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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2-13

나노로봇으로 암세포 파괴 임상 응용 앞당겨 나노의학 새 장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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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과학자들이 나노로봇으로 암세포의 혈류를 차단해 종양을 축소시키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ASU)와 중국 과학아카데미 국립 나노과학기술센터(NCNST) 연구팀은 프로그래밍한 나노로봇을 유방암과 흑색종, 자궁암 및 폐암을 일으킨 쥐 모델에 적용해 성공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Nature Biotechnology) 12일자에 발표했다.

애리조나 주립대 바이오디자인연구소 분자디자인 및 생체모방센터 소장인 하오 얀(Hao Yan) 교수는 “매우 정밀한 약물 디자인으로 표적 암 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최초의 완전 자율 DNA 로봇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히고, “더욱이 이 기술은 모든 고형 암에 공급되는 혈관이 기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많은 유형의 암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동영상

나노로봇에 탑재된 트롬빈은 종양 성장을 유도하는 혈관 안의 피를 응고시켜 혈류를 차단함으로써 종양 안에서 일종의 미니 심장 발작을 일으켜 종양 조직을 사멸시킨다.  CREDIT: Jason Drees, Arizona State University
나노로봇에 탑재된 트롬빈은 종양 성장을 유도하는 혈관 안의 피를 응고시켜 혈류를 차단함으로써 종양 안에서 일종의 미니 심장 발작을 일으켜 종양 조직을 사멸시킨다. CREDIT: Jason Drees, Arizona State University

찾아서 파괴한다’

얀 교수는 생체 DNA 구조를 모방해 활용하는 DNA 오리가미(origami) 분야의 전문가로, 지난 20년 동안 원자 규모에서의 더욱 복잡한 구조를 개발하는데 매진해 왔다.

이런 구조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벽돌’은 DNA에서 가져온다. DNA는 인체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1 정도 되는 모든 종류의 모양과 크기로 스스로 접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언젠가는 컴퓨터와 전자 및 의료분야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재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데 그 ‘언젠가’가 예상보다 빨리 도래하고 있다.

나노의학(Nanomedicine)은 특히 암과 같이 어려운 질병을 진단, 치료할 수 있는 극소의 분자 크기 나노입자를 만드는 것과 같이 완전히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나노기술의 성과를 의료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의학 분야다.

암 세포를 굶어죽게’

지금까지 나노의학 발전을 위한 도전은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건강한 세포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 종양만을 능동적으로 찾아 파괴할 수 있도록 나노로봇을 설계, 제조, 제어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협동연구팀은 종양을 매우 선택적으로 찾고 이에 대한 영양공급을 끊어 굶어죽게 하는 단순한 듯 보이는 전략을 사용해 이 문제를 극복했다.

암 세포만을 공격하는 나노로봇을 프로그래밍하기 위해서는 로봇 표면에 DNA 앱타머라는 특수 탑재물을 포함해야 한다. 뉴클레올린(nucleolin)이라는 단백질을 특이적으로 표적화하는  DNA 앱타머는 종양 내피 세포의 표면에서만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건강한 세포의 표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CREDIT: Jason Drees, Arizona State University
암 세포만을 공격하는 나노로봇을 프로그래밍하기 위해서는 로봇 표면에 DNA 앱타머라는 특수 탑재물을 포함해야 한다. 뉴클레올린(nucleolin)이라는 단백질을 특이적으로 표적화하는 DNA 앱타머는 종양 내피 세포의 표면에서만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건강한 세포의 표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CREDIT: Jason Drees, Arizona State University

이 작업은 약 5년 전에 시작됐다. NCNST 연구진이 먼저 DNA 기반 나노운반체를 사용해 여러 고형 암에서 높은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보이는 혈액 응고를 유도함으로써 종양에 대한 혈액 공급을 차단하고자 했다. 하오 얀 교수가 여기에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 완전히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로봇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해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

NCNST의 바오콴 딩(Baoquan Ding) 교수는 “이 나노로봇은 분자 화물을 수송하고 현장에서 암세포의 혈액 공급을 차단하도록 프로그래밍 할 수 있어 조직을 사멸시키고 종양 크기를 줄어들게 한다”고 설명했다.

종양만을 공격하는 DNA 앱타머 탑재

이들 팀은 연구 수행을 위해 종양 모델 실험용 쥐에 인간 암세포를 주입한 뒤 암이 공격적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했다. 일단 종양이 성장하자 나노로봇을 투입해 구조에 나서도록 했다.

