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과학자 엘리 매치니코프(Elie Mechinikoff)는 불가리아 사람들의 장수 비결을 알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발견한 장수 비결은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젖산간균)로 발효된 발효유였다.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가서 건강을 돕는 미생물,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에 대해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가 유산균들이며 일부가 간균(Bacillus)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장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섭취하고 있다. 초콜릿에서 유아식에 이르기까지 프로바이오틱스가 포함된 음식도 다양하게 개발됐다.

바이오틱스 유입으로 장내 세균 활동 위축
그러나 최근 프로바이오틱스의 부작용에 대한 논문이 발표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7일 미국 과학논문소개사이트인 ‘유레칼러트(www.eurekalert.org)’를 비롯, ‘가디언’. ‘BBC’. ‘뉴스위크’ 등 주요 언론들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사람 몸에 유입될 경우 몸에 해로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유해성과 관련된 논문 2편은 생명과학 분야 권위있는 국제학술지 ‘셀(Cell)’ 6일자에 연이어 게재됐다. 두 논문은 모두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에서 작성했다.
첫 번째 논문 제목은 ‘Post-antibiotic gut mucosal microbiome reconstitution is impaired by probiotics and improved by autologous FMT’, 두 번째 논문 제목은 ‘Personalized Gut Mucosal Colonization Resistance to Empiric Probiotics Is Associated with Unique Host and Microbiome Features’이다.
와이즈만 연구소의 면역학자 에란 엘리나브(Eran Elinav) 박사는 첫 번째 논문에서 “그동안 수차례 이어진 임상실험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의 장내 활동을 관찰해온 결과, 많은 사람들의 소화기관에서 프로바이오틱스의 활동을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프로바이오틱스로 유입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장내 세균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엘리나브 박사는 “항생제 유입 시 소멸된 장내 세균이 다시 살아나야 하는데 프로바이오틱스로 인해 그렇지 못했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사람들의 맹목적인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에레나브 박사는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 섭취시 개인에 따라 맞춤형 처방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나브 박사는 또 “기업이나 일부 개인 등에 의해 생산된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식품이나 제품들이 슈퍼마켓, 마트 등에서 검증 없이 팔리고 있는 관행에 대해 부분적인 제한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에 따라 맞춤형 처방 이루어져야”
두 번째 논문은 사람들의 위장 내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어떻게 서식하고 있는지를 관찰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15명의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연구진은 한 그룹에게는 널리 사용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섭취하게 했다. 다른 그룹에게는 가짜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먹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엘리나브 박사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첫 번째 그룹에서는 소화기관들이 프로바이오틱스의 대량서식을 강력히 억제하고 있었지만 얼마 안 있어 대량 서식이 이루어졌다”며 “이는 장내 미생물 전체 서식 구도를 바꾸어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지 않은 채 플라시보 효과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가 심리적으로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2007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 의료센터의 연구팀은 환자 296명을 대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췌장의 염증에 영향을 줬는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망자들이 아직 살아 있을지 여부는 확실히 알 수 없다”며 “그래도 증상이 심하게 악화된 환자의 경우 보충제가 들어간 제품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른 연구도 있다. 지난 2013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가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안전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면역 체계를 교란하거나 대사 경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또 “면역 체계가 손상됐거나 장과 관련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시 반드시 의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임산부, 영유아의 경우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지난 2014년 10월에는 유아 사망 사고도 발생했다.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사용한 유아가 털곰팡이증으로 숨진 것. 이에 미 식품의약국(FDA)은 “프로바이오틱스 보조제가 곰팡이 감염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와이즈만 연구소의 이번 연구 결과는 프로바이오틱스 유해성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건강식품으로 인식돼 온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놓고 논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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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9-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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