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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8-11-23

세입자가 왕, '퍼즐주택' 건축 설계부터 입주자 의견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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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회사원 이 모(31)씨는 요즘 들어 고민이 많다. 재롱을 부리는 강아지를 보며 느끼는 즐거움만큼이나,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이웃 주민들의 압력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라 생각하는 반려동물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그녀로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며 살아도 문제가 없는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생각 같아서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지만, 비용이나 안전 등을 고려할 때 공동주택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퍼즐주택의 특징 ⓒ puzzlejootech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퍼즐주택의 특징 ⓒ puzzlejootech

그런데 최근 들어 친구로부터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거주할 수 있는 공동주택이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 개념의 분양이 아니라, 전세 개념의 분양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분양 사무실을 찾은 이 씨는 해당 공동주택이 이른바 입주자들의 특성에 맞게 설계하는 맞춤형 주택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 신개념의 주택을 분양 담당자들은 ‘퍼즐(puzzle) 주택’이라 불렀다.

취향이나 직업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사는 주택

퍼즐주택이란 설계 단계부터 입주 예정자들을 모아서 이들의 의견을 듣고,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주택을 말한다. 아이디어와 편의성을 마치 퍼즐처럼 끼워 맞춘 주택이라 해서 ‘퍼즐주택’이라 부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파티를 즐기는 사람 등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끼리 모여 하나의 주거 공간에 입주를 결정하고, 그 주거 공간을 개인들의 여건에 맞게 나눈 뒤 서로 이웃으로 지내는 것이 바로 퍼즐주택인 것이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퍼즐주택에는 일반주택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반영되어 있다.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펫도어(pet-door)가 사람들이 드나드는 문 옆으로 형성되어 있거나, 발톱으로 바닥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특수바닥재가 깔려 있다는 점 등이다.

대다수 공동주택은 거주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미리 지어진 주택들이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래봤자 벽지 색깔이나 가구의 재배치 등에 불과하다. 남쪽 방향으로 만들어진 창문을 동쪽으로 내는 것처럼 구조를 아예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반면 퍼즐주택의 경우는 공사기획 단계부터 입주 예정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그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할 수 있다. 모두의 의견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개인 별 취향을 가능한 최대로 반영하여 공간을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주거공간을 퍼즐처럼 하나의 공동주택으로 완성하는 퍼즐주택이 등장했다
다양한 주거공간을 퍼즐처럼 하나의 공동주택으로 완성하는 퍼즐주택이 등장했다 ⓒ puzzlejootech

이에 대해 토지주택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퍼즐주택은 입주자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동주택이라 할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단독주택의 다양성과 공동주택의 경제성을 살려 현재의 주택공급 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효율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퍼즐주택의 특성으로 ‘다양성(indivisuality)’과 ‘경제성(economical)’ 그리고 ‘서비스융합(balance)’을 들었다.

그는 퍼즐주택의 다양성으로 단독주택처럼 개성이 있으면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주거환경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경제성으로는 공동주택으로서의 경제적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 서비스융합의 경우는 부동산 전문가를 통한 부지선정의 적정성 검토부터 시작하여, 설계 및 시공작업을 통합하고 관리함으로써 경제적, 물리적으로 주거서비스의 입주자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설계 단계부터 입주 예정자들의 의견 수렴

퍼즐주택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분양’의 개념이 아니라 ‘전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택을 마음대로 수리하거나, 설계구조를 변경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퍼즐주택의 경우는 입주 전부터 입주 예정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건축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그런데 분양이 아니라 전세로 입주하게 된다면 계약 만료 후는 어떻게 될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퍼즐주택 전문 건설업체인 삼후종합건설의 관계자는 “일단 전세 상태로 2년을 입주하여 살아 본 다음, 마음에 들면 입주 당시의 분양가로 매매할 수 있기에 입주민의 만족도가 높고 매매전환 역시 많다”라고 밝혔다.

다양한 가구 형태에 적합한 주택모델로 퍼즐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 puzzlejootech
다양한 가구 형태에 적합한 주택모델로 퍼즐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 puzzlejootech

이른바 선(先) 전세 후(後) 분양이란 방법이다. 이 같은 방법이 가능한 것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세입자들을 미리 모집함으로써 은행에서 빌린 돈을 일찍 상환할 수 있기때문이라는 것이 건설업체의 설명이다.

퍼즐주택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주택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꼽는다. 실제로 부동산의 흐름을 살펴보면, 시대별, 지역별로 선호하는 주거형태가 다르다. 한때는 큰 평형의 아파트가 유행이었지만, 최근에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소형아파트가 유행하고 있는 점 등이 단적인 예이다.

이에 대해 토지주택연구원의 관계자는 “생활수준이 올라갈수록 1인 가구부터 시작하여 다자녀 가구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구가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장에서 찍어낸 듯 획일적인 주거공간을 갖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하며 “퍼즐주택은 이런 의문을 해결해 줄 답안으로서 각자에게 필요한 삶의 터전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11-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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