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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7-19

최초의 뱀 화석, 호박에서 확인 백악기 자연환경 연구 활성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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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뱀 화석이 호박에서 발견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학자들이 미얀마에서 발굴된 작은 호박 안에서 1억 년 전 살았던 작은 아기 뱀의 유골을 발견한 것이다.

‘사이언스’, ‘뉴욕타임즈’. ‘CBS’. ‘BBC’ 등 주요 언론들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이 뱀은 티라노사우르스가 탄생하기 전인 백악기(1억 3,500만 ~ 6500만 년 전) 중반에 살았던 2종의 작은 파충류다. 화석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이 파충류에 ‘샤오피스 미얀마 엔시스(Xiaophis myanmar ensis)’란 이름을 붙여줬다.

이 화석은 지금까지 발견된 뱀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또한 숲속 환경에서 살았던 뱀 화석이 그대로 보존된 최초의 사례로 뱀뿐만 아니라 백악기 자연환경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 1억년 전 백악기 중반에 호박 속에 갖힌 새끼 뱀들의 화석들. 과학자들이 분석을 통해 백악기에 해안가에 살았던 뱀들이 숲속으로 이주하고 있었음을 밝혀내고 있다.  ⓒMing Bai, Chinese Academy of Sciences
약 1억년 전 백악기 중반에 호박 속에 갖힌 새끼 뱀들의 화석. 과학자들은 이 화석을 분석해 해안가에 살았던 뱀들이 숲속으로 이주하고 있었음을 밝혀냈다. ⓒMing Bai, Chinese Academy of Sciences

척추 뼈로 움직이며 숲속에서 번성

새로 발견한 새끼 뱀 화석은 길이가 약 5cm, 굵기가 골프공 정도의 크기다. 과학자들은 뱀의 두개골을 찾기 위해 X레이를 사용해 뱀 내부를 스캔했다. 그리고 이전에 발견한 뱀 화석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초창기 해안가 등에서 물속에 살았던 뱀들이 차츰 숲으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한 수백 년에 걸친 이 과정에서 뱀들이 자신의 척추 뼈를 지금과 같은 구조로 변화시켰다는 것을 밝혀냈다.

관련 논문은 19일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백악기에 살았던 아기 뱀 화석이 호박 안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의 ‘A mid-Cretaceous embryonic-to-neonate snake in amber from Myanmar’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논문 주저자인 중국지질대학(中国地质大学)의 고생물학자 리다 싱(Lida Xing) 교수가 이 호박을 발견한 것은 2016년이다. 그는 한 상인으로부터 악어의 피부가 들어 있는 호박이 있다고 소개받은 후 그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싱 교수는 골동품 시장에서 판매하는 호박 안에서 새끼 새, 공룡의 깃털 등을 발견한 바 있었다. 그는 이 투명한 벌꿀 색 호박 안에 있는 것이 상인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생물, 즉 악어 피부가 아니라 매우 오래된 뱀의 피부라는 사실을 확신했다.

호박을 구입한 싱 교수는 캐나다로 가 앨버타 대학의 뱀 전문 고생물학자 마이클 콜드웰(Michael Caldwell) 교수를 만났다. 콜드웰 교수는 싱 교수에게 최근 호박에서 발견한 매우 놀라운 뱀 화석들을 보여 주었다.

두 사람은 싱 교수가 발견한 화석이 지금까지 발견한 뱀 화석 중 가장 오래됐으며, 또한 최초의 새끼 뱀 화석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 고생물학자들은 새끼 뱀의 일반 화석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안가에 살다가 미얀마 숲속으로 이주    

호박 속에서 발견한 뱀은 지네, 혹은 노래기처럼 꾸불꾸불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뱀으로 나무에서 흘러나온 호박 안에 갖혀 있었다. 싱 교수와 콜드웰 교수는 기존 뱀 화석들과의 비교를 통해 이 새끼 뱀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연구는 해부학적인 분석에 집중됐다. 특별히 제작된 마이크로 CT(컴퓨터 단층촬영) 스캐너와 입자가속기 싱크로트론 등이 투입됐다. 뱀의 신체 구조 변화를 통해 이 파충류가 어떻게 지구상에 퍼져나갔는지 그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두 연구자는 화석을 정밀 분석한 결과 새끼 뱀들이 파이프 스네이크(pipe snakes)의 조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이프 스네이크는 독이 없는 뱀의 일종인 풀뱀(grass snakes)으로 동남아시아 말레이 제도에 살고 있다.

이 새끼 뱀 화석들은 지금의 뱀처럼 매우 작은 척추 뼈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뱀보다 훨씬 작은 척추 뼈 신경관(spinal cord tube)을 갖고 있었다. 콜드웰 교수는 “이런 척추 모양은 정확히 9900만 년 전 새끼 뱀들이 진화 과정을 거쳤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드웰 교수는 “당시 환경 변화에 따라 뱀의 척추가 변화하고 있었으며, 이렇게 변화한 신체 구조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처럼 꾸불꾸불하면서 힘 있는 움직임을 구사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그러나 이들 새끼 뱀과 닮은 뱀이 지금의 어떤 뱀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논문 작성에 참여한 캐나다 왕립 서스캐처원 박물관(Royal Saskatchewan Museum)의 고생물학자 리언 멕켈러(Ryan Mckellar)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새끼 뱀들이 숲속에 살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멕켈러 박사는 당시 숲이 뱀이 큰 힘을 안 들이고 미끄러져 나아갈 수 있는 바닥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백악기를 포함한) 2억2500만 년~6500만 년 전까지의 중생대 초기 숲에 뱀이 살고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멕켈러 박사는 이어 “뱀의 역사를 통해 고생대, 중생대를 포함한 고대 생물 진화의 역사를 추정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뱀의 화석이 발견된 것은 지형학적으로 이 지역이 아시아와 호주를 잇는 섬 지역이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해안 지역에서 번성한 뱀이 육지 숲 지대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나무에서 흘러나온 호박에 들어가 새끼 뱀 흔적을 남겨놓은 것으로 추정했다. 멕켈러 박사는 “호박 속의 뱀들이 거주지를 이동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7-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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