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는 지구 기후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92년 이후 25년간 남극에서는 약 3조 톤의 빙하가 녹아내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빙하유실 속도다.
14일 ‘유엔스 뉴스앤월드리포트’, ‘라이브 사이언스’ 지 등 주요 언론들은 최근 들어 빙하 유실 속도가 우려할 만큼 더 빨라지고 있다는 국제 공동연구팀(84명)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반세기 동안 빙하 유실의 지표가 되는 남극 대륙의 미국 텍사스 주 면적에 달하는 빙하에서 깊이 4m에 달하는 물이 흘러내렸다. 이렇게 녹아내린 물은 바다로 흘러들어 지구 전체의 해수면 온도를 7.6mm 높여 놓았다.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녹고 있다”
남극의 빙하 유실 속도를 연도별로 비교하면 1992년부터 2011년까지 19년 간 연평균 760억 메트릭톤(메트릭톤은 1000kg)의 빙하가 녹아내렸다. 그런데 2012~2017년 사이, 이보다 3배가 넘는 연평균 2410억 메트릭톤이 녹아내렸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캠퍼스의 지구과학자 이자벨라 벨리코그나(Isabella Velicogna) 교수는 “남극 빙하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사라지고 있다.”며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서남극 지역에서 빙하 유실이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워싱턴대 응용물리연구소의 빙하학자 이안 요힌(Ian Joughin) 교수는 “서남극 지역의 빙하 유실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며 대부분의 빙하가 붕괴 직전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NASA(미항공우주국), ESA(유럽항공우주국)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84명의 연구팀은 인공위성을 통해 촬영한 남극과 그린랜드 영상을 분석해왔다. 과거 단일 영상을 분석해오던 것과는 달리 이번 연구에는 10~15개의 인공위성 영상들이 동원됐다.
남극 빙하를 25년 동안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은 1992년 이후 인공위성을 통한 정밀 촬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관련 논문은 13일자 ‘네이처’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Mass balance of the Antarctic Ice Sheet from 1992 to 2017’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영국 리즈대학의 앤드류 셰퍼드(Andrew Shepherd) 교수는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다양한 영상을 통해 남극 대륙의 접지 및 대기 측정,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이르기까지 이전에 몰랐던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셰퍼드 교수는 “이처럼 빠른 속도로 빙하가 유실될 경우 지구 온난화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더욱 어려워진다.”며,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둘러 전 지구적인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수면 상승 1m에 이를 수 있어”
남극 빙하가 대거 유실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사용으로 인해 대기 중에 유출되는 따뜻한 바람이다. 이 온풍이 남극 빙하를 녹이고, 이로 인해 생성된 온수가 또 다시 빙하를 녹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은 남극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남극에서는 1992~2012년까지 연평균 580억 메트릭 톤의 빙하가 녹아내리다 2017년까지 이후 5년간 연평균 1750억 메트릭 톤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극반도의 경우는 1992~2012년 동안 연평균 70억 메트릭 톤의 빙하가 녹아내리다 2017년까지 5년 간 연평균 360억 메트릭 톤으로 상승했다. 2012년 이전과 비교해 빙하 유실속도가 5배 이상 빨라졌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남극 빙하의 유실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남극은 수천 년 동안 계절에 따른 온도 변화에 따라 얼음을 얼렸다 녹이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얼음 회복 과정이 없이 계속 유실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나가면서 광범위한 지역에서 빙하가 더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은 머지않은 미래에 남극 빙하가 모두 사라질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 빙하가 맞닿아 있는 해저를 탐사하며 남극 빙하의 운명을 예측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호주연방과학원, 호주 모내시대학 등 연구진은14일 ‘네이처’에 게재한 ‘Choosing the future of Antarctica’이란 논문을 통해 “지금과 같은 추세로 남극 얼음이 녹아내리면 남극 얼음으로 인한 지구 전체 해수면 상승은 2070년쯤 약 25㎝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요인들로 인한 상승폭까지 합하면 지구 해수면은 1m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같은 결과가 남극 서부의 빙하 전체를 녹아내리게 만들면서 최악의 경우 지구 전체 해수면을 3.5m 높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지구 해수면이 1m가량 상승한다는 것은 이미 바닷물이 넘치고 있는 태평양 섬 국가들은 물론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의 거대한 해안지역이 침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 종말을 예측하는 영화들 같은 비극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한 가지 희망을 걸 수 있었던 것은 빙하에 손상이 가지 않은 지역으로 알려진 동남극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동남극의 빙하가 과거 상태를 보존하고 있다며 남극 빙하와 지구온난화와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국제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동남극에서는 28억 메트릭톤의 빙하가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극 역시 서남극과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로 인한 재난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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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6-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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