐이 K-T 경계층에 자리 잡게 되었고, 대량 멸종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이 대충돌이 해저에 있는 바위를 녹이고 소행성을 가루로 만들면서 성층권에 먼지와 녹은 바위를 띄워 보냈다. 성층권의 바람이 이들을 지구 전체로 싣고 가면서 수 년 또는 수 개월 동안 태양을 차단하면서 기온이 떨어졌다. 더불어 유리구슬에 의해 발생한 전 지구적인 화재로 대멸종이 발생한 것이다.
알바레즈 부자가 운석 충돌 가설을 처음 제안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이리듐이 비정상적으로 밀집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리듐은 소행성이나 혜성의 지문과 같다. 그 후 대충돌의 증거들은 계속 쌓여갔지만, 이러한 영향으로 죽은 임종의 자리가 발견된 적은 없었다.
노스 다코다 화석 유적지에서 발견된 유리구슬은 6600만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4m 길이의 나무와 숯으로 변한 통나무가 호박으로 덮여 있었다. 바로 이 호박이 에어로젤 역할을 해서 유리구슬을 생생하게 보존하는 역할을 했다고 발굴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해석했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9-04-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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