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구에서 섭입(攝入)돼 지구 속으로 깊이 1000㎞ 이상 하강하는 해양판이 하부 맨틀의 뜨거운 암석을 움직이게 하는 정도가 이전 학설에 비해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팀이 참여한 이 국제협동연구에서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지구 심부에서의 맨틀 흐름 특징과 메커니즘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공해 준다.
이에 따라 지구가 얼마나 빨리 냉각되는지, 그리고 우리 지구와 태양계의 행성들이 어떻게 역동적으로 진화해 왔는지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이 주도하고 우리나라 강원대 장성준 교수팀과 포르투갈 리스본대, 이태리 파도바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이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25일자에 발표됐다.

“지구, 이전 학설보다 더 빨리 냉각돼”
논문 제1저자인 애나 페레이라(Ana Ferreira) 박사(UCL 지구과학과 및 리스본대)는 “우리는 종종 지구의 맨틀이 액체처럼 대류한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오랜 기간에 걸쳐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 고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지구 하부맨틀에 존재하는 암석이 지구 핵에 도달할 때까지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대부분의 강력한 움직임은 깊이 660㎞까지의 상부 맨틀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했으나, 이번에 남태평양 가장자리와 남아메리카 하부의 거대한 지역을 조사하면서 예상과 달리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파도바 대학의 마누엘레 파첸다(Manuele Faccenda) 교수는 “상부맨틀에서 고온의 가압된 암석들을 움직이고 변형시키는 똑같은 메커니즘이 하부맨틀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하고, “이런 증가된 활동이 전 지구적으로 똑같이 일어난다면 지구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냉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오래된 해양판이 상부맨틀(지표 아래 660㎞까지)에서부터 하부맨틀(660㎞~1200㎞)을 거쳐 지구 핵 쪽으로 하강하면서 하부맨틀을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한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CT스캔 방식으로 지구 속 영상 확보
연구팀은 하부맨틀에서의 변형과 흐름 증가가 지구 심부 암석의 결정 격자에 있는 결함이 이동한 데 따른 것임을 발견했다. 이 메커니즘은 ‘선결함 포행(dislocation creep)’이라 부르는 변형 메커니즘으로 심부 맨틀에 이 메커니즘의 존재 여부는 그동안 학계에서 논란이 되어왔다.
연구팀은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내기 위해 지진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지진파 자료를 수집해 사용했다. 이 기술은 병원에서 우리 몸의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CT 스캔과 유사한 지진파 토모그래피 기술이다.
강원대 장성준 교수(지질·지구물리학부)는 “CT 스캔에서는 X-선이 몸 속을 뚫고 지나가면서 반대쪽에 있는 수신기에 도달하는데, 지진파도 동일한 방식으로 지구를 뚫고 지나가서 반대편에 있는 지진관측소에서 기록이 된다”며, “이를 통해 CT스캔과 같은 방식으로 지구 내부에 대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부맨틀, 섭입판과 충돌해 강하게 움직여
이번 연구에서는 4300만개의 지진파 자료를 이용해서 맨틀의 S파 속도 구조뿐만 아니라 이방성 구조, 즉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S파 속도의 변화를 계산해 하부맨틀 깊이까지 영상화하였다.
이를 통해 해양판이 해구에서 섭입된 후 하강하여 하부맨틀과 접촉할 때 하부맨틀 최상단 (660-1000km)에서 강한 이방성을 생성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현상은 태평양 주변의 모든 섭입대에서 발견됐다. 하부맨틀에서의 강한 이방성은 심한 변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다시 하부맨틀이 섭입판과의 충돌로 인해 강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결과를 지구동역학 시뮬레이션과 비교함으로써 하부맨틀에서의 이런 변형과 활발한 움직임의 원인은 하부맨틀에 있는 암석의 결정격자 안에 있는 결함의 움직임, 즉 ‘선결함 포행(dislocation creep)’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선결함 포행은 이미 오래 전에 상부맨틀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하부맨틀에도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최근까지 학계에서 논란이 지속돼 왔다.
“밝혀진 맨틀 대류 비밀로 다른 행성 이해”
애나 페레이라 박사는 “지구에서 맨틀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알게 되면 왜 다른 행성에는 없는 생명체가 지구에는 존재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금성은 지구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지구와는 아주 다른 양상의 맨틀흐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구의 경우 맨틀 대류로 인해 핵에 쌓여 있던 열이 방출돼 점점 식어가고 이를 통해 지표면에서는 판구조운동이 발생했다는 것. 또 해양판의 섭입이 시작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을 조절하게 되고, 섭입된 해양지각의 부분 용융을 통해 대륙지각이 크게 성장하는 등 생명체의 발생과 진화에 유리한 행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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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3-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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