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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8-07-27

흙에서 썩는 플라스틱 최초 규명 '탄소13동위원소' 사용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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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칭(mulching)이라는 농사 기법이 있다. 시커멓고 얇은 플라스틱 필름인 멀치(mulch)를 흙 위에 덮어 햇빛을 차단하는 것이다.

멀칭을 하면 잡초가 잘 자라지 않아 아주 편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필름이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보니 토양 오염의 우려가 있는 것이다.

생분해가 시작된 PBAT 폴리머 표면 ⓒ ETH
생분해가 시작된 PBAT 폴리머 표면 ⓒ ETH

지금까지 멀칭에 사용됐던 폴리에틸렌(PE) 필름은 사실 농부들에게는 구원과도 같다. 토양 위에 깔아놓으면 잡초도 안 자라고, 토양의 온도를 높여서 작물이 잘 자라게 할 뿐 아니라, 토양 습기가 마르는 것도 막아준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작물 수확량을 늘려주니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농작을 거두고 나면 착한 농부들은 멀치를 거둬들여 폴리에틸렌 필름이 토양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모든 농부들이 다 착하고 모범적이지는 않다.

일부 농부들은 폴리에틸렌 필름을 그대로 방치하기도 한다. 남겨진 필름은 퇴비의 기능을 억제하고, 토양 속 물 흐름을 방해해 결국 작물 수확에도 악영향을 준다.

농사 필수품인 멀칭의 대체재

다행히도 최근 스위스 과학자들이 멀칭 대체 재료를 발견했다. 대체 재료인 폴리머 PBAT는 플라스틱의 일종이지만 토양에서 생분해 된다.

스위스 취리히 공대 (ETH Zurich)와 스위스 연방 수생과학기술연구소(Swiss Federal Institute of Aquatic Science and Technology, Eawag)는 27일 토양미생물이 PBAT(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 폴리머를 생분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게재됐다.

PBAT는 폴리에틸렌(PE)처럼 석유를 기반으로 한 폴리머로서 멀칭 재료 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탄소13 동위원소를 사용해서 PBAT의 생분해 과정을 정확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PBAT에서 나온 탄소13( 13 C)이 미생물 호흡에 따라 단순히 이산화탄소로 변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폴리머 표면 미생물의 바이오매스와 결합하는 것을 발견했다.

유리병에 플라스틱재료를 넣어 생분해 과정을 분석했다. ⓒ ETH
유리병에 플라스틱 재료를 넣어 생분해 과정을 분석했다. ⓒ ETH

지금까지 ‘생분해 된다’고 구분된 모든 재료는 사실 ‘진정한 생분해’의 자격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많은 플라스틱 재료들이 단순히 사람 눈에 안 보이는 작은 조각으로 부셔지지만, 본질은 그대로인 채 환경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진정한 생분해는 미생물이 폴리머 체인 안의 모든 탄소를 사용, 대사작용을 일으켜서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바이오매스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PBAT 재료는 바로 이 같은 현상을 제대로 일으켰다고 연구진은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60g의 흙을 0.1리터 분량의 유리병에 넣고, 그 안에 PBAT 필름을 삽입했다. 그리고 6주 후 토양 미생물이 어느 정도로 PBAT표면에 서식하는지를 측정했다.

실제 환경에서 생분해되는 시간 밝혀야 

그러나 연구진은 실제 자연환경 토양에서는 PBAT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생분해되는지 정확한 시간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이를 밝히려면 실제 자연토양에서 장기간에 걸친 실험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 연구가 플라스틱 오염이 가져올 지구환경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해양에서의 플라스틱 오염도 과연 이렇게 생분해될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토양에서의 플라스틱 생분해에 대한 중요한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특히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아주 좋은 새로운 분석기술을 개발한 것에 주목해줄 것을 요청했다.

연구팀은 PBAT에서 나온 탄소가 토양 속에서 생분해 되는 길을 정확하게 추적하기 위해 안정화된 동위원소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재료가 토양에서 효과적으로 생분해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엄격하게 밝히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새 분석 방법을 사용하면 기업이 멀칭 필름을 생산할 때 생분해되는 재료를 좀 더 쉽게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8-07-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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