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버릇’을 ‘교육’으로 고쳐도 문맥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려서 집중적인 교육을 받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은 40년이 지난 중년에 이르러서도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을 매우 공정하게 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0일자에 발표된 이 연구는 수십 년 전 어릴 때 ‘에이비시데리언 프로젝트(Abecedarian Project)’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다.
연구팀은 참가자 78명에게 경제 게임 실험을 통해 사회적 의사결정에서의 사회규범 실천과 미래 계획 등을 측정했다. 연구를 위해 조기 교육을 받지 않은 252명을 대조군으로 활용했다.

집중적인 조기교육이 불우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1972년에 시작된 ‘에이비시데리언 프로젝트’는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무작위 통계연구 프로그램의 하나로 저소득 고위험 가정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기교육 효과 실험연구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공대 캐릴리언 인스티튜트(VTCRI) 석학연구원 겸 이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크레이그 래미(Craig Ramey) 박사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재직 시 개발해 수행했었다.
연구팀은 집중적인 조기교육이 불우한 환경에 있는 어린이들의 언어와 학습에 현저한 이익을 줄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리드 몬태규(Read Montague) VTCRI 인간 신경 영상연구소장 겸 전산심리학 연구단장이 이끈 이번 새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에 집중적인 교육을 받은 참가자들은 40년 이상이 지난 후에도 사회적 의사결정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이 연구에는 래미 박사를 비롯한 국제연구팀이 참여했다.

조기교육 받은 참가자, 불평등 강하게 거부
실험에서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20달러를 주고 이를 나눠보라는 경제 게임을 실시했다. 이 게임에서는 참가자 한 사람이 돈을 어떻게 나눌지를 결정하게 된다.
다른 참가자들은 결정자가 제안한 액수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거부하면 아무도 돈을 받지 못한다. 때문에 불평등한 제안을 받으면 자신의 이익과 평등의 사회규범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구조적 맥락이 조성된다.
어렸을 때인 1970년대에 인지력과 사회적 자극을 포함한 5년 간의 집중적인 교육을 받은 에이비시데리언 참가자 대부분은 돈을 불평등하게 나누는 것을 강하게 거부했다. 비록 자신들이 두둑한 재정적 이익을 놓칠지라도 말이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세바스티안 헤투(Sébastien Hétu) 몬트리올대 조교수(전 몬태규랩 박사후 연구원)는 “누군가 제안을 거절하면 돈 분배 방식 결정에 대해 다른 게임 참가자들에게 매우 강한 신호를 보낸다”라고 설명하며 “에이비시데리언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평등한 제안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불리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유리한 제안도 거부하며, 평등의 사회적 규범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는 일탈은 실제로 처벌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눈 앞의 자기이익보다 사회적 장기 이익에 관심
연구팀은 나아가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해 사회적 의사결정 전략에서의 차이점들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조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다른 경제 게임에서 미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계획했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몬태규 랩의 이 루오(Yi Luo) 박사후 연구원은 “조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상관 없이 불평등에 매우 민감하다”고 말하고, “이번 연구는 이들이 개인적 소득에서 얻는 단기적인 이익과는 반대로 사회규범 증진을 통한 장기적인 이익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루오 연구원은 “어린이 조기 교육, 특히 저소득 취약 가정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 투자는 교육을 받은 지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의사결정에서 장기적인 효과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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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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