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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10-22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외사시’ 였다 입체와 평면 시각 모두 활용, 화가에게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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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등 역사상 여러 유명 화가들은 눈의 정렬이 어긋난 사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몇몇 형태의 눈 정렬 불일치는 회화와 소묘에 유리한 2차원 단안 시각을 제공한다. 이는 편향된 눈을 억제함으로써 오히려 예술 작업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있다.

서양 르네상스시대의 뛰어난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어 조각과 회화에서 탁월한 입체 모양을 재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 런던의 시티대 크리스토퍼 타일러(Christopher W. Tyler) 교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조각과 유화 및 드로잉 작품을 분석, ‘미국의학협회 안과학지’( JAMA Ophthalmology) 18일자에 그가 간헐적인 외사시(intermittent exotropic strabismus) 경향을 보였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종이 위에 수성 잉크를 사용해 드로잉펜으로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 ‘비트루비우스적 인간(1492년)., 다빈치가 로마의 유명한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저서를 읽고 그린 그림으로서, 비율에 대한 관심과 인간을 우주의 원리에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도 눈이 5.9도의 외사시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Credit: Wikimedia Commons
종이 위에 수성 잉크를 사용해 드로잉펜으로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 ‘비트루비우스적 인간(1492년). 다빈치가 로마의 유명한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저서를 읽고 그린 그림으로, 비율에 대한 관심과 인간을 우주의 원리에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도 눈이 5.9도의 외사시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Credit: Wikimedia Commons

입체 시각과 평면 시각 병행

간헐적인 외사시란 때에 따라 눈이 바깥쪽을 향하는 경향을 말한다. 내사시는 반대로 눈이 안쪽으로 모아진다.

사시가 있으면 얼굴을 마주보고 말하고 있는데도 눈이 다른 방향을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눈에 보이는 장면을 처리하는데 단지 하나의 눈이 쓰이는 것이다.

타일러 교수는 다 빈치가 직접 그렸거나 작업에 관여했다고 알려진 조각과 유화 및 드로잉 작품 각각 두 개씩 모두 6개 작품에 있는 눈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 작품들은 다비드(다 빈치의 스승인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 작), 젊은 전사(안드레아 델 베로키오 작), 살바토르 문디(다 빈치), 젊은 세례자 요한(다 빈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다 빈치) 및 다 빈치의 또다른 초상화로 알려진 작품이다.

외사시(exotropia) 모습. 시선이 바깥을 향하고 있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NoJin
외사시(exotropia) 모습. 시선이 바깥을 향하고 있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NoJin

그는 이 측정을 통해 다 빈치가 캔버스에 있는 2차원 이미지를 3차원으로 해석하려 할 때, 두 눈을 사용해 거리 감각을 얻을 수 있는 입체 시각(stereoscopic vision)과 함께 한 눈만을 사용하는 단안 시각 사이를 오갈 수 있는 간헐적인 눈 상태를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타일러 교수는 “렘브란트에서부터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몇몇 위대한 예술가들은 사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역시 그랬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사시 있으면 단안 시각 전환 가능

타일러 교수에 따르면 여러 증거를 종합해 볼 때 다 빈치는 때에 따라 눈이 바깥을 향하는 간헐적 외사시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한쪽 눈만으로 보는 단안 시각으로도 전환할 수 있었다는 것.

-8.6°의 외사시 경향을 보이고 있는 다 빈치 작 ‘살바토르 문디’  © 2018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8.6°의 외사시 경향을 보이고 있는 다 빈치 작 ‘살바토르 문디’ © 2018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이런 외사시가 있으면 단안 시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보이는 물체나 얼굴의 3차원적인 양상 및 멀리 떨어진 야산의 풍경 심도를 잘 묘사하는 예술가들의 뛰어난 능력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화가에게는 오히려 유리할 수도”

다 빈치는 10대 중반부터 피렌체의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 공방에 들어가 20대 초반까지 미술과 기술 공작 수업을 받았다. 다 빈치는 이때 스승의 미술작품 귀퉁이에 일부분을 그려넣기도 했는데, 다 빈치의 재능을 간파한 스승은 이후 그림은 그에게 맡기고 자신은 조각에 몰두했다고 전해진다.

타일러 교수는 작품에 있는 눈동자와 홍채 및 눈꺼풀에 원과 타원을 맞춘 다음 이들의 상대적 위치를 측정했다. 그리고 비교 결과 여섯 작품 모두에서 외사시의 증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비드’상에서 눈동자의 상대 정렬은 −13.2°, ‘살바토르 문디’에서는 -8.6°, ‘젊은 세례자 요한’에서는 -9.1°, ‘젊은 전사’에서는 -12.5°,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에서는 5.9°, 나이 든 자화상에서는 -8.3°의 외사시 경향을 나타냈다.

타일러 교수는 “한쪽 눈으로 세계를 보면 캔버스에 그려지거나 칠해진 평면 이미지와 직접 비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화가에게는 오히려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13.2° 외사시 경향을 보이는 델 베로키오 작 ‘다비드’. 이 작품도 다 빈치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2018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13.2° 외사시 경향을 보이는 델 베로키오 작 ‘다비드’. 이 작품도 다 빈치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2018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10-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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