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동연구팀이 1만1000년 전의 중남미 고대인 49명의 DNA를 조사한 결과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인구 집단 사이의 중요한 교체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생명과학저널 ‘셀’(Cell) 최근호에 발표된 이번 조사는 고대 중남미인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고품질 DNA 조사로, 전례 없이 자세한 내용을 담았다.
이 연구에는 미국 뉴멕시코대와 하버드의대,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원,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웅파울루대를 비롯해 브라질과 벨리즈,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및 유럽연합과 미국의 여러 연구기관들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중남미에서 발굴된 연대가 정확한 유골로부터 DNA를 추출해 분석했다. 이전에 이 지역에서 발견된 유해 가운데 분석이 가능한 충분한 품질을 지닌 유전체들은 연대가 1000년 미만이었다.

1만년 전 미주대륙 거주인 관계 재구성
연구팀은 공식 발굴 허가를 얻은 뒤, 고대인 유적지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고 지방정부기관 및 토착민 조직들과 협의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아메리카 대륙과 세계 다른 지역들의 고대인 및 현대인 유전체를 비교함으로써 중남미 초기 역사에 대해 질적으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알파우드 재단이 지원하는 미주 열대지방 최초 정착 인류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의 일부로 수행됐다.
뉴멕시코대 키이스 프루퍼(Keith Prufer) 인류학 교수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및 영국 엑시터대 연구팀은 처음 실시된 이 연구에서 중미 부분을 담당했다.
프루퍼 교수는 벨리즈에서 발굴작업을 실시해 DNA가 잘 보존된 가장 오래된 유해 세 구를 회수했다. 이 뉴멕시코대 프로젝트는 미주의 깊숙한 열대우림에서 초기 인류가 어떻게 적응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발굴에서 나온 자료들은 초기 충적세(Holocene, 1만년 전~현재) 시대 아메리카 북부와 중부 및 남부에 살고 있던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성과를 얻었다.
클로비스 문화인과 가장 오래된 중남미인과의 연결고리
논문 공저자인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코시모 포스트(Cosimo Posth) 박사는 “핵심 발견은 약 1만2800년 전의 북미 클로비스(Clovis) 문화 관련자들이 칠레와 브라질, 벨리즈인의 조상과 명백하게 같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북미에서 클로비스 문화를 확산시킨 사람들이 퍼져나가 중남미에까지 이르렀다는 가설을 뒷받침해 준다”고 밝혔다.
칠레나 브라질, 벨리즈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는 9000년 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이 옛사람들 이후의 후대인과 오늘날의 남미인들은 가장 오래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클로비스 문화인 혈통을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 시니어저자인 하버드의대 및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데이비드 라이히(David Reich) 박사는 “이것이 이번 연구의 두 번째 중요한 발견으로서, 적어도 9000년 전에 아메리카 전대륙에서 인구가 교체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클로비스 문화는 미국 뉴멕시코주 클로비스 근처 블랙워터 지역에서 1만3200~1만2900년 전의 독특한 투창용 유구첨두 석기와 동물 뼈, 상아 도구가 발견됨으로써 명명된 선사시대 고인디언 문화다.
학자들은 이 클로비스 사람들이 대부분의 아메리카대륙 토착문화 건설자들의 조상으로 생각해 왔다.
프루퍼 교수에 따르면 이 연구 결과에는 많은 주목할 만한 점들이 있다.
그는 “우리는 처음으로 중미에서 가장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미주에 도착한 최초의 인류집단과 연결되는 고고학적 및 유전적 증거를 갖게 되었고, 중미와 남미 사이의 관계에 대한 명백한 징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고고학자와 유전학자 간의 학제적 협동이 고대 인류 연구에 혁신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향후 미주 고대인 DNA 연구에서 밝혀야 할 점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미래의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발견들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류의 중남미 초기 진출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1만1000년 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인의 DNA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1만1000년 전에서부터 3000년 전 사이의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체 그림이 완성되지는 않았다는 자평이다.
라이히 교수는 “남미 북부 아마존 지역과 카리브해 지역의 고대 자료가 부족해 이 지역의 개인들이 우리가 분석한 자료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이런 공백을 메우는 것이 향후 연구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의 요하네스 크라우제(Johannes Krause) 박사는 “그러나 우리는 이 지역의 연구 잠재력에 대해 매우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제 박사는 “앞으로 표본 크기를 확대한 지역별 집중 연구를 통해, 이 지역에서의 인간 다양성이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가를 고대인 DNA 분석으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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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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