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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8-01

어른과 어린이, 기억방식 달라 아동 기억과정, 메타분석으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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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자들은 사람의 기억을 감각기억(sensory memory),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또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 장기기억(long-term memory)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감각기억은 시각‧청각‧촉각‧후각 등을 통해 입력된 정보를 1~4초 정도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기억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중 일부가 선택적으로 단기기억 혹은 작업기억으로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기억 중 영구적으로 저장되는 것이 장기기억이다.

전통적으로 기억에 대한 연구는 일차적인 감각기억, 단기기억, 작업기억에 대한 논의로 발전돼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작업기억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심리학계는 물론 교육계 등 관련 학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정보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ikipedia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아이들은 어른들과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정보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간적으로 정보를 기억하는 작업기억 시스템이 어른들과 매우 다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Wikipedia

어린이들, 순간적 기억 다르게 처리해

작업기억이란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는 매우 고차원적 인지기능이다.

매 순간 서로 다른 정보들을 처리하면서 장기기억 정보를 불러오기도 하고, 필요 없는 정보를 삭제하는 등 인지 기능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기억처리 시스템이다.

그동안 이 작업기억은 전두‧두정골(frontoparietal)을 통해 처리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전두‧두정골이란 전두골(frontal bone)과 두정골(parietal bone)의 합성어다.

어른 뇌를 분석한 결과  두정골에서는 시‧공간적인 정보를 처리했다. 회상, 학습, 추론 등 작업기억과 같은 더 복잡한 문제들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처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발달 과정에 있는 어린이 뇌의 경우 이 작업기억이 어떻게 수행되는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그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1일 과학기술 전문 포털사이트 ‘유레카트 (Eurekalert)’에 따르면 러시아 고등경제대학(HSE)의 과학자들은 최근 어린이들의 작업 기억과 관련,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어린이들의 작업기억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n-back task’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게임을 하고 있는 어린이 뇌를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로 촬영해 그 분석 결과를 이전에 발표된 17개의 연구결과와 비교했다.

그리고 연구팀은 기존의 연구 결과와 매우 다른 점을 발견했다. 어린이 뇌의 경우 전두‧두정골이 아니라 대뇌섬(insula)에서 작업기억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를 이끈 HSE의 마리 아르살리두(Marie Arsalidou) 교수는 “연구 결과 어린이 뇌 전전두엽에서 작업기업을 처리하고 있다는 흔적을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르살리두 교수는 “반면 대뇌섬과 같은 엉뚱한 곳에서 작업기억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부위가 변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아르살리두 교수는 “보다 확실한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연령별 연구 범위를 축소해 더 세부적인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계 등 작업기업 연구 결과에 촉각

인지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뇌 안에는 ‘세망신경계(Recticuler Activating System, RAS)’라는 특수 기능이 있다. ‘망상 활성계’라고도 하는 이 부분은 뇌에 널리 퍼져있는 영역으로 뇌의 각성, 흥분, 집중 등에 관여한다.

후뇌에서 시작해 상부의 중뇌, 전뇌에 이르도록 신경이 망형 구조를 이루고 있어 의식의 여부를 조절하게 된다.

이 세망신경계가 파괴되면 장시간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때문에 세망신경계는 뇌의 각성상태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망신경계의 주요 기능은 입력된 정보들을 선별해 접근을 차단하거나 허용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입력되는 감각정보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통해 뇌의 혼란 상태를 막고 필요한 정보만 인식하도록 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우리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세망신경계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머리 속에서 한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생각이 머리를 점령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머리에 들어온 기억들은  작업기억 과정을 통해 교통정리된다.  이는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거나, 학습과 같은 복잡한 일을 하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과정이다.

구체적으로 쇼핑 리스트나 이름, 전화번호, 택시와 전철, 버스 등의 속도를 기억하는 과정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교통수단과 관련,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정보를 입력하면서 정보량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작업기억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에 따르면 11살과 60살의 작업기억량 차이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이런 차이를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른 뇌와는 달리 발달과정에 있는 어린이 뇌에서 세망신경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지금껏 어른 뇌와 어린이 뇌 사이의 차이점은 과학자들에게 어려운 과제로 꼽혀왔다 .

그렇기에 둘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점을 밝힌 이번 연구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논문은 아동심리학 분야 권위지인 ‘Child Develpment’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N-back Working Memory Task: Meta-analysis of Normative fMRI Studies With Children’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8-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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