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를 통해 인간의 자존심이었던 바둑의 세계를 초토화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 딥마인드가 지금 과학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3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딥마인드는 새로운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폴드(AlphaFold)’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모든 생물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을 분석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사실은 2일 멕시코 칸쿤에서 시작된 단백질 구조 예측 학술대회(CASP)에서 밝혀졌다. 관계자들은 “계획대로라면 머지않아 극도로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3D 형상으로 분석하고 건강한 단백질을 예측해낼 수 있다”며 “과학자들이 크게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폴드 프로젝트에 과학계 큰 충격”
단백질은 수많은 아미노산의 연결체다. 20가지의 서로 다른 아미노산들이 펩타이드 결합이라고 하는 화학 결합을 통해 길게 연결돼 폴리펩타이드 사슬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슬이 1차·2차·3차·4차 구조를 이루면서 고유한 기능을 갖게 된다.
이런 무한대에 가까운 결합 구조로 인해 그동안 과학자들은 초정밀 컴퓨터‧영상장치 등을 활용, 다양한 방식으로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규명해왔다.
그 방식 중의 하나가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이다. 선형의 아미노산 복합체인 단백질이 개개의 단백질에 고유한 접힌 구조(folded structure or native structure)를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많은 과학자들을 통해 지난 수십여 년 동안 단백질 접힘을 결정하는 화학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특히 1980년대 들어서는 단백질 공학을 적용,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단백질의 특정 아미노산을 다른 아미노산으로 바꾸었을 때 이 변화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할 수 있게 되면서 단백질 접힘 연구가 급진전을 이루게 되었다.
이후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상당량의 정보가 축적되고 이 현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그러나 무한대에 가까운 단백질 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해 해결된 질문보다 더 많은 질문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과학자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생화학계는 물론 이론화학, 물리학, 전산과학, 정보이론 등의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단백질 접힘을 규명하기 위한 대규모 학제 간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등장했다. 컴퓨터를 통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할 수 있다는 발언에 과학계가 크게 놀라고 있다.
“생물‧의학‧환경‧생태 분야 등에 큰 영향”
딥마인드의 공동설립자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CEO는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파폴드’ 프로젝트는 과학이 풀지 못한 매우 중요하고 실질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하사비스에 따르면 단백질의 3D 입체 형상은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의 종류와 수에 따라 결정된다.
심부전 세포(heart cells) 단백질을 예로 들면, 혈액 속의 아드레날린 성분을 감지할 경우 심박 수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도록 특정 아미노산으로 정교하게 구성돼 있다. 면역기능, 근육, 감각세포 등도 마찬가지다.
만일 이들 단백질 구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뇨병, 파킨슨, 알츠하이머와 같은 난치병이 발생한다.
하사비스는 “만약 단백질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게 될 경우, 단백질 접힘의 정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물학 기계인 ‘알파폴드’를 통해 단백질 접힘을 규명해낼 경우, 난치병의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사비스는 특히 미세 먼지로 인한 공해 및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질병을 알아내고 퇴치하는데 큰 관심을 표명했다.
딥마인드는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단백질 접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 예측 학술대회(CASP)’에 참가하고 있다. 학술대회에 참가한 연구팀들을 통해 단백질 접힘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관계자들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들을 분석해 그동안 미지에 싸여 있던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파폴드’를 구축하기 위해 딥마인드에서는 사람의 뇌 기능을 모방한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를 적용했다. 현재 이 신경망에 수많은 단백질 정보를 입력, 그 구조를 3D 형태로 식별해 내는 훈련을 시키고 있는 중이다.
관계자들은 이 인공지능 시스템에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고 전체 단백질 구조를 파악해 진단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어느 시점에서 단백질 내의 아미노산 구조를 정밀 분석해 그 차이점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는 중이다. 레딩 대학의 리암 맥거핀(Liam McGuffin) 교수는 “딥마인드가 드디어 과학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며, “향후 단백질 연구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알파폴드’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둘 경우 21세기에 당면한 연구 과제를 풀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생물학, 의학은 물론 건강, 생태, 환경 등 관련 분야에 큰 영향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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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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