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람들은 달에 물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물의 존재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를 과학자들이 해결했다. 21일 ‘ABC’, ‘가디언’, ‘Phys.Org’ 등 주요 언론은 하와이대학의 슈아이 리(Shuai Li) 교수 연구팀이 달의 남‧북극에 흩어져 있는 서리(frost)로 뒤덮힌 지역을 다수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리 교수 연구팀은 달 광물학 매퍼(Moon Mineralogy Mapper)가 작성한 원적외선 영상에서 서리처럼 보이는 흔적이 얼음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영상은 지난 2008년 10월 인도 달 탐사 위성 ‘찬드라얀 1호(Chandrayaan-1)’가 작성한 것이다.

달 어두운 지역 3.5% 서리로 뒤덮여
서리(frost)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운 온도로 인해 지상의 물체 표면에 작은 알갱이 형태로 얼어붙어 있는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수증기가 승화해 생기는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다.
하와이대 지구물리학‧행성학 연구소에서 작성한 영상 데이터에 따르면 서리의 흔적이 발견된 곳은 태양으로부터 노출되지 않아 영구적으로 어둠에 가려져 있는 달의 남‧북극 지역이다.
리 교수는 “서리가 뒤덮인 지역 대부분은 하워드(Howorth), 슈메이커(Shoemaker), 섀클턴(Shackleton) 등 과학자들의 이름을 붙인 남극 분화구 주변에 집중적으로 흩어져 있었다. 한편 북극 지역에는 띄엄띄엄 유사한 지역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상 데이터에 따르면 얼음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어두운 지역의 온도는 -163℃였다. 연구팀은 이 암흑 지역 중 3.5%에서 분명한 얼음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달에서 이처럼 뚜렷한 물의 증거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논문은 21일자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제됐다. 논문 제목은 ‘Direct evidence of surface exposed water ice in the lunar polar regions’이다.
과학자들이 달에 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태양을 돌고 있는 수성이나 소행성 케레스(Ceres)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달의 어두운 지역에 물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30여 년 간 달 탐사가 지연돼 물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다. 탐사 활동이 재개된 것은 10년 전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달 탐사 궤도선(LRO)을 통해, ISA(인도항공우주국)에서는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를 통해 달의 비밀을 추적해왔다.
달 활용 가능성 커져, 탐사에 영향 줄듯
먼저 물 흔적을 발견한 것은 ISA다. 2008년 10월 22일 최초의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한 후 약 1년이 지나 달 표명에서 물로 보이는 흔적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흔적은 얼음 층이라기보다는 알갱이처럼 보였다. 때문에 물이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기엔 모자랐다.
한편 2009년 10월 NASA는 ‘달 분화구 관찰 및 탐지위성(LCROSS)’을 달남극에 충돌시킨 후 우주로 뿜어져 나온 파편을 관찰했다. 그리고 이 지역에 대량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과학자들은 첨단 영상분석 기술로 달의 차갑고 어두운 지역이 서리로 뒤덮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리 교수는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를 이번에 명확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수소 원자가 물을 구성하고 있는 만큼 과학자들은 달에서 수소의 존재를 확인하려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달에 수소가 있다고 해서 100% 물이라는 보장은 없다. 리 교수는 “수소가 발견됐지만 물이 아닌 다른 물질일 가능성도 매우 커 과학자들이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밝혔다.
리 교수는 이어 “이 수소 원자가 태양에서 날라 온 고에너지 입자인지 혹은 달 표면에서 발생한 이상기류인지 등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물의 존재가 명확히 밝혀지고 그동안의 의문을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달의 생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지만, 지구와 다른 천체의 충돌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통설이다. 45억 년 전 지구 생성초기, 화성 크기의 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적이 있었다. 이때의 충격으로 녹아내린 물질들이 떨어져 나와 달이 됐다는 것.
이런 추정이 가능한 것은 수성이나 왜소행성 케레스와는 달리 달 궤도가 매우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달이 지구로부터 떨어져 나오면서 수분도 같이 떨어져 나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연구팀은 달에서 발견한 서리의 흔적이 패치(patchy) 형태로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것에 대해서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달에 접근한 혜성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달 표면에 충돌함으로서 생긴 임팩트 가드닝(impact gardening)의 결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리 교수는 “혜성과의 충돌로 달 표면에 있던 수분이 공중으로 구름기둥과 같은 형상으로 날아올랐다 다시 떨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군데군데 서리가 내린 것 같은 모습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달 탐사는 화성 등 다른 행성 탐사에 밀려 지지부진해왔다. 그러나 달에서 물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달의 가치가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매쿼리 대학의 행성학자 크레이그 오닐(Craig O'Neill) 교수는 “미지의 세계에 생명이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탐사 계획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오닐 교수는 또 “달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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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8-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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