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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6-05

인류 농경은 왜 시작되었나? 이만천년 전 인구밀도 지도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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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의 도입은 인간과 환경을 영원히 바꿔 놓았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농업은 적어도 지구의 서로 다른 12개 주요 장소에서 독립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왜 인류 역사의 특정 시기에 이들 장소에서만 농업이 시작되었을까?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와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를 밝혀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농업은 환경조건이 개선되고 인구밀도가 더 높아지던 잉여의 시기에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최초 연구로서, ‘세계 인구밀도를 추정하면 농업을 탄생시킨 원동력을 알 수 있다’는 제목으로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 4일자에 발표된 이 논문은 인류 농경의 기원에 대한 기존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해 준다. 그러나 오래 지속돼 왔던 다른 두 가지 이론에는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두 이론 가운데 하나는, 환경조건이 나빠지고 인구밀도가 낮았던 어려웠던 시기에 음식을 얻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에 농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떤 일반적인 패턴이 존재하지는 않고, 각 지역의 독특한 사회적, 환경적 조건에 의해 농업이 시작됐다는 이론이다.

농경에 사용된 구석기시대 돌도끼.  CREDIT: John Eisele/ Colorado State University
농경에 사용된 구석기시대 돌도끼. CREDIT: John Eisele/ Colorado State University

환경 및 문화적 특성과 인구밀도 간 상관관계 모델링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마이클 개빈(Michael Gavin) 콜로라도주립대 천연자원과 부교수는 이번 연구와 일반적인 방법론적 접근이 인류 역사에서 다른 분수령이 되는 사건들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빈 교수는 “우리 역사에는 인류의 전체 행로를 바꾼 여러 핵심적인 사건들이 있었다”며, “농업은 오늘날과 같이 수십 억 명이 살고 있는 세계의 다른 수많은 구성요소들과 연결돼 있으며, 이는 인류 역사에서 핵심적인 순간들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인간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는 지난 수만 년 간을 되돌아볼 때 유용한 자료들이 거의 없어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과학자들은 전형적으로 고고학적 증거에 의존한다. 그러나 고고학 발굴은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들에 국한되기 때문에 큰 그림을 얻기가 어렵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냥과 낚시, 채집으로 식량을 얻는, 시간적으로 현대와비교적 가까운 수렵 채집 사회의 환경 및 문화적 특성과 인구밀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모델링했다.

연구팀이 인구밀도 예측인자로 간주한 요소들로는 △환경 생산성 △환경 안정성 △공동체 사람들이 새로운 장소로 이동할 때의 평균 여행거리 △사람들이 토지나 다른 자원의 소유 여부 △가장 가까운 해변과의 거리 등이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이 인구밀도를 예측하는데 탁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모델을 과거의 기후 자료와 연결시켰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지구 전체의 잠정적인 인구밀도를 ‘예측’ 혹은 ‘예보’할 수 있었다.

시간 경과에 따른 인구밀도 변화. https://source.colostate.edu/origins-of-agriculture/ Graphic: Patrick Kavanagh/CSU
시간 경과에 따른 인구밀도 변화. https://source.colostate.edu/origins-of-agriculture/ Graphic: Patrick Kavanagh/CSU

2만1000년 전 인구밀도 지도 작성

이번 연구에서는 처음으로 2만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로부터의 잠정적인 인구밀도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지도를 사용해 농업이 기원한 세계 12개 중심지 각각에 존재하던 조건들이 농경이 시작된 시점에 어떤 상태였는지를 조사했다.

논문 제1저자 중 한 사람인 패트릭 카바너(Patrick Kavanagh) 콜로라도대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서로 다른 농경 기원 중심지가 모두 환경조건이 개선되고 인구밀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농업이 발달한 모든 지역은 같은 패턴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개선된 환경조건에 따라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사치품을 구할 수 있었고, 많은 이가 한 장소에 모여 살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연마해 혁신의 불꽃이 타올랐을 것이라고 믿는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지역들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잉여적 양상에서의 공통점을 발견했지만 이것은 각 농업 기원 중심지에서 정확하게 똑 같은 조건이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각 지역들과 사람들은 아마도 사회적으로 매우 달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이들 주요 중심지에서 농경이 시작된 시기는 수천 년 동안에 걸쳐 다양했고, 사람들이 경작했던 작물 종도 서로 달랐다.

연구팀은 인구밀도 지도를 사용해 12개 농업 기원 중심지 각각에 존재했던 조건들을 조사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농업이 시작될 당시 환경 여건이 개선되고 인구밀도가 증가하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CREDIT: Joe A. Mendoza/Colorado State University
연구팀은 인구밀도 지도를 사용해 12개 농업 기원 중심지 각각에 존재했던 조건들을 조사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농업이 시작될 당시 환경 여건이 개선되고 인구밀도가 증가하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CREDIT: Joe A. Mendoza/Colorado State University

농업 기원지, 환경조건 개선되고 인구밀도 증가

그러나 놀랍게도, 농업 기원 중심지에서 농업이 탄생한 것이 수천 년 동안에 걸쳐 다양하고 그 범위도 뉴기니아 고원으로부터 중앙아메리카와 중동지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지만 이들 지역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환경조건이 개선되고, 인구밀도 증가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카바너 박사는 “이들 모든 농업 기원 중심지에서는 몇 가지 필요한 환경적 변화가 있었다”며, “농업이 기원한 시기가 다르고 지리적 위치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12개 농업 기원 중심지에서는 환경조건이 개선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한편 이번 연구에서 제작한 지도를 다른 용도로 응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개빈 교수는 “수만 년 전의 잠재적 세계 인구밀도 지도를 검토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우리는 인류의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들의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으며, 이것은 인류 역사에 남아있는 수많은 의문을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6-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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