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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2-19

'개성'은 동족 보존 위해 필요하다 세로토닌 같은 신경조절물질이 개성에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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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마리의 새로 태어난 예쁜꼬마선충들을 각각 분리된 용기에 넣어 관찰하면, 대략 거의 같은 시간에 먹이를 찾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기가 1㎜ 정도로 작아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이 선충들은 같은 시기에 태어난 다른 개체들과 같이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발달 중인 선충에서 생후 시기에 적합한 행동을 하도록 제어하는 이 생래적 시스템은 그러나 모든 개체에 일사분란하게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유사한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개체들은 반드시 스스로의 박자에 맞춰 움직인다. 자신이 속한 종의 행동과는 다른 개체성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을 대상으로 삶의 여러 단계에서 행동을 가이드하는 생물학의 원리를 조명하고, 발달 중인 신경시스템에 있는 특정 신경조절물질(neuromodulators)의 변이가 어떻게 때때로 생물체에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주었다.

선충의 행동을 제어하는 고유 시스템은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어 일부 개성을 보이는 개체들은 군집에서 눈에 띌 수 있다.  Credit: Rockefeller University News
선충의 행동을 제어하는 고유 시스템은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어 일부 개성을 보이는 개체들은 군집에서 눈에 띌 수 있다. Credit: Rockefeller University News

삶의 패턴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 고안

이 대학 ‘신경회로와 행동 연구소’ 소장인 코리 바그먼(Cori Bargmann) 교수팀은 평균수명이 2~3주인 선충들의 생애 전 주기에 걸친 행동정보를 각각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해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생명과학저널 ‘셀’(Cell) 14일자에 발표했다.

바그먼 교수는 “삶의 모든 단계마다 다른 패턴들이 있으며 우리가 창안한 시스템을 이용해 놀라울 만큼 복잡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으로 이를 실제적으로 분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개성(개체성)과 같이 복잡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으며 그 이면에 있는 생물학적 분석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전자가 어떻게 행동을 지배하는가는 대체로 외부 자극에 의해 피험자의 정상적인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보는 짧은 기간 동안의 실험들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면 미로 찾기에 성공한 쥐에게 치즈를 보상으로 주는 것과 같은 실험들을 통해서다. 그러나 동물들이 정상적인 일상 활동을 할 때 유전자가 어떻게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

각 선충들의 행동 패턴은 몇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체 발달과정을 통해 비슷했다. 관련 동영상.  CREDIT: Lulu and Anthony Wang Laboratory of Neural Circuits and Behavior at The Rockefeller University
각 선충들의 행동 패턴은 몇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전체 발달과정을 통해 비슷했다. 관련 동영상. CREDIT: Lulu and Anthony Wang Laboratory of Neural Circuits and Behavior at The Rockefeller University

삶의 단계마다 다른 신경조절물질이 영향 미쳐

바그먼 교수 연구실의 셰이 스턴(Shay Stern) 박사후 과정 연구원은 모두 50시간 정도에 달하는 예쁜꼬마선충의 전체 발달기간 동안 이 선충들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행동을 포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선충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행동에 초점을 맞춰 개체 간에 매우 유사한 활동패턴이 있음을 발견했다.

스턴 박사는 “선충들은 분리돼 있어 외부 신호를 받지 못했으나 다른 선충들처럼 같은 시간대에 먹이를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며, “각 발달단계마다 먹이를 찾는 행동에서 정확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몇몇 선충들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스케줄에 따라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도록 하는 뇌 속의 특정 신경조절물질 혹은 화학적 전달자를 식별해 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화학적 메신저인 도파민을 방해하는 돌연변이는 발달을 늦추고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다른 돌연변이들도 각 발달단계에서의 행동 패턴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다른 신경조절물질이 다른 기간 동안에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연구를 수행한 록펠러대 코리 바그먼 교수. CREDIT: The Rockefeller University
연구를 수행한 록펠러대 코리 바그먼 교수. CREDIT: The Rockefeller University

종의 생존 위해 개성 필요”

대다수의 선충들은 같은 행동패턴을 보이는데 비해 일부는 이례적인 먹이 찾기 행동을 보여눈에 띄었다. 개체 간의 다양성은 전형적으로 유전적 차이나 혹은 다른 환경에 노출됨으로써 나타난다. 연구팀은 그러나 동일한 환경에서 유전적으로 동일한 선충들을 활용해 이 같은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기획했다.

이런 개체 차에 대한 한가지 설명은 신경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작은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바그먼 교수는 뉴런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법에는 유전학적으로 제어되지 않는 무작위적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바그먼 교수팀은 신경조절물질들이 여기에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이 선충 무리로부터 화학적 메신저인 세로토닌을 제거하자 독자적인 행동패턴 혹은 개성을 보이던 선충들의 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세로토닌이 없어지자 모든 선충들은 같은 시간에 같은 먹이 찾기 행동을 나타냈다. 이것은 개성이 (종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발견이다.

바그먼 교수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무리가 똑같이 직선적으로 행동해 호수나 바다에 빠져죽기도 하는 나그네쥐처럼 모두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게 할 수는 없으며 몇몇은 종의 생존을 위해 달리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2-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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