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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8-03-14

원시 인류도 치통 시달려 200만년 전 호미닌에서 치아침식증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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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맞아 가장 주의해야 할 문제 중 하나가 치아 건강이다. 치아는 관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힘든 부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치아 바깥 부분이 닳는 치아침식증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흔한 치과질환이다.

치아침식증이 생기면 음식을 씹거나 양치질을 할 때 이가 시큰거리고 통증이 생기게 된다. 침식이 심해질 경우 신경조직까지 노출돼 신경이 괴사될 수도 있다. 치아침식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현대인들이 즐겨 마시는 탄산음료나 과일주스, 포도주 등이다. 심지어 최근 연구에 의하면 소화가 되지 않을 때 흔히 약국에서 구입해 마시는 액상소화제도 치아 표면의 법랑질을 부식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류의 치아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건 음식 문화의 변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인류가 농사를 짓고 탄수화물이 풍부한 곡물을 주로 먹기 시작하면서 충치 등의 치아질환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충치를 일으키는 주요 세균인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도 농경의 시작과 함께 대폭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잇몸병을 일으키는 주요 세균인 진지발리스(P. gingivalis)도 농경을 시작한 신석기인들의 치석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설탕이 전 세계적으로 전파된 시기부터 치아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해 설탕 소비가 급증한 20세기 이후에는 충치 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간의 조상종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에서 현대인과 유사한 치아침식증의 흔적이 발견됐다. ⓒ The Conversation(Ian Towle)
인간의 조상종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에서 현대인과 유사한 치아침식증의 흔적이 발견됐다. ⓒ The Conversation(Ian Towle)

그런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수백만년 전에 존재한 원시 인류도 현대인의 치아침식증과 유사한 치과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즉, 현대인과 매우 다른 식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과 놀라울 만큼 유사한 치아 문제를 겪었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영국 리버풀존무어스대학의 인류학 분야 강사인 이안 토울(Ian Towle)과 동료들은 인간의 조상종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Australopithecus africanus)의 앞니에서 현대인의 치아침식증과 매우 유사한 치과 병변을 발견했다. 병변의 크기와 위치를 감안할 때 그 환자는 치통을 심하게 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섬유질 식사와 산성 많은 땅속줄기가 원인

이안 토울이 호주의 온라인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기사에 의하면, 치아를 너무 세게 닦으면 이처럼 치아 조직이 약화될 수 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성 음식과 음료가 비충치성 치아경부 손상(MCCL)으로 알려진 깊은 구멍을 만들게 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 중 제일 처음 발굴된 화석으로서 약 200만~300만 년 전에 생존한 인류의 절멸종이다. 그럼 왜 이 원시인은 다량의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과 유사한 치아 질환을 가지게 된 것일까.

연구진은 그 해답이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었던 식습관에 있다고 보았다. 즉, 현대인이 공격적인 칫솔질로 침식성 마모를 일으키는 것처럼 당시 원시인들은 거칠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음으로써 비슷한 치아 마모를 겪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하루에 5㎏이 넘는 채소와 과일을 섭취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치아침식증이 형성되기 위해선 지속적인 치아 마모와 더불어 탄산음료와 같은 산성 음식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인들이 먹은 괴경 중 일부가 놀라울 정도의 산성을 지니므로 현대인의 탄산음료와 같은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괴경은 감자처럼 식물이 양분을 저장해 크고 뚱뚱해진 땅속줄기를 말한다.

원시인의 문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 제공

오늘날 치통의 가장 흔한 원인인 충치는 곡물과 전분, 단 음식과 청량음료 등으로 야기된다. 따라서 충치 역시 농경생활 이후의 탄수화물 다량 섭취와 정제된 설탕 등 현대인의 식생활로 인한 질환으로 간주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충치는 거의 모든 선사시대에 걸쳐 존재했던 호미닌 종의 치아 화석에서 발견되고 있다. 호미닌은 오랜 시간 살다가 멸종한 인간의 조상종을 통칭하는 용어다. 예를 들면 최근에 새로 발견된 인류종인 호모 날레디(Homo naledi)의 치아에서도 심한 충치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충치 흔적은 너무 깊어서 형성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매우 심각한 통증을 유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선사시대인들은 이 같은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치아 치료를 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즉, 나뭇가지 같은 도구를 이용해 치아 사이의 음식찌꺼기를 제거하거나 계속해서 치아를 문지름으로써 치통을 완화시켰던 것이다. 원시인들의 치아에서 흔히 발견되는 미세한 스크래치가 바로 그 치료 행위의 증거다.

실제로 밀랍을 이용해 충치 치료를 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슬로베니아에서 6500년 전 인류의 치아에서 충전재로 사용한 밀랍의 흔적을 발견한 것.

연구진은 그 밀랍이 치아의 법랑질과 상아질 층에 수직으로 난 금으로 인한 통증과 시린 증상을 줄이기 위한 충전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만약 그 밀랍이 유골 주인의 사망 전에 채워진 것이 확실하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치아 충전재가 된다.

이번에 연구를 진행한 이안 토울은 선사시대인들의 다양한 치아 질환 흔적은 그들의 행동과 문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8-03-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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