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창업은 성공요인도, 실패요인도 모두 기술에 있다. 우리도 기술개발에만 몰두하다보니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했고, 결국 중국의 저가형 드론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의 대표적 드론개발 회사인 바이로봇을 공동창업한 홍세화 전략담당이사(CSO)가 지난 18일 있었던 STEPI의 과학기술정책포럼에서 창업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술창업을 시작하는 청년 과학자들이 범하기 쉬운 잘못을 이같이 말했다.
출연연 아르바이트생에서 공동창업자로
홍세화 이사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학부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은 공학도였다. 그는 원래 ‘남들이 많이 한다고 하는 것을 나는 하지 말자’라는 주의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이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할 때 자신은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기술창업을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아르바이트였다. 그는 “학부 때 흥미를 느꼈던 로봇 분야의 창업을 하고 싶었으나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아르바이트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찾아가게 됐다”고 했다.
그곳에서는 견마로봇, 웨어러블로봇, 비행로봇을 세 개의 연구팀으로 나눠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아르바이트생인 홍세화 이사는 세 개 팀 모두를 서포트 하는 역할이라 어깨너머로 여러 기술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기술창업의 꿈을 함께 이뤄갈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에 견마로봇은 아직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고, 웨어러블 로봇도 착용만 할 뿐 아무런 효과도 보이지 않고 있었는데, 비행로봇은 벌써 하늘을 날고 있었다”며 그래서 가솔린엔진 비행로봇을 개발하고 있던 현재의 바이로봇 지상기 대표와 의기투합을 하게 됐다.
2011년 그렇게 그는 아르바이트생에서 공동창업자가 되었다. 그는 창업하자마자 열심히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았고 2013년 말에 드디어 첫 번째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시장의 반응은 좋았으나 그것은 바이로봇의 첫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 그들이 영업과 유통 시스템을 전혀 알지 못했던 공학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처음에 제작비 10만 원을 들여서 시제품 500대를 만들어 전시회에서 15만 원에 판매를 했는데 선주문이 밀릴 정도여서 대박이란 생각을 했다”며 “그때 외국 바이어가 수입을 하고 싶다며 단가를 물어왔다. 13만 원에 주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판매가를 30만 원으로 높여야 하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그냥 가버렸다”고 당시 실패담을 들려줬다. 이는 중간 유통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가격책정으로 실패한 케이스였다.
기술창업 성공은 ‘실험실 기술을 일상으로’
때문에 홍세화 이사는 “기술창업을 성공하려면 경영이나 마케팅 등에서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내에서는 기술창업 스타트업에 중점을 맞춘 멘토링시스템이 좀 더 갖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실패를 딛고 일어나 기술개발에 좀 더 박차를 가해 세계 최초로 배틀 시스템을 장착한 완구용 비행로봇을 개발하여 상용화에 성공했을 즈음 중국 저가형 드론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없었던 바이로봇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홍 이사는 “시장의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사전에 준비를 했으면 저가형 드론과 어떻게 경쟁을 해야 할지 대책을 세울 수 있었을 텐데 저희는 주위를 전혀 살피지 않고 실험실에서 연구하듯 기술개발만 열심히 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그래서 바이로봇의 목표는 ‘실험실에서 연구되고 있는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우리의 일상으로 옮겨오는 것’이 되었다. 실험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이 우리 일상과 동떨어져 있다면 기술창업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8-04-2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