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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8-08-28

공장 직업병, '외골격 로봇'이 없앤다 몸에 착용하는 시스템… 무거운 짐 쉽게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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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은 몸에 착용해 사람의 동작을 보조하는 기계장치다.

외골격 로봇은 그동안 군인이나 소방관같은 특수 직종 종사자나 노약자처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시범적으로 사용했던 장치다. 때문에 시장규모도 그리 크지 못하다.

특히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착용하는 의료용 외골격 로봇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인·허가 및 인증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개발업체들은 규제가 거의 없는 산업계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기사 링크)

산업용 외골격 로봇은 의료용도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인·허가가 필요 없다. 오히려 장시간 반복 노동을 하는 작업자들의 피로를 줄이고, 부상을 방지해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산업용 외골격 로봇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 현장에도 외골격 로봇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B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외골격 로봇의 시장 규모가 지난 2016년의 1000억 원에서 10년 뒤인 2026년에는 5조 2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몸에 착용하는 산업용 외골격 로봇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몸에 착용하는 산업용 외골격 로봇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 Ford

별도의 동력이 필요치 않은 외골격 로봇

산업용 외골격 로봇의 선두주자는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Ford)다. 이 회사는 엑소바이오닉스(Ekso Bionics)와 함께 개발한 외골격 로봇 제품을 성공적으로 제조 현장에 도입해 주목을 끌고 있다.

엑소바이오닉스는 지난 2005년에 설립된 외골격 로봇 전문업체다. 그동안 쪼그려서 작업을 하거나, 물건을 들어 올리는 등의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외골격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무명의 이 조그만 회사는 군사용 외골격 로봇을 선보인 것이 계기가 돼 포드와 인연을 맺게 됐다. 무거운 짐을 손쉽게 들고 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목격한 포드사의 관계자가 이를 산업용으로도 활용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공동 개발에 들어갔고, 그 결과 ‘엑소베스트(Ekso Vest)’라는 이름의 외골격 로봇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로봇은 키가 150~190cm 사이의 성인이라면 누구든지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엑소베스트가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는 대략 2~7kg 정도다. 이 정도 무게의 물건을 사람이 들어 올리려면 팔과 허리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외골격 로봇을 사용하면 이들이 팔과 어깨를 받쳐줘서 근로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고 부상까지 예방할 수 있다.

엑소바이오닉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 무거운 물체도 쉽게 들도록 도와준다 ⓒ Ekso Bionics
엑소바이오닉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 무거운 물체도 쉽게 들도록 도와준다 ⓒ Ekso Bionics

특히 산업계가 엑소베스트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물건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어떤 동력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력이 아닌 유압장치를 이용해 무게를 재분배하기 때문에 별도의 충전 과정이 필요 없다. 이는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현재 엑소베스트는 현장근로자가 위를 올려다보고 작업을 해야 하는 자동차 조립 과정의 경우에서도 필수적 장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포드 관계자는 “현장근로자는 허리를 뒤로 젖힌 상태로 팔을 자주 들어 올려야 한다. 이때 엑소베스트를 착용하면 허리와 어깨, 팔의 부담이 줄어들게 되므로 작업의 피로도를 낮춰 근골격계 질환까지 예방할 수 있다”라고 밝히며 “일 년 내내 하루에도 수천 번씩 같은 동작을 해야 하는 근로자에게 있어서 엑소베스트는 병에 걸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백신과도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기타 자동차제조사 및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도입

포드는 엑소베스트를 개발한 이후 본격적인 보급에 앞서 미국 내 2곳의 공장을 대상으로 1년 정도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엑소베스트가 현장 작업자의 팔이나 허리에 가해지는 힘을 40% 정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작업자들의 부상 발생을 크게 감소시켰다.

이 같은 결과에 고무된 포드는 전 세계 15개의 공장에 엑소베스트 도입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장 전체를 대상으로 외골격 로봇을 도입하게 되면 비용 부담이 크지만, 작업 효율 향상과 부상 방지만으로도 비용 상승을 상쇄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경영진의 생각이다.

이처럼 포드가 외골격 로봇으로 효과를 보자 BMW나 아우디 같은 독일의 자동차업체들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BMW의 경우 미국 현지 공장에 상체와 하체에 착용하는 외골격 로봇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상체 로봇은 포드처럼 위를 보고 작업하는 라인에 도입했고, 무릎을 굽힌 채 작업하는 근로자들에게는 허리를 받쳐주는 하체 로봇을 지급했다.

아우디도 스위스의 스타트업인 누니와 공동으로 개발한 하체용 외골격 로봇을 독일 현지 공장에서 시범 운용하고 있다.

한편 외골격 로봇에 대한 관심은 방위산업체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산업용 외골격 로봇인 ‘포티스’를 개발하고 있다.

포티스는 원래 무거운 화기를 지탱하는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산업적 수요가 커지면서 록히드마틴은 포티스를 드릴로 벽을 뚫거나 금속을 절단하는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으로 개량하고 있는 중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08-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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