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영국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의 결혼식이 영국 윈저성에 있는 세인트 조지 교회에서 열렸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의 해리 왕자가 연상에다가 이혼 경력이 있는 할리우드 여배우, 마클을 만날 때부터 큰 화제를 모은 결혼식이었다. 세계 매스컴의 이목이 이 곳에 쏠렸고 많은 방문객들이 이 로열 웨딩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18일 ‘ABC’ 등 주요 언론들은 이 세기의 결혼식장에 아마존의 안면인식을 위한 머신러닝 플랫폼(machine-learning platform)이 설치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의 신원을 일일이 다 확인하기 위해서다.

해리왕자 결혼식에도 안면인식 시스템 가동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은 컴퓨터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을 말한다. 컴퓨터에 다양한 고양이 사진을 보여 주면서 ‘이것이 고양이’라고 알려주면, 이 기계학습을 통해 실제 고양이들을 식별해낼 수 있다.
아마존은 이 기술을 적용해 ‘아마존 레코그니션(Amazon Recognition)’이란 기술을 개발, 2016년 말에 공개했다. 아마존은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컴퓨터가 강아지를 봤을 때 어떤 견종인지 바로 식별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고급 분석 기능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람의 2개의 이미지를 이용해 동일인 여부를 분석해주는 얼굴 비교 기능, 여러 명의 사람 얼굴 이미지 중 같은 이미지만 뽑아낼 수 있는 얼굴 인식 기능 등을 소개했다.
이 기능을 지난 5월 19일 열린 ‘세기의 결혼식’에 활용한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언론들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 이 기술이 각계각층에서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ABC’는 구글, 애플 등의 공룡기업들이 아마존의 ‘레코그니션’과 같은 시스템을 개발하고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구입 비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안면인식 시스템을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고, 남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사에서도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특히 ‘뉴욕타임즈’에서는 공공행사에 참석하는 인물 확인 등을 위해 아마존으로부터 ‘레코그니션’을 도입, 의회 등에서 실험 가동 중에 있다며 NT 대변인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ABC’는 이처럼 빠른 속도로 안면인식 시스템이 확산 보급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예측했다. 특히 공원이나 행사장에서 어린 아이를 잃어버렸을 경우 손쉽게 아이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되고 있다고 보았다.
무분별한 남용으로 개인 신분노출 가능해져
수사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군중을 촬영한 후 그 안에 숨어 있는 범죄인을 식별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악용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파파라치나 공갈·협박, 인권을 훼손하는 공포정치 등에 보이지 않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안면인식 시스템 가격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아마존의 ‘레코그니션’ 가격은 다른 경쟁기업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비교해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BC’는 호주에서 판매되고 있는 ‘레코그니션’ 가격을 소개하고 있다. 1분 동안의 비디오 분량을 분석하는데 0.13달러(한화 약 142원)이며, 1000명의 얼굴을 분석하는데 0.013달러(한화 약 14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업인 액센츄어의 루만 차우드허리(Rumman Chowdhury) 인공지능 책임자는 “안면인식 기술이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는 가운데 인류에게 수많은 재앙을 안겨준 ‘판도라의 상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안면인식 기술에서는 기초적인 얼굴 특징을 구분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판매되고 있는 안면인식 시스템의 기능을 보면 턱, 눈, 이마, 입술 등의 얼굴 모습들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찾고 있었던 안면 이미지를 구분해 낼 수 있다.
성(性) 식별은 물론 웃는 모습 등 감정 상태 등의 인식도 가능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종 분석까지 가능해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인종차별자들이 이 기술을 악용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중이다.
개인 신상정보 노출로 개인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스토커나 폭력배 등이 이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끈질긴 괴롭힘이 가능해진다. 무분별한 남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신분노출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비난이 거세지면서 당사자인 아마존에서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 대변인을 통해 “아마존의 ‘레코그니션’을 개발하면서 한정된 인사들의 얼굴 인식만 가능하도록 데이터 분석 범위를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또 “‘레코그니션’을 잘못 사용할 경우 서비스가 중단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ABC’는 “악용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호주 정부는 안면인식 시스템과 관련, 가장 자유로운 정책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어나나면서 급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합동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규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인권위원회 에드워드 산토우(Edward Santow) 위원은 “시민 피해를 크로스체크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안면인식 시스템의 보급과 관련 고조되고 있는 사생활 침해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지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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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6-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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