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7100년 전에 독일에서 살았던 한 전사(warrior)의 유골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DNA를 발견했으며, 이 중 일부를 되살리는데 성공했다고 9일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B형 간염 바이러스는 450년 전의 것이다. 이번에 발견한 바이러스는 이보다 15배가 더 오래된 선사시대 병원성 바이러스로, 향후 바이러스 진화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B형 간염 바이러스(HBV)는 간세포에 감염되어 B형 간염을 일으키는 이중가닥 DNA 바이러스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세계 전역에서 2억57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감염돼 고통을 받고 있는 심각한 질병이다.

선사시대 유골 12구에서 바이러스 발견
B형 간염은 인플루엔자와 유사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바이러스에 의해 공기, 혹은 새나 돼지 등을 통해 전염되는데, 만성 질환의 경우 간암으로 발전해 매년 88만7000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덴마크 코펜하겐대, 영국 캠브리지대, 막스플랑크 연구소, 시드니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행됐다. 바이러스가 발견된 유골은 독일에서 발견된 15구의 전사들의 유골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유골이다.
시드니대의 바이러스 학자 에드워드 홈즈(Edward C. Holmes) 교수 연구팀은 유골에서 바이러스를 채취하기 위해 치아와 뼈 조각을 가루로 분쇄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전기능을 유전물질을 채취해 DNA를 복구하는데 성공했다.
코펜하겐대의 유전학자 에스키 윌레슬루(Eske Willerslev) 교수는 “가장 오래된 유골에서 바이러스 DNA를 수집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선사시대 인류의 건강을 비롯해 질병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윌레슬루 교수는 지난 2015년 그의 연구팀을 이끌고 유럽과 아시아 유적에서 발굴한 유골 304구의 유전자를 분석했다.그리고 청동기와 철기 시대 유적으로 추정되는 이 유골을 통해 흑사병을 일으키는 페스트 균의 DNA를 발견했다.
교수팀은 보다 더 생생한 유전자 데이터를 채취하기 위해 유골들을 영국 캠브리지대 ‘병원균 진화 센터(Centre for Pathogen Evolution)’로 옮겨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첨단 장비를 갖춘 연구시설을 통해 막대한 자료를 채취했다.
BC 200~7100년의 것으로 확인된 304구의 유골을 통해 1140억 개의 DNA 조각을 찾아낼 수 있었다. 특히 12구의 유골에서는 바이러스 DNA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들 DNA가 모두 B형 간염 바이러스 정보를 담고 있음을 확인했다.
간염 바이러스의 역사 새로 작성 중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유전학자 요하네스 크라우제(Johannes Krause) 박사 연구팀은 독일에서 발굴한 53구의 유골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3구의 유골 치아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하나는 1000년 전, 다른 하나는 5300년 전, 또 다른 하나는 7000년 전 유골이다. 7000년 전 유골은 농부 유골로 터키와 인접한 지역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라우제 박사는 “치아에서 많은 바이러스가 발견돼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소멸된 유전자 정보가 발견됐지만 대부분의 DNA 정보는 지금의 바이러스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심각할 정도로 감염돼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비추어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됐는지 다양한 추론을 내놓고 있다. 침팬지와 고릴라가 사람과 유사한 HBV를 지니고 있음에 비추어 이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전파됐음을 추정하고 있다.
모기 등을 통해 HBV에 감염된 사람의 피가 다른 사람은 물론 침팬지, 고릴라 등 다른 동물들에 옮겨가 사냥 등을 통해 다시 사람에게 전달되고,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돼 지금의 HBV로 발전했다는 주장이다.
아프리카에서 8만~12만 년 전에 있었던 유럽, 아시아 지역으로의 인구 이동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정명을 더욱 확산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윌레슬루 교수는 현재 HBV가 아프리카보다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더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문명발전이 정체된 아프리카와는 달리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교역이 성행하고 인구이동이 빈번해지면서 B형 간염 바이러스 역시 전염 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문명이 발달한 지역일수록 이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추론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막스플랑크 크라우제 박사는 아프리카 기원설에 반대하고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인체 등에 기생하면서 유전물질을 재결합하고 있는 만큼 주변 상황에 따라 전염 속도를 조절해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헨드릭 포이나르(Hendrik Poinar) 교수도 크라우제 박사 주장에 동의하면서 B형 간염 바이러스 진화 과정에 인류 이동과 관련된 아프리카 기원설을 적용하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1965년 블룸베르그(Blumberg)에 의해 발견됐다. 처음에는 오스트리아항원이라고 불렀다가 지금은 ‘HBV(hepatitis B virus)’라고 명명하고 있다. 인류 건강을 해치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오랜 역사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8-05-1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