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세상을 보여주는 창에 자주 비유된다. 하지만 그 창이 과연 투명한가에 대한 물음을 가진 적이 있는가. 사실은 창이 아닌 고화질 텔레비전이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과연 무엇이 진짜 바깥의 모습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김수영 연구원은 언론을 창에 비유하면서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언론은 간편하게 앉아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거짓 정보를 통해 대중을 속일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이유에서다.
제22회 카이스트 시민인문강좌가 21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국제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강연은 ‘뉴스는 팩트인가’를 주제로 총 6회에 걸쳐 진행되는 행사의 첫 번째 순서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의 김수영 연구원이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에 대해 발표했다.
김수영 연구원은 사람들이 왜 뉴스를 원하는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뉴스에 바라는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는 안전 정보다. 재난에 관한 정보나 국가 안보에 대한 정보를 통해 주위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고 자신의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다. 인간의 호기심도 뉴스를 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사람들은 재미있고 기이한 이야기에 호기심을 느끼고 뉴스에 관심을 가진다. 뉴스는 사회관계의 유지 기능도 한다. 어제 본 뉴스는 내일의 대화 소재로 쓰일 수 있다. 뉴스가 사회관계 형성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언론 왜 중요한가
언론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쇄술의 발달에 있다. 김 연구원은 “정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과 함께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욕구가 뉴스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량의 인쇄물은 권력자의 공로를 알릴 수 있는 매체이기도 했지만 치부를 널리 퍼뜨리는 역할도 했다”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언론을 독점하고 검열하려고 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영국의 정치사상가 존 밀턴은 그의 책 아레오파기티카(Areopagitica)를 통해 언론의 자유를 주장했다. 언론을 통해 여러 주장이 갑론을박을 하면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생각이 살아남는다는 이유에서다. 김수영 연구원은 “누군가의 생각이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그의 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 생각을 맞을 경우에는 그 말을 놓치는 것이고, 만약 틀린 경우라도 가장 좋은 생각이 정교화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라며 언론이 자유로워야 하는 까닭을 설명했다.
김수영 연구원은 언론과 민주주의 관계 사이에는 여론이 있다고 말한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여론을 움직이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은 보도가 증가하면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하며 미디어가 대중에게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라고 설득할 수는 없으나, 무엇에 대해 생각하도록 할 수는 있다는 ‘의제 설정 기능 이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과 관련된 다수의 뉴스는 강남지역 아파트값에 대한 보도로 쏠려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미분양된 지방의 아파트 문제나 청년들의 주거 문제와 대책 등은 뉴스에서 많이 거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강남의 부동산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은 소수의 부유층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이라는 단어를 듣고 강남의 아파트값을 떠올리는 것은 그만큼 뉴스가 이 문제를 많이 다루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프레이밍(framing) 이론은 언론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또 다른 예이다. 프레이밍은 뉴스 보도에서 내용에 대한 핵심적인 생각을 조직화하는 단계로, 해당 이슈를 선정, 강조, 배제, 정교화하는 과정과 방식을 의미한다. 즉, 언론이 거대한 코끼리에 대해 보도한다고 가정하면 어느 부분을 강조해서 보여줄 것이냐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일상생활에서 누적된 프레이밍은 결국 투표장에서 누구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하며 언론이 민주주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언론을 대하는 자세
김수영 연구원은 언론의 첫 번째 의무가 진실 추구라고 설명하면서, “오늘날의 뉴스가 온라인을 24시간 보도되는 점을 생각하면 기술의 발전이 기자들에게 진실을 추구할 만한 여유를 주지 않는 것 같다”며 정보의 선점과 빠른 공급만을 강조하는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한, 그는 “광고는 언론의 가장 큰 수입원이 된다. 하지만 광고주나 기타 권력과의 관계 형성이 언론 보도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언론은 시민에게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언론을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했다. “특히 요즘 같이 품질이 낮은 가짜 뉴스가 마구잡이로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독자들의 역할이다”고 말하며 어떤 것이 중요한 기사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하나의 뉴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뉴스를 보고 비교하는 것이 좋은 뉴스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 최혜원 자유기고가
- 저작권자 2018-03-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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