각각의 나노로봇은 90 x 60 나노미터 크기의 편평한 직사각형 DNA 오리가미 시트로 만들었다. 그리고 표면에 핵심적인 혈액 응고 효소인 트롬빈을 부착시켰다. 트롬빈은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안에서 피를 응고시켜 피 흐름을 차단함으로써 일종의 종양 내 미니 심장발작을 일으켜 종양 조직을 사멸시키게 된다.

나노로봇 제조를 위해 먼저 평균 네 개의 트롬빈 분자를 편평한 DNA 스캐폴드에 부착시켰다. 이어 편평한 시트는 저절로 종이처럼 말려 튜브처럼 되었다. 이 나노로봇들을 정맥주사를 통해 실험용 쥐에 주입하자 혈류를 따라 이동해 종양을 찾아 안착했다.

나노로봇이 종양 세포만을 공격하도록 프로그래밍하기 위해서는 표면에 DNA 앱타머(aptamer)라는 탑재물을 포함해야 한다. DNA 앱타머는 뉴클레올린이라는 단백질을 특이적으로 표적화하는데, 이 뉴클레올린은 건강한 세포 표면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오직 종양의 내피세포 표면에서만 많은 양이 만들어진다.

나노로봇이 일단 종양 혈관 안의 표면에 부착되면 악명높은 트로이 목마와 같이 종양의 심장부에 약물을 전달하게 되고, 혈액을 응고시키는 트롬빈 효소에 노출되게 된다.

나노로봇은 빠르게 작동해 주사 후 몇 시간 만에 많은 수가 종양 주위에 모여든다.

혈관으로 영양공급을 받는 종양 모습 그림. CREDIT: Jason Drees, Arizona State University
혈관으로 영양공급을 받는 종양 모습 그림. CREDIT: Jason Drees, Arizona State University

안전하고 견고한 디자인

연구팀은 무엇보다 나노로봇이 종양을 축소시키는데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해보여주었다.

국제연구팀을 이끈 율리앙 자오(Yuliang Zhao) NCNST 교수는 “나노로봇은 정상적인 쥐와 바마(Bama) 미니 돼지에 주입했을 때 정상적인 혈액 응고에서나 세포 형태에서 아무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아 안전하고 면역학적으로 비활성임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점으로 나노로봇이 뇌에 퍼져 뇌졸중과 같이 원치 않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트롬빈이 종양 혈관 안에 있을 때만 촉발된다는 것이다.

협동연구팀의 핵심 멤버인 광준 니(Guangjun Nie) NCNST 교수는 “나노로봇은 생쥐와 더 큰 동물들의 정상 조직에서 확실하게 안전하다”고 단언했다.

종양 혈관에 피가 응고된 막힌 모습 그림. 동영상 캡처. CREDIT: Jason Drees, Arizona State University
종양 혈관에 피가 응고돼 막힌 모습  동영상 캡처. CREDIT: Jason Drees, Arizona State University

8마리중 세 마리에서 흑색종 완전 퇴축

이 치료법은 종양에 혈액 공급을 차단하고 24시간 이내에 종양 조직에 손상을 일으켰으나 건강한 조직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종양을 공격한 뒤 대부분의 나노로봇은 24시간 뒤 몸 안에서 분해돼 사라졌다.

치료 이틀 째 쥐의 종양에서 혈전증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3일 째에는 모든 종양 혈관에서 혈전이 관찰됐다.

흑색종 쥐 모델에서는 나노로봇 치료를 받은 실험 쥐 8마리 가운데 3마리에서 종양이 완전히 퇴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생존기간도 20.5일에서 45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 폐암 환자의 임상 경과를 모방한 생쥐의 1차 폐암 모델에 시험한 결과 2주 치료 후 종양 조직이 축소됐다.

혈관이 막혀 사멸돼 가는 종양 모습. 동영상 캡처. CREDIT: Jason Drees, Arizona State University
혈관이 막혀 사멸돼 가는 종양 모습. 동영상 캡처. CREDIT: Jason Drees, Arizona State University

작은 것이 위대하다’

얀 교수에게 이번 연구는 초창기 나노의학이 끝나고 새로운 시기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트롬빈 수송 DNA 나노로봇은 암 치료를 위한 DNA 나노기술 응용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며, “나노로봇은 흑색종 생쥐 모델에서 1차 원발 종양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전이 형성을 막음으로써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얀 교수와 공동연구자들은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 임상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얀 교수는 “우리는 이 기술의 실제적 응용에 매우 가깝게 와 있다”고 진단하고, “합리적으로 설계된 다양한 나노로봇 조합은 암 연구의 궁극적 목표인 고형 종양과 혈관화된 전이를 퇴치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나노로봇 전략은 나노구조와 표적군 및 적재 화물의 기하학적 변형을 통해 다른 질병 치료를 위한 약물 전달 플랫폼으로 개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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