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상청을 통해 폭풍 등 악천후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예보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인공위성, 컴퓨터 등을 활용한 수치형 예보 모델이 크게 발전한 덕분이다.
그러나 아직도 예측이 어려운 악천후 분야가 있다. 바로 벼락(lightning)이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에 의해 이 벼락 예측이 가능해지고 있다.
6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영국 기상청(Met Office)은 언제 어디서 벼락이 발생할 것인지 사전 예측이 가능한 지구 차원의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이는 그동안 벼락으로 인해 끊임없이 발생해 왔던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비행기 조종사, 산악 등산가 등 벼락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사람들이 예보를 통해 안심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지구 차원의 벼락 예측 가능해져
벼락을 일으키는 뇌운 속에는 많은 수분과 얼음 입자가 들어 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음전기와 양전기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꽃 현상을 번개라고 한다.
벼락이 칠 때 큰 소리가 나는 것은 번개가 공기를 통과할 때 높은 열로 공기가 팽창하면서 터지기 때문이다. 이 소리를 뇌성 또는 천둥(thunder)이라고 한다. 이때 발생하는 온도는 섭씨 3만 도, 전압은 100만 볼트에 이른다.
기상학자들을 괴롭힌 것은 뇌운의 형성 과정이다. 현재 기상청을 통해 운용되고 있는 수치형 일기예보 모델은 입체 형상의 격자형으로 돼 있다. 수치상으로 잘게 쪼갠 입방체, 즉 격자박스(grid box)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 가상의 박스 속에 들어있는 대기(atmosphere)를 지속적으로 관찰, 분석하면서 일기 상황을 파악, 예측하고 있다. 정확한 예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치 모델 상의 격자박스의 크기가 작고 예민해야 한다.
특히 벼락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동안 운용하던 일기예보 모델에서 이 격자박스가 파악할 수 있는 거리는 100km가 넘었다. 지금의 수치 모델로는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얼음결정체들의 뇌운 형성과정을 감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느린 속도의 공간분해 능력으로 인해 언제 어느 곳에서 벼락이 칠지 그 시기와 장소를 예측하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 이런 수치 모델의 단점을 해결한 사람이 영국 기상청의 기후과학자인 폴 필드(Paul Field) 박사 연구팀이다.
팔드 박사 연구팀은 기존 격자박스의 10분의 1 수준인 10km 영역(격자박스) 내에서 얼음결정체들이 뇌운을 형성하는 과정을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벼락 위험 없는 신항로 개척 예고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필드 박사 연구팀은 기존의 수치 예보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측 영역을 대폭 세분화하면서 지구 곳곳에서 벼락 예측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연구팀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지역에서 1 평방킬로미터 당 매년 약 100번 발생하고 있는 벼락을 모두 예측했다.
이 새로운 예보 모델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도 밝혀지고 있다.
필드 박사는 “오후 3시를 전후해 많은 벼락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시간대에 지온이 가장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따뜻한 공기가 수증기와 함께 위로 상승한다. 이는 얼음 입자들을 형성하고 벼락을 일으키는 뇌운으로 변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수의 경우는 육지보다 훨씬 늦게 벼락이 친다. 이는 호수물이 데워지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필드 박사는 “이 예측 모델에는 바람의 방향 등 뇌운 형성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돼 있다”며 “이 모델을 아프리카, 남미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을 비롯 아시아 등 또 다른 지역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예측 모델로 가장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곳은 항공 분야다.
필드 박사는 “이 모델을 활용해 항로에 있어 위험 지역을 파악할 수 있으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많은 과학자들이 큰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영국 리즈 대학의 대기과학자 데클란 피니(Decaln Finney) 교수는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새로운 기후변화 예측이 가능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관련 논문은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학회지(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Simulated lightning in a convection permitting global model’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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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9-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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