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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10-16

지구온난화로 '맥주 품귀사태' 맥주값 2배 상승, 소비 줄어들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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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알코올 음료다. 그런데 이런 맥주가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심한 공급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이는 날이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는 가뭄과 열파가 세계적으로 보리 수확량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맥주 보리 공급에 영향을 미쳐 맥주 값이 올라가고 맥주 소비는 ‘극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다.

미래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범위 안에서 가뭄과 열파의 빈도와 심각성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이런 극한 상황에서 맥주 공급의 취약성은 한번도 평가된 적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알코올 음료인 맥주가 기후온난화로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연구가 나왔다.  Photo Credit : UEA News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알코올 음료인 맥주가 기후온난화로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연구가 나왔다. Photo Credit : UEA News

보리 수확량 줄어 맥주 값 최대 두 배 오를 것”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UEA)가 주도한 국제 협동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보리 공급은 기후가 극한으로 변화하는 최근 수년 동안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벨기에와 체코, 독일 같은 유럽국가들에서는 평균 최대 공급량 감소가 27~38%에 이르러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보리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각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향후 최소 3%에서 최대 17%까지 보리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공급 감소에 비례해 맥주 제조에 사용되는 보리의 양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결과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전 세계적으로 약 16%, 290억 리터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내에서의 한 해 맥주 소비량과 거의 비슷한 양이다.

이로 인해 맥주 값은 평균 두 배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상황이 덜 심각하더라도 맥주 소비는 4% 가량 감소하고 값은 15%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 저널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 15일자에 발표된 이 연구는 맥주 소비량 감소가 최근 수년 동안 맥주를 가장 많이 소비한 국가들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했다.

오늘날 맥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증가할수록 중국의 맥주 소비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많이 줄어들어, 최악의 상황에서는 43억4000만 리터까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2008년 5월 터키 가지안텝 지방에서 보리를 수확하는 장면. 이 해에는 지구온난화로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10배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 Ali Riza
2008년 5월 터키 가지안텝 지방에서 보리를 수확하는 장면. 이 해에는 지구온난화로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10배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 Ali Riza

영국에서는 맥주 값이 약 두 배로 올라가면서 맥주 소비가 3억7000만~13억3000만 리터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에서는 맥주 소비가 10억800만~34억8000만 리터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식단 안전’도 ‘식량 안전’ 못지 않게 중요”

이번 연구의 공동 조정자이자 연구를 이끈 UEA 국제 개발대 다보 구안(Dabo Guan) 교수(기후변화경제학)는 “밀이나 옥수수, 콩, 쌀과 같은 주요 식량 작물에 초점을 맞춰 기후변화가 세계 식량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려는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 노력에 필수품만을 우선시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급’ 식품들의 가용성과 안정성 및 접근성이 주요 식품들보다 훨씬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의 ‘식단 안전’은 사회의 여러 측면에서 ‘식량 안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일 바바리아 지방의 전통의상을 입은 웨이트리스가 옥토버페스트 축제에서 맥주를 나르고 있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 Markburger83
독일 바바리아 지방의 전통의상을 입은 웨이트리스가 옥토버페스트 축제에서 맥주를 나르고 있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 Markburger83

구안 교수는 “연구자들이 기후변화가 와인이나 커피 같은 고급 작물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는 했으나 맥주에 대한 영향은 주의 깊게 평가된 적이 없다”며 “충분한 맥주 공급은 사회의 커뮤니케이션과 엔터테인먼트의 안전성 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맥주에 대해 미치는 영향은 생명을 위협하는 다른 많은 것에 비해 그리 대단하지 않게 보일 수 있으나, 맥주에 대한 여러 문화 전반의 평가를 보면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는 기본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게 구안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맥주를 덜 마시는 게 그 자체로 재앙은 아니며 오히려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으나, 기후변화로 인해 맥주를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크게 오르면 전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큰 상처를 받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맥주는 필수 식량은 아니나, 사회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엔터테인먼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Pixabay
맥주는 필수 식량은 아니나, 사회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엔터테인먼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Pixabay

맥주 적게 먹는 나라도 소비 크게 감소

이번 국제 연구에는 영국과 중국, 멕시고, 미국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극심한 기후변화를 확인하고 이 기후변화 영향이 세계 34개 지역의 보리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을 모델링했다.

연구팀은 이어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 범위 안에서 보리 공급 충격이 각 지역의 맥주 공급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맥주 총소비량이 적은 일부 국가에서도 역시 맥주 소비량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에서의 맥주 소비량은 가장 극심한 기후변화 상황에서 약 32%에 달하는 5억3000만 리터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심각성이 가장 덜한 기후변화 상황에서는 아르헨티나와 캐나다의 맥주 총소비량이 각각 2억7000만 리터(16%)와 2억2000만 리터(1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 좋아하는 나라에서 가격 가장 많이 오를 듯

연구팀은 또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한 보리 공급 변화는 각 지방의 특성에 따라 맥주용 보리 공급에 다르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를 가축 사료나 맥주 원료 혹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각 지역별 가격과 수요 유연성에 달려있다는 의견이다.

최근 수년 동안 전세계 보리 생산량 가운데 약 17%가 맥주 제조에 사용됐다. 그러나 이 비율은 나라에 따라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서는 83%인데 비해 호주에서는 9% 정도가 맥주 제조에 쓰였다.

한편 맥주 값이 현재 가장 비싼 국가, 예를 들면 호주와 일본은 미래의 맥주 가격 쇼크가 가장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 나라의 맥주 가격 변화는 ‘돈을 더 주고라도 맥주를 마시겠다’는 소비자들의 선호도나 능력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르는 국가는 상대적으로 풍요롭고 역사적으로 맥주를 사랑하는 국가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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