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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8-30

최면요법, 실제로 효과 있을까? 비만, 통증 완화 등에 활용… 정확한 기작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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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을 의미하는 영어 ‘hypnosis’는 ‘잠이 온다’는 의미다. 즉 최면은 ‘어떤 암시에 의해 인위적으로 잠자는 것 같은 상태’로 이끌어가는 기법을 말한다.

현재 많은 최면술사가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최면술에 대해 근거 없고 그릇된 믿음을 갖고 있다.

하버드 의대에서 플라시보 효과에 대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어빙 커쉬(Irving Kirsch) 교수는 30일 ‘타임’ 지를 통해 “최면에 대한 오해가 영화나 소설 등의 허구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뇌과학자들에 의해 최면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 최면요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스웨덴 화가 리카르드 베르그의 작품 'Hypnotic Séance ' (1887년 작)
뇌과학자들에 의해 최면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의료계에서 최면요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스웨덴 화가 리카르드 베르그의 작품 'Hypnotic Séance ' (1887년 작) ⓒWikipedia

비만‧통증‧심리 치료 효과 입증, 부가치료 병행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최면 과정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뇌과학은 최면 활동과 관련된 뇌의 부위를 찾아내는 중이다.

그러나 최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중이다.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사회 각 분야에서 최면술의 활용은 대폭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의료계에서 최면요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커쉬 교수는 “최면이 부가치료 방식으로 채택돼 비만‧통증 등 육체적 질환, 불안‧스트레스 등 정신질환 등에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 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커쉬 교수 연구팀은 그동안 인지행동요법(CBT)으로 치료를 받고 있던 비만 환자들에게 최면술 치료를 추가 병행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지행동요법(CBT)과 최면술 병행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4~6개월 동안의 치료를 통해 평균 9kg(20파운드) 줄일 수 있었다. 이 수치는 CBT 치료만 받은 환자와 비교해 거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감량이 지속되는 기간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병행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경우 감량 효과가 18개월이나 지속됐다. 반면 CBT 치료만 받은 환자의 경우 훨씬 더 빠른 기간 내 체중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치료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하트포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렌 밀링(Len Milling) 교수는 “모든 연령층에서 최면술 효과가 명확히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통스런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 혹은 수술 직후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최면술 요법을 시도한 결과 통증 완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된 육체적 노동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성인들에게도 최면요법을 적용한 결과 마취제‧약물을 사용했던 기존 치료법의 효과를 능가했다.

다만 최면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다 효과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밀링 교수는 “일반적으로 최면 시술을 받은 환자 중 50~60%가 성공을 거두고 있고, 그중에서도 나이가 어릴수록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스탠포드 의대의 정신의학‧행동과학자이자 최면술 전문가 다비드 슈피겔(David Spiegel) 교수는 “최면이 금연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면술 치료를 한 환자 중 절반이 금연에 성공했으며, 그중 절반은 2년간 담배를 손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뇌과학자들, 최면 효과 관장하는 뇌 부위 찾아내

현재 병원에서 최면술을 적용하고 있는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다.

슈피겔 교수는 “스트레스,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도 최면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완화를 통해 바이러스성 감염률을 낮춘 사례도 보고됐다.

신기한 것은, 그 효과가 광범위하게 입증되고 있는 와중에도 어떤 과정을 통해 치료 효과를 보이는 지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최면 효과의 비밀을 플라시보 효과에서 찾고 있다. 플라시보 효과는 약을 통해 병이 나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환자가 가짜 약을 먹고 병이 낫는 현상을 말한다.

최면 역시 플라시보와 유사한 심리 과정이 발견된다는 것. 그러나 이 역시 완벽하게 최면의 메커니즘을 설명해 주진 못하고 있다.

밀링 교수는 “만일 10명의 최면술 전문가들에게 관련 질문을 하면 10명의 답변이 모두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최면술 과정에 대해 공통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귀납(inductiuon)과 암시(suggestion)다.

밀링 교수는 “귀납적인 방식으로 최면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집중해야 할 주제가 제시되고 이로 인해 환자들은 자신의 최면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수분에서 10분 내외”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귀납적으로 목표에 가까워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한 자신의 의식을 최면술사 혹은 상담사의 말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환자의 고민을 전문가들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암시란 가상의 사건(scenarios)들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최면 상태에 도달하게 하는 방식이다. 밀링 교수는 이 방식이 “심리학자에게 상담치료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이지 묻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최면술을 명상(meditation), 종교적 수행방식인 마음챙김(mindfulness) 등과 비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들은 ‘정상적인 판단’과 ‘감각적인 반응’을 통해 강력한 집중력과 수용성(receptiveness)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밀링 교수와 슈피겔 교수는 “최면은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현실을 잊고 가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상태이기에 명상 등과는 다르다”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런 상태를 ‘자아의 일시적인 망각(the temporary “obliteration” of the ego)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슈피겔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최면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최면을 통해 마음과 육체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와 지각을 강화해 불안, 걱정, 육체적 고통 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한편 최근 뇌과학자들은 최면 상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를 일부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슈피겔 교수는 사람의 뇌 안에 고통을 지각하고 이로 인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부위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중 특히 감각과정(sensory processing), 정서반응(emotional response)과 관련 부위와 최면이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최면 상태가 어디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밀링 교수는 “현대심리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최면 상태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장벽이 허물어진다고 주장했지만 지금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는 심리학자는 거의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면의 효과가 서서히 입증되는 가운데,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이 알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8-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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