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창의나래관에서 제41회 과학문화융합포럼이 열렸다.
(사)과학문화융합포럼의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과학문화융합을 통한 미래사회 변화와 예측’을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리로, 이화여자대학교 박영일 교수가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을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박영일 교수는 “우리는 미래의 교육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2001년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지적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소개했다.
그는 “17년 전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학교가 사라져가는 산업 체제에 맞도록 짜여진 교육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라고 강조하면서, 미래 사회의 변화 양상에 따른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박 교수가 가장 먼저 교육자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과거 “무대 위의 교육자” 보다는 학습자를 중심에 두는 “학습 경험의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조력자가 반드시 선생님일 필요는 없다. 선생님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조력자로서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라며 과학기술인처럼 각 분야 전문가의 역할이 교육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전문적인 영역을 증가시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를 빠르게 수용하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에 격차가 커지는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간극을 메꾸기 위해서는 전문지식계층의 지식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코스웨어(Courseware)가 필요하며, 앞으로의 코스웨어는 하나로 통일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코스웨어(Courseware)는 일반적으로 온라인 교육 소프트웨어를 일컬으며, 온라인공개강좌 플랫폼인 무크(MOOC, Massive Online Open Courseware)가 한 가지 예이다.
박영일 교수는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한다고 해도 교육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사회 변화에 따라 교육의 모습이 변화할 수는 있어도 결국 본질적인 가치는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은 ‘교육자’가 아닌 ‘학습자’에, ‘교과목’이 아닌 ‘학습자가 당면하게 되는 문제’에 집중할 때 그 본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무엇보다도 미래에는 정형화된 학교 교육의 틀을 벗어나 삶 전체가 교육(학습)과 일체된 모습이 요구될 것이다”라며, 교육과 학습이 학생의 전유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닌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것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현재 한국의 평생학습 시스템은 기존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명분 아래 실제 수요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은 노환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와 이광형 KAIST 교수가 맡았다. 노환진 교수는 “각 분야의 전문성이 강해지는 미래 사회에서 어떻게 각 전문성을 연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서 교육자의 역할이 학습자에게 매우 중요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생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ICT 실습을 필수 교육으로 지정하여 초반에는 학생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해양오염물을 청소하는 기계 설계’와 같은 융합 프로젝트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학생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모를 수 있다. 이를 통찰력 있게 파악하고 학생들을 이끌어 가는 것이 미래 교육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능력을 발굴하고 발휘하는 과정에서 교육자의 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이광형 KAIST 교수는 대학교육에서 교수가 교육자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실제 수업에서 학생들을 수업에 활발히 참여시켰다가 강의평가 점수가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며 “대학 제도상 교육자가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초중등 교사와 달리 교수는 연구능력이 교원임용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라며 "윤리와 교수법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정조차 없는 점"도 시급히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자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개선도 필요한 것이다.
- 최혜원 자유기고가
- heyone@kaist.ac.kr
- 저작권자 2018-06-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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