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않은 미래에는 우리 몸 안에 삽입된 생체기계(biomachine)가 각 세포의 결함 있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찾아내 고도의 정확도로 이를 수정, 치료하게 될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편집의 정밀도를 높이려는 연구들이 성과를 거두면서, 새로운 돌파구 하나가 제시돼 이런 상상의 현실화에 한 발 다가서게 됐다.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기술을 치료 현실에 좀더 가깝게 접목시킬 수 있는 새 기술을 개발해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이 대학 분자치료학 연구위원장이자 약리학 조교수인 베이실 허버드(Basil Hubbard) 박사는 “우리는 유전자 편집에 사용되는 자연 가이드 분자를 가교 핵산(bridged nucleic acid, BNA)으로 불리는 합성 물질로 대체해 유전자 편집기술의 정확도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허버드 교수팀은 이번에 발견한 기술에 대해 특허를 신청하고, 이를 임상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 제약업체와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1% 오류율 획기적으로 줄여
2012년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초정밀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CRISPR / Cas9)이 미국과 독일 공동연구팀에 의해 발견된 이후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은 급속히 높아져 왔다. 이 시스템은 원래 박테리아 안에 자연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침입자인 박테리오파지의 DNA를 절단해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허버드 교수는 “박테리아는 이전의 감염됐던 정보를 저장해 놓았다가 새로운 바이러스 침입자가 들어오면 그 DNA를 찾아내 잘라서 파괴해 버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자들은 이 시스템이 인체 세포에서도 특정 DNA 서열을 절단하도록 프로그램될 수 있어 유전자 편집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러나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이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아 때로는 비슷하게 생긴 부정확한 유전자를 자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카스9 시스템은 자연 RNA 가이드 분자를 사용해 1%의 오류만 낼 만큼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인체에 활용하려면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허버드 교수는 “우리 인체에 수조 개의 세포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중 1%라면 엄청난 양으로, 유전자 편집은 무엇보다 영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오류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잘못된 절단 하나가 환자에게 암 발생과 같은 심각한 상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치료 시스템 인체 내 전달이 과제
논문 제1저자인 크리스토퍼 크롬웰(Christopher Cromwell) 박사과정생을 포함한 허버드 교수팀이 개발한 새로운 BNA 가이드 분자는 절단할 DNA를 찾아내는데 훨씬 더 안정적이고 엄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버드 교수는 “BNA를 사용해 카스9 시스템 유도 실험을 했을 때 어떤 경우에는 목표로 한 DNA를 찾아내는 특이도가 1만배 이상 높을 만큼 극적인 개선을 이루었다”고 밝혔다.
유전자 편집기술이 유전적 희귀병 치료 등 실제 환자 치료에 응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편집 기술의 정확도 향상과 함께 이 치료 시스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인체에 전달하느냐는 문제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인간 배아에서 고유의 특성이나 모습 등을 바꿀 수 있지 않느냐는 윤리적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향상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근이영양증에서부터 혈우병 및 다양한 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유전적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hanbit7@gmail.com
- 저작권자 2018-04-16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