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칩에 실험실 기능을 탑재한 랩온어칩(lab-on-a-chip) 기술이 인체 세포가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밝혀줌으로써 암과 여러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와 스위스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개별 세포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전례 없는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 성과로, 세포들의 행동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마이크로 과학기술을 다루는 과학저널 ‘스몰’(Small) 28일자에 실렸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같은 종의 세포는 각각의 독특한 ‘개성(personality)’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자극에 직면하면 각각의 세포는 서로 다른 양의 분자를 분비하고 다양하게 의사소통을 한다. 동일한 유형의 두 세포가 같은 처치를 받았을 때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이전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개별 세포 세부연구는 부진
호주 RMIT대와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및 루드비히 암연구소(로잔) 연구팀은 세포의 이런 특성을 더욱 깊이 연구하기 위해 안에 작은 방이 있는 광학 유체 장치인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이 방은 빗방울의 1000분의 1 정도 크기로, 연구자들은 이 방에 세포를 넣고 세포 주변 환경을 건드리지 않고도 세포들의 복잡한 신호행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호주 RMIT대 석학교수인 아난 미첼(Arnan Mitchell) 마이크로나노 연구실 실장은, 단일 세포 분석은 새로운 질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그동안 효과적인 분석기술이 없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세포군이 질병과 싸우거나 감염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통신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나 개별 세포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아야 할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유형의 세포 두 개에 같은 처치를 했으나 매우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것. 그러나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 메커니즘을 충분히 알지 못할 뿐더러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적절한 기술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치료법 개발의 새 돌파구”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센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중요한 돌파구로 생각되고 있다. 기능면에서 세포가 분비하는 화학물질의 양과 유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12시간 연속 작동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하나 실제로는 훨씬 오랫동안 작동이 가능해 연구자들에게 강력하고 혁신적인 도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첼 교수는 “이 바이오센서는 세포의 커뮤니케이션과 행동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해 주는 강력한 도구로서, 이를 활용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병 진단과 치료법 개발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포를 개별적으로 분리해서 분석
모든 세포는 각각 고유의 복잡한 방식으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암세포는 건강한 조직에 침투해 퍼지기 위해 다양한 호르몬과 단백질을 생산한다. 면역세포들은 감염이나 침입자에 대항하려고 면역계로 하여금 적과 싸우도록 자극하는 사이토카인이라는 화학 매개물질을 분비한다. 그러면 각 세포의 행동을 구성하는 실제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이번에 개발한 통합적이면서 소형화된 장치는 기존 현미경과 호환이 되면서도 세포의 행동과정과 통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또한 암과 자가면역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공저자이자 EPFL의 바이오나노포토닉 시스템 실험실장인 하티체 알투크(Hatice Altug) 교수는 “이 바이오센서의 활용 예를 하나 들자면, 어떤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면역세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나노포토닉에 분자생물학 결합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포토닉 바이오센서는 수십억 개의 나노 기공이 정확한 패턴으로 배열된 금 박막으로 코팅된 유리 슬라이드다. 다공성 막으로 만들어진 벽으로 분리된 작은 방이 슬라이드 위에 위치해 있다. 방에는 작은 미세유체 채널을 통해 물과 영양분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온도와 습도가 적정하게 유지된다.
이 장치에는 세포를 방 안으로 삽입할 수 있는 밸브가 있고 방 안에는 세포가 분비하는 특정 분자들을 인식하고 포착할 수 있는 리간드 혹은 항체가 자리하고 있다.
광대역 광원이 그 방을 비춰주며, 입자들이 동시에 진동하는 플라즈몬이라는 광학 현상 때문에 나노 기공은 단지 하나의 광파 주파수나 색을 통과시킨다. 세포가 분자를 분비하면 분자가 항체에 달라붙게 되고 기공을 통해 전달되는 주파수가 바뀌게 된다. 이를 통해 특정 분자의 상세한 정보가 식별될 수 있다.
가장 공격적인 암세포 가려내
연구팀은 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림프종 세포에서 사이토카인 분비 수준을 연구했다. 알투크 교수는 “지금까지 개별 세포를 연구하려면 항상 형광체가 필요했으나 이런 화합물은 세포의 기능을 방해하고 실시간 연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마리아 솔러(Maria Soler) 연구원은 “우리 장치에서 각 나노 기공은 별도의 센서 역할을 한다”며, “따라서 세포는 방의 어느 곳에나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수 있고 우리는 이들을 동일한 방법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치는 수많은 응용 가능성이 있다. 논문 공동제1저자인 샤오캉 리(Xiaokang Li) 연구원은 “우리 접근법은 종양에서 가장 공격적인 암세포를 확인해내, 환자에게 어떤 치료법이 적합한지를 정확하게 결정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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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5-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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