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사회에서 남성들이 여러 명의 처를 거느리는 관행은 극단적인 부의 격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실제로 일부다처제는 고도로 불평등하고 자본집약적인 농업사회보다 상대적으로 평등한 저기술 원예농업 사회에서 더 일반적이었다.
이 같은 놀라운 사실은 ‘일부다처제 패러독스(polygyny paradox)’로 알려져 있다. 미국 산타페 연구소의 ‘부의 불평등 역학(Dynamics of Wealth Inequality)’ 프로젝트에 의한 새로운 연구는 이 수수께끼에 대한 가능한 해답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한국 보험연구원의 오승연 연구위원과 함께 개발한 새로운 모델을 사용했다. 이 모델에서는 남녀 모두 그들이 키우는 자녀가 최대한 많이 생존하도록 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도록 했다.
부에 비례해 아내 더 두지 않아
연구팀은 이 모델을 29개의 다양한 사회에 거주하는 1만1813명의 부와 결혼, 자녀 출산 자료를 대상으로 테스트했다.
그 결과 밝혀진 주요 내용은 부가 고도로 집중된 사회에서는 한 명 이상의 아내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한 남성이 매우 적고, 부유한 사람이라도 가끔 여러 명의 아내를 거느리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이 자신의 부에 비례해 아내를 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왕립협회 인터페이스’(Royal Society Interface)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코디 로스(Cody Ross, 현재 막스플랑크 인류학 연구소 근무) 전 산타페 연구소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이 연구소 새뮤얼 볼스(Samuel Bowles) 교수 및 캘리포니아대 인류학자인 모니크 보거호프 멀더(Monique Borgerhoff Mulder) 교수와 함께 34명의 인류학자와 경제학자를 이끌고 이 연구를 수행했다.
볼스 교수는 “많은 자본집약적인 농업사회에서는 두드러지게 부자인 남성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이 부유한 남성들이 실제로 많은 아내를 두려고 하지 않는 한 일부다처제 결혼을 하는 여성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내 많은 남성, 자녀 수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로라 포르투나토(산타페 연구소, 옥스퍼드대)나 다른 이들의 연구를 포함한 이전의 연구들과 같이, 연구팀이 개발한 모델은 더 많은 아내를 얻으면 각각의 아내에게 토지나 가축, 장비들을 주어야 하므로 남성의 물질적 부가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의 새로운 연구는 부자 남성들 사이에서조차도 경쟁적인 아내들이 남편의 부를 공유토록 할 필요가 있을 만큼 일부다처제가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거호프 멀더 교수는 “정말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라며, “우리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네 명의 아내를 가진 매우 부유한 남성도 둘 사이에 부를 똑같이 배분한 두 아내를 가진 두 남성들보다 자녀를 더 적게 가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짝짓기’ 시스템은 세계 인구통계와 인간의 생식 생리학을 토대로볼 때 적당히 일부다처제적으로 생각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 현재 서아프리카 등 일부다체제가 아직도 보편적인 지역에서는 출산율은 높으나 저축률이나 1인당 GDP는 낮아 경제적으로 낙후된 상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일부다처제를 금지해 출생률을 40% 떨어뜨리면 저축률은 70%, GDP는 170%까지 오를 것으로 보기도 한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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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7-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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